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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인터뷰]'1976할란카운티' 조상웅 "전체가 하나되는 기적을 느꼈죠"

입력 2019.04.26 16:03 수정 2019.04.26 16:03

[NC인터뷰]'1976할란카운티' 조상웅


[뉴스컬처 이이슬 기자]

편견이 있었음을 고백한다. 배우 조상웅을 처음 본 건 뮤지컬 ‘레미제라블’(2013)이었다. 말끔한 정장 차림으로 단정히 빗어 넘긴 헤어스타일의 마리우스로 분한 그는 깍쟁이 같았다. 차가웠고 어쩐지 말붙이기 힘든 인상을 받았다. 이후 조상웅은 일본을 거쳐 웨스트엔드까지 다양한 경험을 했고, 성장했다. 6년 만에 다시 만난 그는 한결 여유가 넘쳤다. 환하고도 어쩐지 슬픈 얼굴, 조상웅에게서 다니엘이 겹쳐졌다. 그는 부산에 이어 서울에서 뮤지컬 ‘1976 할란카운티’ 무대에 오르고 있다. 18번의 무대, 그의 고향인 부산에서 먼저 호응을 얻은 작품은 서울 대학로에 당당히 입성했다. 다니엘은 부당한 처우를 받고 살아온 흑인 라일리의 자유를 위해 싸운다. 인터뷰를 위해 마주 앉은 그는 때로는 한숨지었고, 때론 목소리를 높였다. 그렇게 조상웅은 다니엘이 됐다.


‘1976 할란카운티’는 부산문화재단 청년연출가 제작 지원사업으로 부산에서 본공연을 성료하고 대학로에 입성했다. 배우, 무술감독 등의 이력을 지닌 유병은 연출의 첫 극작품이다. 작곡가 강진명이 곡을 쓰고 음악감독을 맡았다.


[NC인터뷰]'1976할란카운티' 조상웅


-첫 공연 반응은 어땠나.

주변 지인들 반응이 좋았다. 진심이 통한 거 같아서 행복하고, 재미있게 공연하고 있다.


-부산에서의 반응은 어땠나.

정말 좋았다. 공연 평도 좋았다. 작품에 애정을 쏟아서 만들었는데 진심이 잘 전달돼 기뻤다. 배경은 할란카운티 광부들의 이야기지만 현시대를 살아가는 인간이라면 느낄 수 있는 기본적인 것들에 대해 말하고 있다. 어떤 마음가짐으로 삶에 임하고 사람들을 대할 것인가에 대한 메시지가 잘 전해졌다고 본다.


- ‘할란카운티USA’를 봤나.

모티프를 따왔지만, 인물이나 설정은 실화가 아니었기에 대본을 통해 창조했다.


- 해방되지 못한 미국의 노예들, 다니엘은 뉴욕으로 탈출을 감행한다. 다니엘에게 산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다니엘은 극의 시작과 끝이 다르다. 삶의 가치관도 달라지고 성장을 보여준다. 이러한 대본 속 지점을 잘 표현하고 싶었다. 흑인 노예 라일리를 만나서 성장하고 배운다. 라일리는 저를 자식처럼 키워준 분이다. 그렇게 자라 성장한다.


- 라일리와 수화로 감정 교류를 하는 게 어렵지는 않았나.

처음 접해본 소통이었기에 처음엔 이질감이 들고 힘들었지만, 이젠 대사나 똑같다. 수없이 반복해서 보고 느끼고 함께했다. 오히려 대사가 아닌 손짓, 눈빛으로 전해줘야 하기에 가슴으로 더 다가온다.


- 수화를 배웠나.

수화하시는 분들이 어떻게 표현하는지 연구했다. 그렇지만 극은 또 다르기에 어떻게 적용하고, 적극적으로 표현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서승원, 김다현, 라일리 두 배우와 생각하고 고민했다. 그러다 보니 기쁨과 슬픔의 감정이 더 와 닿았다.


- 다니엘은 어떻게 성장한다고 봤는지.

점층적으로 변해간다. 선뜻 용기를 내지 못한 부분도 라일리를 통해 용기 내기도 하고, 후반에는 내가 결정해서 만들어가기도 한다. 내가 100% 다니엘이 될 수 없지만 지금 내게 가장 친한 친구다. 다른 부분을 찾고 이해하고 점점 다니엘이 되어가는 과정이다. 또 제 안에도 다니엘 같은 모습이 있다. 그걸 하나로 만들어가는 과정 같다.


[NC인터뷰]'1976할란카운티' 조상웅


- 다니엘에게 자유란?

다니엘은 처음에 라일리와 함께 탈출하는 것만이 자유라고 생각하고 떠났다면, 할란카운티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을 통해 그 이상의 것을 배운다. 라일리를 통해 배운 것이 다가 아니구나! 깨닫게 된다. 어떨 때는 희생이, 또 용기가 필요할 수도 있다. 그게 정말 자유가 될 수도 있다.


- 왜 지금 ‘1976 할란카운티’가 무대에 올랐다고 보는지.

2, 3년 전 탄핵을 외치며 촛불시위를 하던 시절, 현장에서 흘러나온 음악이 극의 모티프가 됐다고 들었다. 연출님이 당시 음악과 영상을 보며 이게 어디에서나 누구나 삶에 적용될 수 있겠다고 느낀 후 써 내려갔다고 하시더라. 세상에는 부조리하게 돌아가는 일이 많다. 그렇기에 모든 상황에 적용된다고 생각한다. 작은 사건도 마찬가지고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 역시 그러하다. 인물이 많이 등장하는데, 보신다면 공감되는 캐릭터도 있을 것이다. 공연이 다양한 감정과 메시지를 전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 유병은 연출과의 작업은 어땠나.

부산 공연 준비할 때 저만 빼고 모두 유 연출가와 같이 작업해온 멤버였다. 처음엔 내가 이방인이었다. 마치 다니엘처럼. (웃음) 내겐 대본이 가장 중요했는데 참 좋았다. 연습을 시작했는데, 유 연출가가 충실하게 잘 준비해주는 모습에 신뢰가 생겼다. 그 후엔 믿고 갔다. 연출가로서 표현하고 싶은 내용을 더 좋은 모습으로 잘 표현하고 싶었다. 단 한번의 의심도 안 했다. 부산에서 첫 공연이 끝나고 유 연출가 제게 ‘고맙다’고 문자를 보내주셨다. 세상에서 제가 가장 행복한 사람이 된 기분이었다. 나 역시 ‘고맙다’고 했다.


- 체력관리도 잘해야겠다.

첫 공연이 끝나고 손과 다리에 힘이 풀렸다. 연극 ‘함익’ 연습도 같이 하느라 체력적으로 더 달렸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같은 생활을 했다. 한 달 반 동안 같은 점퍼에 청바지, 티셔츠를 입고 연습실을 오가며 작품에 몰두했다. 아침에 일어나면 즙도 챙겨 먹는다. 또 첫공을 앞두고 일어나자마자 도가니탕도 먹었다. (웃음)


- 따로 영양제를 챙겨줄 사람이 있나.

배우 김윤호 배우와 같이 살고 있다. 김윤호 형이랑 친한 정도가 아니다. 인생에서 좋은 형이자 친구로 함께하고 싶은 사람이다. 형은 주로 부산에서 활동했지만, 어느 날 저희 집(서울)에 살고 있더라. (웃음) 똑같은 시간에 잠들고, 함께 밥 먹으며 지낸다. 형이 있어서 든든하고 고맙다.


- 본가가 부산인가.

그렇다. 이제 서울에 올라와 산 지 꽤 오래됐다. 한국에서 1년 활동한 후 바로 일본 사계로 건너가 6년간 활동했다. 일본어로 대사를 하고 노래했기에 적응했는데, 또 영국 웨스트엔드에 가서 활동했다. 당시에는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몸짓, 발짓하며 연기했다. (웃음) 이제 한국으로 건너와 어떻게든 다시 적응 중이다. 모든 활동에 감사하다. 기회가 주어지고 어디서든 활동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 다양한 활동을 통해 좋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 한국과 일본, 영국의 차이가 있나.

문화가 다르다. 일본은 섬나라 고유의 느낌이 있는데 영국 역시 비슷해서 적응하기 수월했다. 어디서든 잘 적응하는 편이라 불편하지는 않았다. 사람마다 성향이 다르다는 점은 외국도 한국과 마찬가지더라. 웨스트엔드에는 롱런으로 흘러가는 작품이 많다.


- ‘1976 할란카운티’도 롱런하길 바란다.

마음 같아서는 120회 공연하고 싶다. 공연 회차가 많지 않아서, 무대에 오를 기회가 적어 아쉽다. 지방 관객과도 가까이서 만나고 싶다. 저희 공연뿐 아니라 무대에 올라가는 공연이 다양해지길 바란다.


- 작품을 통해 느낀 점은.

좋은 대본과 음악, 여기에 사람이 모이면 좋은 작품이 탄생한다는 것을 많이 느꼈다. 또 감동이 배가 될 수 있다는 것도 알았다. 난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다. 이 작품은 더 특별하게 다가왔다. 배우들의 진심과 열정이 느껴지는 공연이다. 한 캐릭터가 돋보이는 게 아니라 전체가 하나가 되는 기적을 느꼈다. 런을 돌 때 극을 보며 나도 잘 쓰이는 배우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 원래 성격은 어떤가.

늘 진심으로 대하고 소통하고 싶다. 또 다름을 인정하려고 한다. 나와 맞지 않는다고 치부하지 않고, 같이 하는 길을 모색하는 편이다.


[NC인터뷰]'1976할란카운티' 조상웅


- 올해 서른일곱 배우로 고민은 없나.

없다면 거짓말이다. 배우로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한다. 어떤 생각을 가지고 살아가느냐도 중요하다. 연기를 잘하고 못하는 것은 둘째다. 눈떠서 잠들 때까지 그 생각 뿐이다. 사실 취미도 없다. 공연하는 게 제일 재밌고 사람들과 연습이 재밌다. 좋은 공연을 하기 위해 노래 레슨을 받고 연기 공부를 하는 게 행복하다.


- 완벽주의인가.

자신을 힘들게 하는 편이다. 물론 완벽주의 성향이 없다고는 말 못하겠다. 균형을 잡기 위해 노력한다.


- 균형을 잡는다는 말이 인상적인데.

연기도 노래도 인간관계도 균형이 가장 중요하다. 그렇기에 어떻게 생각하고 사느냐가 가장 중요하다.


- 멘탈이 강한 편인가.

약한 사람이지만 무너지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사람들을 만나고 여행을 하며 영향을 받고 느끼는 게 많다. 그 과정에서 내 안에 흔들리는 것을 바로잡고 안 좋은 영향을 주는 일을 차단하는 과정을 반복한다. 그 과정을 통해 성장하고 있다.


사진=윤현지 기자



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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