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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인터뷰]유다인 "신정아가 떠오르나요? 신나게 연기했죠"

입력 2019.12.03 08:00 수정 2019.12.04 08:30

영화 '속물들' 유다인 인터뷰

[NC인터뷰]유다인


[뉴스컬처 이이슬 기자] 신정아 사건은 2007년 세상을 발칵 뒤집어놓았고, 그로부터 12년이 지나 영화로 만들어졌다. '속물들'(감독 신아가·이상철)은 동료작가의 작품을 베끼다시피 한 작품을 차용미술이라는 말로 판매하는 미술작가 선우정의 이야기를 스크린에 펼친다. 유다인이 주인공 선우정이 됐다.


유다인은 적절한 캐스팅이었다. 그는 차분하고 우아한 이미지는 속을 알 수 없는 얼굴을 잘 표현했다. 영화에 나오는 모든 인물은 각자의 욕망을 품었지만, 겉으로 표현하지 않는 현대인을 은유한다. 유다인이 연기한 선우정은 그 정도가 지나쳐 불법과 합법 사이에서 외줄타기를 하며 자신의 욕망을 위해 달려간다. 그간 착실한 이미지를 쌓아온 유다인이었기에, 선우정을 어떻게 받아들었을까 싶었다. 하지만 신아가 감독은 단번에 유다인을 머릿속에 떠올렸다고 했다.


유다인은 "감독님과 친분도 없고, 작품을 통해서만 봐왔다. 그런데 '유다인씨가 딱 일 거 같다'며 제안을 해주셨다. 왜 그랬는지 모르겠는데 저도 연민이 느껴졌고, 공감이 됐다. 극 중 욕설도 왠지 자신 있었다.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웃음)


"선우정은 이기적이고 뻔뻔한 안하무인이지만, 대본에 왜 그가 그렇게 살아야만 했는지 잘 나와 있어서 좋았다. 그랬기에 공감이 됐다. 안간힘을 쓰며 버티는 모습과 고고한 척 하지만 많은 감정이 교차하는 지점이 특히 공감됐다. 저도 배우로서 버티고 있다고 본다. 선우정처럼 저도 과거에 '네가 무슨 배우를 한다고 해?'라는 말을 많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유다인은 "이미지와 괴리를 느끼지는 않을까 걱정은 안 했다. 저를 아는 사람도 그랬을 것"이라며 웃었다. 욕설 연기가 어렵지는 않았냐고 묻자 그는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답했다. "재밌었다. 그야말로 신나서 연기했다. 어떻게 하면 맛깔나고 재밌게 연기할까 고민됐다."


[NC인터뷰]유다인


'속물들'은 미술관을 매개로 한 불법 비자금 횡령 및 탈세 사건을 다루며 주목받았다. 특히 2007년 신정아 사건 당시 성곡 미술관 불법 비자금 발견, 2008년 삼성 비자금 특검 당시 비자금 의혹, 2013년 오리온 회장 부부의 회삿돈 횡령 사건 등 부조리한 예술계 밑바닥에서부터 출발한 작품이다. 신아가 감독은 "3,4년 전 즈음 미술작가로 활동하는 지인들과 대화를 나누다가 당시 미술계에서 이름 대면 다 알 만한 유명작가와 그가 당시 예술감독으로 참여했던 비엔날레의 내부 얘기를 듣게 됐다”라며 신정아 사건을 언급한바. 실존 인물이 모티브 삼은 역할을 연기하는 게 어렵지 않았을까.


"생각을 못 하고 대본을 봤고, 촬영을 마친 후 그 이야기를 들었다. 촬영 들어가기 전에 들었더라도 크게 연연하지는 않았을 거다. 대본에 캐릭터에 대해 잘 나와 있었고 신경을 쓰지 않았을 거다."


유다인은 차용미술에 대해서 접하고 크게 의문을 품게 됐다고. 그는 "감독님께 '이게 말이 되는 이야기냐'고 물었다. 그런데 말이 된다고 하시더라. 미술계에서는 차용, 표절의 기준이 모호하다고 들었다. 그제야 설득됐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촬영을 앞두고 준비하는 기간이 짧았다. 미술관이 익숙한 캐릭터이기에 전시를 몇 번 보러 갔었다. 공간을 익히기 위해서였다. '속물들'을 통해 미술작품에 관심이 생겼다"고 말했다.


유다인은 주인공답게 극 전체를 관통한다. 거의 모든 캐릭터와 마주하기에 촬영이 쉽지 않았을 터. "촬영이 힘들고 재밌고 또 기다렸고 기대했던 장면은 선우정이 '이것도 내 작품의 일부예요'라고 말하는 장면이다. 그 장면을 위해 선우정이 달려갔다고 본다. 가장 힘들었던 장면은 욕실 장면이다. 왜 등장하는지 우정의 입장에서는 설득이 필요했다. 촬영 전에 감독님께 '저를 설득시켜달라'고 말했고, 일주일 후에 감독님께서 제게 이야기를 해주셨다. 나중에 영화로 보니 내가 어떻게 찍었나 싶더라."(웃음)


유다인에게 선우정을 다 이해하냐고 물었다. 의문은 없었는지, 왜 특정 행동을 하는지 궁금하지는 않았을까. 이에 관해 묻자 유다인은 "의문점이 하나도 없었다"고 단호하게 답했다.


"우정의 행동과 말에 관해 의문점이 하나도 없었다. 그렇게 할 수밖에 없다고 봤다. 선우정은 재능도 없고 가진 것도 없는데 내가 만나는 사람들은 소위 재력 있고 배울 만큼 배운 사람들이 아닌가. 그래서 이해됐다."


[NC인터뷰]유다인


선우정이 된 유다인은 의외였다. 배우에게 갖는 선입견 혹은 고정관념이 얼마나 하찮은 것인지 증명해 보였다. 유다인은 "제가 어두운 사람이 아닌데 사람들이 어둡다고 보시기도 한다. 그건 긴장을 많이 해서 그런 게 아닐까. 긴장감에 가만히 있어서 어두워 보일 뿐이다. 차분한 성격이지만 어두운 사람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다인은 "코믹 연기도 도전하고 싶다. 의외의 모습을 지닌 캐릭터에 끌린다. 안 그럴 거 같은데 웃긴 모습. 의외성 있는 캐릭터가 좋다. 예를 들면 '달콤, 살벌한 연인' 속 최강희가 연기한 캐릭터 말이다. 배우가 뭘 해서 웃기다기보다 상황이 웃겨서 좋았다"라고 말했다.


유다인도 선우정처럼 배우로서 버티는 중이라고. 그는 최근 슬럼프를 겪은 후 생각의 변화가 있었다고 털어놨다. "예전에는 촬영하기가 두려울 때도 있었다. 그런데 ‘혜화,동’(2010)을 하며 촬영장이 좋아졌다. '혜화,동' 촬영 당시, 매우 추운 날에 오토바이 장면을 찍었다. 차에 오토바이를 싣고 유턴 후 다시 찍기를 반복했다. 촬영이 끝난 후 앞에 계신 스태프들이 ‘수고하셨습니다’라고 외치는데 그 순간, 정말 행복했다. 그때부터 촬영장이 좋아졌다."


그러면서 "연기도 좋지만, 무엇보다 현장이 좋아서 연기한다. 배우로 살며 생각도 많이 바뀌었다. 옛날에는 저를 좋아하지 않았지만, 지금의 내가 좋다. 나를 최대한 지키며 오래, 꾸준히 연기하고 싶다"라고 달라진 생각을 전했다.


2005년 SBS 드라마 '건빵선생과 별사탕'으로 데뷔한 유다인은 데뷔 14년 차를 맞았다. 지난 시간을 돌아보며 버텨온 자신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냐고 묻자 유다인은 한참을 골몰하며 눈물을 글썽였다.


"시간이 정말 빠르다. 실감을 못 할 정도로. 저는 다른 사람에 비해 뭐든 느리다. 나에게는 '지금처럼 하면 안 되고 더 분발하라고'(웃음) 농담이고, 저를 잘 지키며 연기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조금 더 용감해지고 자신감을 가지라고 말해주고 싶다."


마지막으로 유다인은 "'속물들'을 통해 '유다인한테 이런 모습도 있네?'라는 말을 듣고 싶다. 앞으로 또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를 하게 만들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사진=주피터필름



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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