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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인터뷰]김소향 "걸음걸이부터 바꾸는 '마리 앙투아네트', 연기 변화의 기회 됐죠"

입력 2019.08.13 18:22 수정 2019.08.13 18:22

[NC인터뷰]김소향

[뉴스컬처 이솔희 기자] 연습을 막 마치고 인터뷰 장소에 들어선 김소향에게 힘든 기색은 찾아볼 수 없었다. 환한 미소와 상기된 목소리로 인터뷰에 임하는 모습에서 전작인 '엑스칼리버' 속 기네비어가 엿보이다가도, 진지하고 열정적으로 '마리 앙투아네트'의 이야기를 펼쳐놓는 김소향은 이미 비극의 주인공인 마리 앙투아네트와 하나가 된 듯했다.


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연출 로버트 요한슨제작 EMK뮤지컬컴퍼니)는 프랑스의 왕비였으나 18세기 프랑스 혁명으로 단두대에서 생을 마감했던 마리 앙투아네트의 드라마틱한 삶과, 사회의 부조리에 관심을 갖고 혁명을 선도하는 허구의 인물 마그리드의 삶을 대조적으로 조명해 진실과 정의의 참된 의미를 깊이 있게 다루는 작품이다.


김소향은 태어나면서부터 모든 것을 누려왔지만 가장 비참한 자리까지 추락하게 되는 마리 앙투아네트 역을 맡았다. 그는 최근 뮤지컬 '엑스칼리버', '마리 퀴리' 등의 작품을 통해 진취적인 여성 캐릭터를 잇달아 연기해 관객의 호평 받았다. 이번 작품에서도 김소향은 특유의 당당함과 강인함을 한껏 보여줄 예정이다.


인터뷰 내내 작품과 연기에 대한 깊은 애정을 드러내면서 이미지 변화에 대한 포부를 밝히는 김소향을 마주하니, 자연스레 그가 선보일 마리 앙투아네트에 대한 기대감이 증폭됐다.


[NC인터뷰]김소향

'마리 앙투아네트' 연습이 한창인데. 연습실 분위기는 어떤가.

화기애애하다. 그런데 장면 연습을 할 때는 아무래도 공연이 심각하고 슬픈 내용도 있기 때문에 점점 진지하게 흘러간다. 이제 공연 날이 가까워지다 보니 배우들이 쏟아붓는 에너지도 많아지고 그걸 보는 사람도 진지해진다. 하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서로 장난도 많이 친다.

'마리 퀴리'와 '엑스칼리버', '마리 앙투아네트'까지 강인하면서도 부드러운 여성상을 보여주고 있다.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어떤 느낌을 받았나. 

여성 서사를 강조하는 극이 점점 늘어남에 따라 정말 감사하게도 그런 역할을 많이 맡게 됐다. 정말 영광이다. 그런 역을 한다고 해서 너무 강인한 면만 표현하면 인간답지 않다고 생각했다. 제가 연기하는 캐릭터에는 제 모습이 들어갈 수밖에 없지 않나. 저에게는 유약한 부분도 있고, 귀여운 부분도 있다 보니 부드러운 모습도 생기는 것 같다. 여성 서사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는 것이 배우에게는 너무 좋다. 여자 배우여서가 아니라, 배우로서 다양성을 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술의 가장 큰 목적 중 하나는 다양성을 추구하고, 많은 것을 관객에게 보여주고 생각하게 하는 것 아닌가. 그런 면에 있어서 많은 캐릭터, 작품이 생겨나는 게 너무 감사하다.

'엑스칼리버' 속 기네비어에서 바로 '마리 앙투아네트의' 마리 앙투아네트로 변신하게 됐는데. 

비슷한 부분이 있으면서도 다르다. '엑스칼리버'에서는 고아였고, 살아남기 위해 싸워야 했던 소녀의 이야기라면, '마리 앙투아네트'는 태어날 때부터 공주처럼 태어나서 어떻게 보면 어려움을 모르고 자라났다. 이런 부분에 대해 조율하는 게 쉽지 않은 작업이다. '엑스칼리버'에서는 다람쥐 같이 뛰어다녔다면, '마리 앙투아네트'에서는 왕비를 해야 하니 걸음걸이부터 한순간에 바꿔야 하는 게 너무 많더라. 그래서 요즘 머리에 책을 얹고 걸어 다니는 연습을 한다. 조금씩 효과가 보이고 있다. 실제로 마리 앙투아네트도 땅을 밟지 않는 것처럼 걷는 훈련을 받았다고 하더라. 요즘에는 너무 왕비답지 않아서 지적을 받았다면, 지금은 너무 왕비 같으니 그만 하라는 얘기를 들을 정도로 변해가고 있다.

또 '엑스칼리버' 속 기네비어가 강인함, 당당함을 가졌던 것 같이 '마리 앙투아네트'에서는 엄마로서의 강인함이 나온다. 제가 실제로 아이를 낳아 보지 않아 걱정하실 수도 있다. 하지만 저는 배우로서 직접 경험만이 연기의 산물이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 자식에 대한 애착과, 거기서 오는 강인함은 걱정되지 않는다. 그런 부분에 대해서 기대해 주셔도 될 것 같다.

마리 앙투아네트는 잘 알려진 실존 인물 아닌가.  캐릭터 분석의 과정이 궁금하다. 

많은 책과 자료들이 있는데, 비주얼적인 부분은 영화를 보고 참고했다. 또 마침 친구들이 베르사유 궁전에 다녀왔다며 사진을 엄청 많이 보내줬다. 그런 걸 보고 상상하면서 캐릭터를 만들었다. '오스트리안 우먼'이라는 소설이 있다. 그걸 로버트 요한슨 연출님이 배우들에게 무조건 읽으라고 권장해주셨다. 그게 정말 도움이 많이 됐다. 심리 묘사도 그렇고, 그 책을 통해 마리 앙투아네트가 그냥 공주가 아니라 사교적인 것에도 능하고 자기가 좋아하지 않는 사람과는 눈도 마주치지 않을 정도로 강한 성격을 지닌 여성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저희 작품에서도 그런 면모가 나온다. 그래서 참고를 많이 했다. '배가 고프면 빵을 먹어라'라고 했었다는 등 와전된 부분에 대해서도 많이 찾아봤다. 많은 오해에 시달렸던, 어떻게 보면 가여운 왕비였다. 그렇지만 그걸 잘못한 게 없다고 미화시키려는 것은 아니고, 저희 공연은 마그리드라는 인물을 통해 실제로 민중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 들리는 것의 진짜 진실은 무엇인가에 대해 이야기한다. 마리 앙투아네트가 실제로는 이랬구나 에 대해 생각해보실 수 있는 작품이다.

[NC인터뷰]김소향

역할에서 빠져나와 한 사람으로서 마리 앙투아네트를 바라보면 어떤가.

미국 전쟁을 도우면서 국고가 바닥이 나고, 계속 사치스러운 생활을 이어가고 있던 상황에서 마지막 기로에 서서 몰매를 맞은 비운의 여성이다. 물론 잘못을 하나도 안 한 것은 아니겠지만. 그런 걸 보면 인생 사는 건 다 타이밍이긴 하지만, 굉장히 안쓰럽다. 사실 이 여인은 그 사치스러운 것만 바란 것은 아니다. 오히려 평범한 생활을 꿈꾸고 있었다. 그래서 한쪽에 조그만 궁궐을 따로 짓고 농사짓고, 오페라와 무용 공연을 좋아했던 자유로운 소녀였다고 생각한다.

평범함을 꿈꿨지만 엄마에 의해 많이 휘둘렸던 여인이기도 하다. 아이를 갖고 싶었는 데도 불구하고 아이를 가질 수 없는 상황이었다. 모든 사람의 질타를 받으면서도 내 잘못이 아니라고 말 한마디 안 할 정도로 어른스럽고 성숙했던 여성이다. 아이가 태어나면서부터는 모든 것을 아이에게 헌신할 정도였다고 한다. 그런 걸 생각하면 마음이 짠하다.

처음에는 엄마 역할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한 의문이 있었는데, 연습을 하다 보니 그냥 눈물이 펑펑 날 정도로 가슴이 아프다. 마리 앙투아네트를 모르는 사람은 없지만, 우리랑 거리가 먼 얘기 아닌가. 그런데 저희 작품은 어떻게 보면 정말 단순하다. 엄마와 자식의 얘기가 바로 보여진다. 그래서 많이 좋아하실 것 같다. 모성애 이야기가 굉장히 크기 때문이다. 그게 매력이다.

극 중 마그리드와의 관계가 역사왜곡처럼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정확한 해답을 내릴 수는 없지만, 두 사람의 엇갈린 운명으로 인해 한쪽은 희생당하고 한쪽은 그와 다른 삶을 살게 되지 않나. 인생의 처절하고 현실적인 단면을 보여주는 것 같다. 어떻게 보면 현실적이지 않은 것 같지만 되게 현실적이라고 생각한다. 둘이 바뀌었을 뿐이지 인간은 다 똑같고 평등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다. 순간순간 그런 부분을 많이 보여드린다. 아마 초연 때보다 이번에 더 잘 보여드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둘의 관계로 인해 두 사람의 운명이 얼마나 엇갈렸는지를 생각해주셨으면 좋겠다. 누구를 위한 혁명이고, 그 혁명으로 얻으려고 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지난 2015년 국내 초연된 후 5년 만이다. 초연과 달라진 점을 꼽아보자면.

마그리드와 마리가 대립하는 노래가 있다. 마그리드의 테마곡으로 마리 앙투아네트와의 대립을 그려냈었다. 이번에는 그게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넘버로 바뀌었다. 많은 토론과 회의 끝에 새로운 음악을 가져온 건데, 개인적으로는 너무 좋다. 가장 큰 변화라면, 지난 시즌에는 초연이다 보니 심리 묘사 같은 부분에서 다 보여드리지 못했던 것을 보여드리려고 한다. 지금은 이 사람이 어떤 심리 상태로 인해 이렇게 변했을까에 대해 정말 고민을 많이 했다. 마리랑 페르젠도 얼마나 정신적으로 서로 연결돼 있는 관계인가에 대해 얘기를 많이 나눴다.

더블 캐스트인 김소현과도 캐릭터에 대한 얘기를 많이 나눌 것 같은데.

얘기를 많이 나누기도 하고, 소현 언니에게 많이 배운다. 언니는 '마리 장인' 아닌가. 언니는 워낙 사랑스럽고 공주 같다 보니 말투 같은 것을 보면서 많이 배운다. 연출님이 소현 언니에게는 공주 같은 게 너무 예쁘다고 한다. 그런데 저는 강한 역할을 주로 해와서 그런지(웃음) 왕비 같은 면이 더 잘 보인다고 하셨다.


김소향만의 마리의 강점은 어떤 게 있을까.

노래를 할 때 더 시원하게, 감정이 고조될 때 더 많이 터트리려고 노력한다. 진짜 싸우는 것처럼.(웃음) 왕비로서 누구에게도 눌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게 제 장점 아닐까.

[NC인터뷰]김소향

캐릭터를 구축해나가면서 어려웠던 점이 있나.

제일 많이 얘기를 들었던 부분은 말할 때 귀여운 척을 한다는 거였다.(웃음) 아무래도 '엑스칼리버'를 했다 보니 그땐 날 것의 사랑스러움이 있었다. 거기서 고풍 있는 사랑스러움으로 옮겨 오는 게 제일 힘들었다. 패션쇼 장면이 있는데, 거기서는 그나마 대놓고 사랑스러워도 된다. 근데 그 장면조차도 지적을 받았다. 너무 좋아한다고. 보석 한 번도 못 본 애가 처음 보석 보는 것 같다고.(웃음)

무거운 의상을 입고 우아하게 행동해야 한다는 점도 힘들다. 경사 무대라서 드레스를 입고 힐을 신은 상황에서 넘어지지 않게 걸어야 하는 게 가장 힘들다. 공연이 끝나고 나면 '아이고' 소리가 나온다.

페르젠 역의 박강현, 정택운, 황민현과 함께 하게 됐다. 세 사람과의 호흡은 어떤가. 

생각보다 너무 좋다. 이번 페르젠들이 정말 매력이 넘친다. 혈기왕성한 청년들이다. 이전에는 이 배우들과 함께 더블, 트리플 캐스팅됐던 배우들이 다 선배님이었다면, 이번에 함께 하는 세 친구는 다 나이대가 비슷하다. 선배가 있으면 거기서 본받을 수 있는 게 많으니 그것도 좋지만, 자기들끼리 있을 때는 젊은 혈기가 넘쳐난다. 세 친구 덕분에 연습실에 활기가 돈다. 그런데 막상 연습에 들어가면 셋 다 진지하다. 민현 씨는 이번 작품이 처음인데, 아이돌로서 견뎌왔던 시간이 길어서 그런지 모르겠는데 굉장히 의젓하다. 두려워하지 않고 차분하다. 보통 처음에는 눈을 잘 못 쳐다보는데, 민현 씨는 눈을 보면 피하지 않는다. 담대하다. 강현 씨나 택운 씨는 이제 베테랑 아닌가. 너무 잘한다.

마그리드와의 호흡도 궁금하다. 

은아 씨는 거의 올해 내내 계속 함께하고 있다. 워낙 성격에 털털함이 있다. 무엇도 두려워하지 않는 성격이 있다. 성격이 워낙 좋아서 덕분에 분위기가 좋다. 연지 씨는 이번에 처음 봤다. 그런데 노래 부르는 순간 반했다. 목소리가 너무 매력 있다. 호소력도 넘쳐난다. 다른 배우들도 연지 목소리 너무 좋다고 할 정도다. 연지 씨는 은아 씨의 연기나 노련함을 많이 배우고 있다. 요즘 느끼는 건데, 가수 출신 배우들의 배우려는 태도나 그 자세가 너무 예쁘다. 다들 너무 열심히 하신다.

체력 관리를 하는 비법이 있을까. 

태어나기를 이거 하려고 태어난 사람 같다. 힘이 별로 안 든다.(웃음) 막 땀 흘리고 울어도 별로 안 힘들다. 또 할 때 되면 다시 힘이 생긴다. 대신 집에 가면 정말 아무것도 안 한다. 힘들어서 못 하겠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다. 그래서 공연장에서 몸 관리를 한다. 무용, 요가 같은. '엑스칼리버' 공연 할 때도 1층 객석을 매일 열 번씩 뛰었다.

마지막 공연을 하고 집에 가면 어떤 기분인가.

너무 허무하다. 작품을 할 때 그 작품에 애정을 많이 쏟는 편이다. 끝나고 집에 오면 일단 처음 연습할 때부터 막공할 때까지의 사진을 다 본다. 그렇게 보내주는 준비를 하는 거다. 가끔은 함께 공연했던 배우들과의 메시지를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어보기도 한다. 한 일주일 정도는 계속 생각하는 것 같다. 음악도 계속 듣고. 저는 공연할 때 매일 내 노래를 녹음한다. 지금도 '엑스칼리버' 공연했던 게 다 녹음돼 있다. 그걸 하나씩 다 들어본다.

저한테는 '엑스칼리버'가 되게 소중했다. 처음으로 체력적으로 무리하면 안 된다는 걸 느끼게 해준 작품이기도 하다. 캐스팅되는 과정도 쉽지 않았어서 첫공연을 하고 울기도 했다. 프랭크 와일드혼이 '엑스칼리버' 첫 워크숍을 할 때 제가 자기가 원하는 목소리를 내지 못할 거라고 생각해서 캐스팅에 찬성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 첫 공연이 끝나고 와서 제게 미안하다고 했다. 잘못 생각했다고. 이제는 굉장히 가까워져서 지금도 연락한다. '엑스칼리버'는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작곡가를 얻게 해준 작품이기도 하다.

그런데 '마리 앙투아네트'가 너무 작품이 좋기도 하고, 저하고 되게 잘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저희가 처음 송스루 했을 때, 택운 씨도 제게 와서 '누나 인생 캐릭터인 것 같다'고 했다. 여태까지 봤던 극 중에 제일 잘 어울린다고. 그런 말 들어서 그러지 모르겠지만 자연스레 '엑스칼리버'의 그리움을 치유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만약 '엑스칼리버' 끝나고 아무것도 없으면 너무 우울했을 것 같다.

[NC인터뷰]김소향

'마리 앙투아네트'를 통해 '인생 캐릭터'를 예고했는데. 

음악이 정말 잘 맞는 것 같다. 그리고 워낙 비극을 좋아한다. '마리 앙투아네트'가 아름답지만 처절하고 비극적이다. 여성 주인공이 보여줄 수 있는 모든 면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이번 작품의 캐스팅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을까. 

사실 마그리드를 할 뻔했다. 원래 마그리드로 오디션을 봤다. 그런데 저한테도 변화의 기회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연기를 더 많이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을 하고 싶었다. 내가 도전하지 않았던 느낌의 연기인 마리의 연기를 하고 싶었다. 그래서 다시 마리로 오디션을 봤다.

예비 관객들에게 한 마디. 

강인하면서도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 강인한 여자를 보여 드릴 예정이다. 제가 생각하고 연기하는 마리를 기대해주셔도 좋을 것 같다. 김소향에게 보이지 않았던 부분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다. 노래도 마찬가지다. 클래식하게 소화하는 노래를 보여 드릴테니 기대 많이 해주셨으면 좋겠다.



사진=김희아 기자



이솔희 기자 sh040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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