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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인터뷰]'버티고' 정재광 "배우의 삶, 버티는 일의 연속이 아닐까요?"

입력 2019.10.17 14:55 수정 2019.10.17 14:55

[NC인터뷰]'버티고' 정재광


[뉴스컬처 이이슬 기자] “배우는 늘 선택되기를 바라죠. 오늘을 버티는 일의 연속이 아닐까요.”


정재광은 놀라웠다. 그는 몇 마디 없는 대사, 알 수 없는 공기, 독특한 사운드 디자인 속에서 완성된 관우를 내밀한 감정으로 채운다. 관우는 아찔한 고층 건물 외벽에 하나의 줄에 몸을 묶은 채 버티는 로프공. 그는 우연히 서영(천우희 분)과 마주한다. 외부인인 관우가 창밖에서 서영에게 위로를 건네는 아이러니함을 아름답고 독특한 분위기로 표현해낸 정재광이다.


앞서 정재광은 2016년 제42회 서울독립영화제에서 ‘수난이대’로 독립스타상을 수상하며 주목받았다. ‘버티고’를 준비하던 전계수 감독은 해당 작품을 통해 그를 알게 됐다.


“감독님께 처음 연락을 받고는 ‘왜 나한테 연락을?’이라고 생각했다. ‘수난이대’의 배역이 정신적으로 이상이 있나 싶을 만큼 만만치 않은 역할이었다. 결핍이 있는 인물이었다. 아마 그래서 ‘버티고’ 속 관우의 결핍을 떠올리신 게 아닐까.”


정재광은 ‘버티고’로 첫 상업영화 주연에 도전했다. 천우희, 유태오와의 호흡에도 밀리지 않으며 자신만의 관우를 독보적으로 그려냈다. “중앙대 연극영화과 재학 시절부터 단편영화를 촬영했다. 드라마를 통해 데뷔했고, 엑스트라, 단역도 경험했다. 그러던 중 전계수 감독님이 기회를 주셨다. 감사하다.”


관우는 쉽지 않은 인물이다. 서영이 근무하는 랜드마크 타워의 외벽청소업체 직원인 로프공 관우는 서영을 발견하고 그의 아픔에 공감하며 위로가 되어준다. 정재광은 “영화에서 서영은 버티려 애쓰지만, 관우는 ‘버티지 말아요’라고 이야기를 한다. 그래서 더 매력적으로 다가왔다”라며 “영화에서 로프공이라는 역할을 본 적이 없어서 신선했고, 설렘 반, 걱정 반으로 임했다”라고 말했다.


영화에서 관우는 일종의 삶을 지탱하는 천사처럼 그려진다. 정재광 역시 천사라는 단어에 골몰했지만, 전계수 감독은 뜻밖의 조언을 건네며 배역으로 안내했다. “감독님께서 천사에 갇혀있지 말고 생각을 비우라고 말해주셨다. 촬영장에서 명상하듯이 생각을 비우려 애썼다. 감독님과는 그림으로 소통하기도 했다. 구체적인 대화보다 추상적이지만 그림을 그리며 소통했다.”


[NC인터뷰]'버티고' 정재광


배우에게 대사는 연기하는 데 효과적 장치다. 배역을 훌륭하게 표현하는 수단이자 도구. 그런데 관우는 대사가 많지 않고, 심지어 묵음처리 되기도 한다. 그렇기에 더욱 농밀한 내면 연기가 수반되어야 했다. 지문이 주를 이뤘고, 정재광은 깊게 고민해야만 했다.


“대본을 받고는 막막했다. 지문이 대부분이었다. 사무실에도 여러 번 찾아가서 감독님께 여쭤보기도 했다. 말의 소중함을 느꼈다.(웃음) 말을 할 수 있다는 게 참 감사하다는 걸 알았다. 결국 관우가 말이 없다는 건 삶의 의지가 없는 거라고 바라봤다. 관우가 창밖에 있어 말을 못 하지만 표정과 행동을 통해 감정의 변화를 보여준다. 서영을 통해 관우도 변화되며 서서히 삶의 의지가 생기지 않았을까. 자연스러운 감정을 끌고 가는 게 중요했다.”


영화에서 관우는 “괜찮아요. 당신은 떨어지지 않아요”라고 말한다. 이는 영화를 관통하는 메시지이자, 관객에게 큰 위로를 전한다. 이를 받아든 정재광은 고민을 거듭하며 힘들게 말을 뱉었다고.


“고민을 많이 했다. 입을 통해 쏟아내기 전까지 내 몸에 체화시키는 게 중요했다. 절실함이 주요 포인트라고 봤다. 촬영 후에 그 대사를 후시녹음 했는데 실제 매달려서 녹음하려고 했다. 나 역시 절실해져야 감정이 잘 전달될 것이라 봤다. 녹음 스튜디오에 양해를 구하고 의자를 세 개 쌓아 올린 후 올라가서 대사했다. 세 번 만에 OK를 받았다.”


정재광은 첫 상업영화 현장에서 천우희에게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서영과 관우는 벽을 사이에 두고 교감해야 하는 만큼 배역 대 배역으로의 교감 이전에 사람 대 사람으로 교감하며 배역을 지어갔다. “천우희는 현장에서 천사였다. 마치 제게 관우 같은 존재였다. 멀리서 저를 지켜보시다가 제가 뭔가 필요할 때 도움을 주셨다. 첫 촬영 장면이 옥상 장면이었는데, 천우희의 눈을 본 순간 관우의 감정이 저절로 표현됐다. 관우의 진정성이 만들어진 게 아닐까. 정말 감사하다.”


[NC인터뷰]'버티고' 정재광


배우는 선택되기 위해 오디션을 보고, 때로는 선택되지 못하기도 하지만, 이를 버텨내야만 한다. 정재광 역시 그런 배우의 삶을 살며 매일 버티고 있다고. “명상하거나 등산, 산책 등을 한다. 배우도 매일 버티는 일의 연속이다. 주로 한강을 오랜 시간 걷기도 하고, 산에 오르며 마음을 정리한다. 때로는 집에서 휴식을 취하기도 한다. 살고자, 또는 무언가를 해보고자 하는 일의 반복이 아닐까.”


마지막으로 정재광은 “‘버티고’가 관객의 삶에 잠시나마 위로가 되길 바란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흥행을 넘어서 한 번이라도 관객의 마음에 가닿기를 바란다”라며 진심을 꺼냈다.


정재광은 “다양한 영화들이 많이 나오길 바라고 그 영화에 제가 함께하면 좋겠다. 지금 촬영 중인 유하 감독의 ‘파이프라인’을 건강하게 잘 마무리했으면 좋겠고, 내년에 영화진흥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제작되는 독립장편영화 ‘낫 아웃’ 주연으로 참여할 예정이다. 야구에 관련된 이야기다. 태닝 등 외적인 변화가 불가피한데, 배우로서 이미지 변신이 되리라 기대하고 있다. 기대해 달라”라고 당부했다.


한편 '버티고'는 지난 16일 전야 개봉했다.


사진=김태윤 기자



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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