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마스크로 띄워질 Div

[NC인터뷰]'종이꽃' 유진 "영화·연기 간절해…감초나 단역도 OK죠"

입력 2020.10.24 08:00 수정 2020.10.24 08:00

영화 '종이꽃' 배우 유진 인터뷰

[뉴스컬처 이이슬 기자] 유진은 또각또각 힘차게 구두 소리를 내며 인터뷰 장소에 들어섰다. 밝게 인사를 전하며 코트를 벗던 그는 영락없는 아이둘 엄마였다. 일과 육아에 동시에 매진하면서도 연기라는 제 길을 놓지 않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자리에 앉아 목을 축이더니 눈빛이 변했다. 꽤 노련하고 똑똑하게 인터뷰를 주도했다. 기삿거리가 될 만한 흥미로운 주제도 덥석 물어보였다. 솔직했다. 그동안 왜 영화에 출연하지 않았냐 물으니 "영화 작품이 그동안 안 들어왔다"며 호방하게 웃는다. 본격적으로 배역과 작품에 관해 이야기하자 갑자기 눈빛이 바뀌더니 무섭게 빠져들었다. 단단히 얽힌 뿌리가 떡하니 중심을 잡고 서 있었다.


유진은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영화 '종이꽃'(감독 고훈) 개봉을 앞두고 진행된 인터뷰에서 작품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NC인터뷰]'종이꽃' 유진


'종이꽃'은 사고로 거동이 불편해진 아들과 살아가는 장의사 성길이 옆집으로 이사 온 모녀를 만나 잊고 있던 삶에 대한 희망을 품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 제53회 휴스턴국제영화제에서 최우수외국어영화상에 해당하는 백금상과 남우주연상을 받는 쾌거를 이루며 국내외의 주목을 받은 작품이다.


유진은 ‘종이꽃’으로 11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하는 것에 대해 “실감 나지 않는다”며 “그렇게 오래됐다고 생각하지 못했고 그저 영화를 오랜만에 하는구나 싶었다”라며 웃었다.


영화뿐 아니라 촬영장에도 오랜만에 복귀했다고 떠올린 유진은 “분위기가 좋아서 재미있고 편하게 촬영한 기억이 난다”며 “일터에 복귀했다는 사실로 좋았다. 이게 영화 촬영장이구나 싶었다. 이전에 했던 공포 영화는 드라마보다 더 힘든 촬영이었다”고 남다른 의미를 새겼다.


복귀작으로 ‘종이꽃’을 선택한 이유를 묻자 유진은 “영화 출연 제의가 굉장히 오랜만이라 반가웠다”며 웃었다. 이어 “시나리오가 좋았다. 무거운 주제인데도 쳐지지 않게 아름답게 그렸달까. 우리가 모두 직면해야 하는 일이고 피하고 싶은 이야기일 수 있는데 아름답고 진정성 있게 다가와 연기해보고 싶었다”고 답했다.


유진이 숨겨진 아픔이 있지만, 긍정적으로 살아가는 성길의 이웃 은숙 역으로 분한다. 그는 “제 성격보다 훨씬 밝게 표현을 했다. 같이 리딩하고 작품을 하는데 감독님이 더 밝기를 바란다고 요청하셔서 ‘더 밝게요?’라고 물었다”라며 “과거를 짐작할 수 없을 만큼 밝기를 원하셨다. 평범함을 넘어선 밝음. 듣고 보니 나중에 은숙의 아픔이 더 잘 보이겠다 싶었다. 다소 과장된 캐릭터처럼 다가올지라도 캐릭터의 아픔이 잘 표현됐다”라고 연기 주안점을 설명했다.


유진은 ‘종이꽃’을 선택한 이유로 주저 없이 안성기를 가리켰다. 그는 “무엇보다 안성기 선배가 같이해주신다고 하니까 '감사합니다' 하고 넙죽 받았다.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63년 차 배우 안성기가 장의사 성길 역으로 분해 ‘종이꽃’의 중심을 잡고, 유진이 숨겨진 아픔이 있지만, 긍정적으로 살아가는 성길의 이웃 은숙 역을 맡아 따뜻한 에너지를 전한다.


“안성기의 연기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실제처럼 다가왔다. 자연스럽게 이뤄졌달까. 편하게 느껴졌다. 편안하게 해주시는 것 자체로 굉장한 배려라고 생각한다. 이래서 대배우구나, 모든 사람에게 존경받을만하다고 느꼈다.”


그러면서 유진은 “처음에 안성기 선배와 연기하고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연기하면서는 성품에 매료됐고 감탄했다. 나도 모르게 긴장을 안 하고 연기하고 있더라. 선배가 그렇게 만들어주시는 거라고 느꼈다. 좋은 경험이었다. 나도 이런 배우가, 사람이 돼야겠다고 느꼈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NC인터뷰]'종이꽃' 유진


촬영장의 유쾌한 분위기는 작품에 고스란히 반영된다. 유진은 “분위기가 최고였다. 정말 좋은 사람들이 모인 것 같다는 느낌이었다. 촬영장에서 큰소리 한 번 안 났고 짜증 낸 사람도 없었다”고 전했다.


“대선배인 안성기 선배도 위화감, 권위를 내세우지 않았다. 함께 작업하며 '이런 분이구나, 역시' 했다. 배우들을 친한 친구, 동료로 대해주셔서 좋았다. 굉장히 예산은 적었지만 느낌은 현장이 풍족했다. 간식 차도 끊이지 않고 왔다. 다들 응원해주시는 분들이 많았다. 좋은 사람들이 모여서가 아닐까.”


앞서 안성기가 건강상 이유로 병원에 입원했다는 소식이 전해져 많은 이의 걱정을 샀다. 유진은 “영화 촬영하고 피로해서 과로하셨다는 정도로 들었다”며 “많이 아프신 게 아니겠죠”라고 되물었다.


유진은 “영화 준비하실 때는 전혀”라며 고개를 저었다. 이어 “걱정은 되는데 그렇게까지만 알고 있었다. 아마 과로하신 게 아닌가”라고 덧붙였다. 이어 “선생님께 촬영하느라 힘드셨을 거 같다고 문자 드렸더니 괜찮으시다고 답장을 보내주셨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종이꽃’ 홍보 활동에 안성기 선생님이 계셨으면 더 좋았겠지만 이미 백금상을 탄 거로 충분히 다 하시지 않았을까”라고 말했다.


23년 차 배우 유진은 작품과 배역을 대하는 태도가 전과 달라졌다며 변화를 언급했다. 그는 “영화를 정말 좋아하는데 시장에서 성공하기 힘들다는 걸 느꼈다”라며 “드라마를 하며 지내다 오랜만에 영화 제의가 들어와 좋았다. '종이꽃'은 내가 할 수 있을 만한 놀이라고 생각했다. 감사하게도 좋은 배우 선배님과 할 수 있는 기회였다”고 돌이켰다.


유진은 “작품을 쉬면서 영화를 다시 하고 싶은데, 작은 역할이라도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감초나 단역으로 영화를 다시 하고 싶었다”라고 달라진 마음가짐을 내보였다.


주 52시간 근무상한제의 도입으로 달라진 변화도 체감했다. 유진은 “예전과 달리 하루에 길게 촬영하지 못하게 돼 체력 안배가 됐다”며 웃었다. 이어 “마지막 드라마 촬영 때만 해도 법 적용이 안 돼서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최근 촬영 중인 드라마 ‘펜트하우스’ 제의를 받았을 때도 긴 드라마는 못 할 것 같다고 했더니 요즘은 촬영 시간이 정해져 있다고 하더라. 마음 놓고 했다”고 말했다.


[NC인터뷰]'종이꽃' 유진


유진은 2011년 동료 배우 기태영과 결혼해 슬하에 로희, 로린 두 딸을 뒀다. 결혼과 출산 경험은 배우로 스펙트럼을 넓히는 경험으로 작용했다. 그는 “아이 낳기 전에도 엄마 역할을 많이 했는데 최선을 다했지만 진짜 감정을 알고 하지는 못했다”며 “이제 엄마 감정을 알고 나니 연기하는데, 훨씬 편하고 좋다. 진짜로 그 감정을 느낄 수 있더라. 관객에게도 훨씬 수월하게 전달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기태영은 육아와 살림을 도맡아 유진을 배우로 계속 활동할 수 있도록 도왔다. 유진은 “남편이 거의 모든 걸 해준다. 내조를 받지 못했다면 연기를 못했을 것”이라며 고마운 마음을 드러냈다.


“아이가 둘이라서 누군가 돌봐준다 한들 마음 놓이지 않았을 거고, 그랬다면 나도 선뜻 촬영장에 복귀하지 않았을 거다. 엄마나 아빠 중 한 명이 아이들 옆에 있어야 한다는 데 남편과 의견 일치를 이뤘다. 남의 손에 온전히 맡길 수 없다는 철학이다. 남편이 엄청 애쓰며 열심히 돌봐주고 있다.”


유진과 기태영은 KBS2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출연해 육아와 일상을 공개한 바. 유진은 “방송을 통해 공개된 것처럼 기태영이 굉장히 섬세하고 아이를 잘 본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돌발상황이 벌어지기도 하는데 남편이 대처를 잘하는 편이다. 저는 쿨하고 방목하는 스타일인 데 반해 남편은 세심하고 관찰도 잘하고 아이들 심리 파악도 잘한다. 나보다 육아를 더 잘하는 사람이 확실하다”라며 웃었다.


그러면서 “남편이 애를 잘 못 보고 서툴면 일하면서도 불편할 텐데 전혀 불안하지 않다”며 기태영을 향한 고마운 마음을 연신 드러냈다.


유진은 “최근 작품이 많이 없어지는 추세다. 배우들이 일할 기회가 줄어들고 있다. 뭐든 들어오면 해야 하지 않을까”라며 “기태영과 나, 둘에게 들어온 작품을 비교해보면서 누가 더 어울리고 잘할지 고려해서 판단하고 싶다. 너무 긴 공백을 가지지 않도록 이야기해서 활동해야 하지 않을까”라고 향후 계획을 전했다.


[NC인터뷰]'종이꽃' 유진


유진은 1997년 여성 3인조 그룹 S.E.S로 데뷔했다. 1집 앨범 ‘아임 유어 걸’(I’m Your Girl)로 인기를 얻었으며, 동시대 데뷔한 여성 4인조 그룹 핑클과 경쟁 구도를 이루며 90년대 가요계 전성기를 이끌었다.


유진은 “큰딸 로희는 엄마가 S.E.S 출신인 걸 안다. 뮤직비디오를 보기도 하고 엄마 노래라고 들려주기도 했다. 20주년 콘서트에도 왔는데 정확히 기억하지 못해도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진은 딸이 가수의 꿈을 꾼다면 응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로희가 하루는 ‘나도 엄마처럼 가수가 될 거야’라고 하더라. 춤추고 노래하는 걸 참 좋아한다. 재능이 있다면 시킬 생각이다”라고 전했다.


이어 “가수로 성장시킬 뜻을 가지고 어렸을 때부터 학원에 보내는 분도 계시지만 그렇게까지 하고 싶지는 않다”라며 “하고 싶어 한다면 자연스럽게 시켜야 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속 영화를 선보이는 것에 대해 유진은 “다른 세상이 왔다. 마음 놓고 극장도 못 가지만 외국보다 우리나라의 방역이 잘 되고 있다고 본다”며 “극장에 마스크를 안 쓴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더라. 방역 수칙을 잘 준수하면서 조금씩 극장에 가도 되지 않을까”라고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마지막으로 유진은 “이 시기에 희망이라는 주제를 품고 있어서 잘 맞지 않나. 보고 나면 마음이 따뜻해지는 영화라서 가볍게 웃기도 했다가 생각도 할 수 있고, 또 희망적으로 영화가 끝이 난다. 마음 편하게 봐 달라”고 당부했다.


‘종이꽃’은 10월 22일 개봉.


사진=로드픽쳐스



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
<ⓒ뉴스컬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0
뷰티라이프 SNS매거진 '라이킷'
난리나닷컴 오픈

Hot Photo

좋은번호가 좋은 기운을! 행운의 숫자 확인 GO!

위로가기
마스크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