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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노트③]박은석 "객석에 웃음 전하는 요즘, 가슴 벅차요"

입력 2021.04.16 10:09 수정 2021.04.16 10:09

뮤지컬 '아이위시' 박은석 인터뷰
첫 코미디 연기 도전
"만드는 과정 힘들었지만 매력적인 작품"

[뉴스컬처 이솔희 기자] 뮤지컬 '아이위시'는 배우들의 삶을 위트 있게 풍자하는 작품이다. 배우로서 마주할 수 있는 여러 에피소드를 노래에 담아내 유쾌하게 표현하면서 관객에게 웃음을 안긴다. 풍자 속에 녹아있는 배우들의 애환, 그럼에도 포기할 수 없는 무대를 향한 애정 등을 엿보다 보면 눈물도 찔끔 나온다.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무대에서 활약해온 박은석에게도 새로운 형식의 작품이다. 박은석은 "가사 보는 맛이 있다. 가사 자체가 재미있어서 워크숍을 할 때부터 재미있었다. 마냥 조소하는 게 아니라 위트가 있는 작품이라서, 풍자극이라는 게 참 매력적으로 느껴졌다"고 말했다.


"한국 뮤지컬 중 이런 작품이 있었나 싶어요. 아무래도 조금 낯설다 보니 만들어가는 과정이 쉽지는 않았어요. 카바레 쇼라는 형식을 이해하는데 시간을 많이 썼던 것 같아요. 형식이나 장르에 대한 갈피를 잡아가는 게 중요했어요. 연습하면서도 '풍자극'에 대한 감각을 일깨우는 게 힘들었어요."


[컬처노트③]박은석


박은석은 '아이위시'의 워크숍부터 참여해 작품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함께했다. 그는 "초연이고 카바레쇼 형식도 처음이다 보니 연출님도, 배우들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 한국 관객분들에게 어떤 재미를 줄 것인가에 대해 많은 이야기가 오갔다. 이 가사는 너무 과하지 않나, 전체적인 맥락에서 봤을 때 수용할 수 있을까, 중심적인 메시지를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 고민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다. 결국 중요한 건 우리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배우의 이야기지만 그들을 바라보고 있는 관객의 삶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이 '아이위시'의 매력이다. 박은석은 "배우들의 꿈과 이상, 현실을 이야기하는 작품이지만 관객분들도 다르지 않은 삶을 살고 있다는 게 핵심이다. 관객분들도 꿈을 꾸고, 현실에 힘듦을 느끼고, '내가 왜 이 일을 하는가' 질문을 할 테니까. 어떻게 보면 다시 한번 이 삶을 살아갈 수 있게 하는 작품인 것 같다"고 전했다.


"사람들은 행복을 원하고 성공을 원하지만 삶에 항상 좋은 것만 있는 건 아니잖아요. 꿈이 손에 잡히지 않기 때문에 힘들어하고, 현실에 좌절하죠. 인생은 현실의 한계와 어려움, 그리고 꿈과 이상이 균형을 맞춰서 가는 것 같아요. 그걸 감당하는 게 우리의 삶이고요."


[컬처노트③]박은석


뮤지컬 '레드북' 등에서 친근한 이미지를 보여준 적은 있지만, 본격적으로 코믹 연기에 도전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은석은 "관객분들에게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게 반갑다. 이번처럼 폭넓게, 장르를 오가면서 공연하는 모습을 보여드리는 것도 좋아해 주시지 않을까"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내내 유쾌한 분위기로 흘러가는 '아이위시'에서 가장 큰 웃음을 담당하는 것은 박은석의 김상중 성대모사다. 이에 대해 묻자 예상치 못한 대답이 돌아왔다. 대학 시절 조별과제 발표를 위해 갈고 닦은 개인기였다는 것.


박은석은 "발표 콘셉트가 '그것이 알고싶다'였다. 사실 저도 발표를 정말 못하는데 어쩔 수가 없었다. 다른 조원들이 고생을 많이 하니까. 저도 그 수고를 생각해서 최대한 성대모사를 하기 위해 노력했다. 연습 끝에 발표를 했더니 다른 학생들이 웃느라 난리가 났다. 교수님도 칭찬해주셨고, 결국 A+ 받았던 기억이 난다"고 당시를 떠올리며 웃었다.


"그게 2014년 정도였던 것 같은데, 제가 7년 후에 그걸 이렇게 써먹게 될 줄은 몰랐어요.(웃음) 당시에 성대모사 때문에 발표 내용에 대한 집중이 흐려지지 않을까 고민했었는데, 이번에도 똑같은 고민을 했어요. 웃기기만 하고 대사가 안 들릴까 봐. 또 반복해서 보면 재미가 덜어질 것이라는 고민도 있었어요. 그래서 요즘은 김상중 씨 영상을 더 찾아보고 있어요. 그분의 제스쳐와 말투, 호흡을 유심히 보고 있는 제가 너무 웃기더라고요.(웃음)"


'아이위시'를 통해 타인에게 웃음을 전하는 것의 매력을 확실히 알게 됐다. 박은석은 "제가 되게 재미가 없는 사람인데 재밌으려는 욕구가 강하다"고 웃었다. 이어 "예전에는 정말 조용한 사람이었는데, 작품을 하면서 많은 사람들과 소통을 해야 하다 보니 관계가 유쾌하게 풀어지면 작업도 수월하게 진행되더라. 그런 걸 경험하다 보니 재미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사람을 웃게 만든다는 게 정말 가슴 벅찬 일이라는 걸 알게 됐어요. 행복한 일이고, 좋은 일이구나. 코미디언에 대한 동경도 생겼어요."


[컬처노트③]박은석


배우의 삶을 담아낸 작품인 만큼, 배우라는 직업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다. 박은석은 "가장 중요한 건 연기라고 생각한다"며 "각자 생각하는 부분이 다르겠지만, 배우로서 가장 오래 버틸 수 있는 힘은 연기다. 배우들은 연기 연구를 하면서 혼자 영감에 빠지고, 환희에 차오르고, 열정을 쏟아붓는 것 같다. 극 중 '정극 배우' 넘버에 공감되는 이유"라고 이야기했다.


앙상블 배우로 활동하던 시절도 기억 한편에 스쳤다. 박은석은 "버티는 힘이 정말 중요한 것 같다. '명성황후', '영웅' 같은 작품의 앙상블은 체력적으로 정말 힘들다. 몸을 써야 하는 장면이 많다. 추격 장면 같은 건 배우들이 퇴장하고 헛구역질을 할 정도였다. '영웅' 미국 공연을 갔을 때는 심적으로도 힘들어서 미국이라는 게 느껴지지도 않았다"고 털어놨다.


이어 "그러다가 갑자기 지구 반대편까지 와서 힘들다는 생각만 하는 내 자신이 싫더라. 그러면서 내게 주어진 상황에 대한 감사함을 생각했다. 감사할 것이 정말 많더라. 그렇게 버텼던 것 같다. 그때처럼 '아이위시' 공연을 하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박은석에게 무대는 설레는 공간이면서 두려운 공간, 또 신기한 공간이다. 그는 "도마 위에 있는 것 같기도 한데 어떨 때는 가장 재미있는 곳이기도 하다. 많은 사람들, 많은 관객들과 호흡하는 순간이 정말 중독성 있다. 정말 어려운 공간인데 왜 계속 서 있는지 모르겠다. 무대라는 공간이 주는 기운에 중독된 것 같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무대에 서고, 관객을 만나는 순간은 여전히 마법 같다. 박은석은 "코로나19 때문에 모두가 힘들고, 위축된 시기다. 저희는 무대에서 어떻게든 버텨야 하는데, 사실 관객분들이 공연장에 오시는 건 그분들의 선택 아닌가. 힘든 상황에도 그런 선택을 해주시는 게 너무 고맙더라. 커튼콜 때 인사를 하는데 관객분들의 마음이 느껴져서 저도 울컥했다. 그게 가장 마법 같은 순간인 것 같다"고 관객의 소중함에 대해 이야기했다.


"데뷔했을 때부터 받은 편지를 다 모아놨어요. 영화나 작품이 주는 이야기가 한 사람의 생각과 행동을 바꾸기도 하잖아요. 손편지도 그런 것 같아요. 사실 배우가 안정적인 직업도 아니고, 현실적으로 쉽지 않잖아요. 그런데 팬분들이 주는 편지를 받으면 큰 힘을 얻어요. 오늘 공연이 한 관객의 인생이 바뀌는 순간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 때문에 쉽게 지치지 않는 것 같아요."


[컬처노트③]박은석


2010년 뮤지컬 '몬테크리스토'로 데뷔해 어느덧 11년째 무대를 지키고 있는 박은석. 그는 지난 11년의 시간을 되돌아보며 "잘 걸어온 것 같다"고 미소 지었다. 이어 "최근에 8년 룸메이트 임철수 배우와 이별했다.(웃음) 이사 가기 전날 '우리 진짜 열심히 살았다' 하면서 대화를 하는데 울컥하더라. 시간이 정말 빨리 갔다. 저도, 룸메이트도 활발히 활동하는 걸 보면 내가 열심히 잘하고 있구나, 내가 길을 잘 가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 말했다.


"현실의 벽은 갈수록 높아져 가는 것 같아요. 하지만 배우는 나이 들어서까지 할 수 있는 직업이잖아요.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열심히 버텨봐야죠. 나이는 들겠지만 노쇠함이 아닌 성숙함이었으면 좋겠어요."


사진=김태윤 기자



이솔희 기자 sh040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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