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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인터뷰]'광주' 민우혁 "보고만 있어도 눈물…성장의 계기 됐죠"

입력 2020.10.17 12:00 수정 2020.10.17 12:06

[뉴스컬처 이솔희 기자] 뮤지컬 '광주'를 마주한 민우혁은 정공법을 선택했다. 캐릭터의 심경 변화를 이해하기 위해 대본을 끝없이 연구하고, 연출과도 수없이 많은 대화를 나누면서 작품에 파고들었다. 그렇게 민우혁은 깊고 긴 고민 끝에 편의대원 박한수가 됐다. 하지만 그의 고민은 현재진행형이다. 민우혁은 1980년 광주 시민의 울분을 가슴에 품고, 그들의 아픔을 더 많은 이에게 알려야 한다는 책임감을 지닌 채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뮤지컬 '광주'(연출 고선웅)는 5·18민주화운동 40주년을 기념해 제작된 작품이다. 1980년대 광주 시민들이 군부 정권에 대항, 민주화를 요구하며 발생한 5·18민주화운동의 정신인 민주, 인권, 평화 등 보편타당한 가치를 담아낸다.


[NC인터뷰]'광주' 민우혁


민우혁은 광주에 파견된 특수부대 편의대원 박한수 역을 맡았다. 혼란을 야기하려는 목적으로 시민들 틈에 잠입하지만 광주의 참상을 목격하는 과정에서 이념의 변화를 겪게 되는 인물이다.


'광주'는 올해 처음으로 관객을 만나는 창작 초연작이다. 민우혁은 "빨리 관객을 만나고 싶다는 마음이 첫 번째였다. 너무 훌륭한 작품이 탄생했다는 마음에 설레고 작업이 즐거웠다. 또 이 작품에 대해 알면 알수록 우리나라의 역사를 다룬 작품이다 보니 가슴이 계속 먹먹해지더라"고 작품을 만난 소감을 전했다.


이어 "이런 역사가 무대에서 관객들에게 보여졌을 때 관객들은 어떤 생각을 하면서 이 작품을 보실지가 궁금하기도 하고 걱정도 많이 됐다"며 "막상 공연이 올라갔을 때 다른 작품이랑은 다르게 기분이 조금 이상했다. 그동안은 공연을 열심히 준비해서 보여드렸을 때 박수를 받으면 후련한 느낌, 보상받는 느낌이었다. 근데 이 작품은 박수 소리부터가 다르다. 무거운 소리가 들린다. 저도 처음 겪는 일이라 뭉클하기도 하고 먹먹한 마음도 있다"고 작품이 지닌 무게감에 대해 이야기했다.


"책임감도 있고 부담감도 있어요. 소재가 소재이다 보니 조심스러운 면도 있고, 모두가 공감하는 이야기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분명히 있으니까요. 그래서 작품에 조금 더 집중을 하고, 박한수라는 인물이 실존하지는 않았지만 인물에 조금 더 집중하려고 했어요."


[NC인터뷰]'광주' 민우혁


에이스 편의대원이지만 5·18 민주화운동을 통해 급격한 심리 변화를 겪는 인물. 그의 내적 갈등을 관객에게 전달해야 하는 민우혁은 박한수에게 다가가는 과정에서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그는 "편의대원으로 작전에 투입됐다가 생각지도 않은 여린 존재를 마주하게 된다. 그러면서 왜 이 사람들은 우리가 겁을 줬는데도 무릎을 꿇지 않고 싸우려는 의지가 강한지 생각하며 흔들렸던 것 같다. 그런 개연성 전개가 빠르다 보니 애를 많이 먹기는 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처음 연습을 할 때는 걱정을 많이 했다. 캐릭터가 중심을 잡아야 하는데 잘 표현이 안 되다 보니 어려움을 겪었다. 연출님과 얘기를 하면서 최대한 박한수가 중심을 잡을 수 있게 했다. 그 어느 작품보다 연출님과 대화를 많이 했다"고 덧붙였다.


또 "부마항쟁을 경험한 베테랑이지만 그 당시에도 마음이 좋지 않았던, 그래서 다시 작전에 투입됐을 때 임무에 대한 고뇌가 있는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박한수도 세뇌당한 악마 같은 군인이기 싫은데, 어쩔 수 없이 작전에 투입이 됐다가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흔들려서 변하는 캐릭터를 만들어 보려고 했다"고 말했다.


"박한수는 많은 사건을 경험하면서 인간으로서 생각을 많이 했을 것 같아요. 여러 일을 겪으면서 그들의 눈을 봤고, 그러면서 흔들렸던 것 같아요. 박한수의 마지막 선택은 자기가 그동안 했던 악마 같은 짓들에 대한 죄책감을 덜기 위한 선택이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그러면서도 그런 것들이 용서를 받기 위한 행위로 보이면 안 된다는 생각이 컸어요. 저 자신도 혼란스러웠죠. 결국에는 모든 행동이 박한수를 용서해달라는 모습으로 보이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NC인터뷰]'광주' 민우혁


공연 개막 후에도 민우혁의 고민은 계속되고 있다. 조금 더 완성도 높은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공연이 거듭될수록 대본이 조금씩 수정되고 있기 때문. 그는 "첫 번째 공연과 두 번째 공연 사이에 연기 노선 자체가 많이 바뀌었다. 허인구라는 인물이 박한수에게 연민을 느끼다 보니 박한수만 불쌍하게 만들려고 하는 부분이 있어서, 그런 연민을 다 뺐다. 너무 좋더라. 배우들은 계속 연구하고 대본을 읽다 보니 개연성은 스스로 찾기 마련이지 않나. 근데 보시는 관객분들에게 설득이 안 된다면 수정돼야 맞다고 생각한다"고 솔직한 생각을 전했다.


많은 어려움을 겪으며 작품을 향한 애정은 더욱더 두터워졌다. 민우혁은 하루에 10시간씩 연습에 몰두하며 작품을 준비했고, 새롭게 알게 된 광주의 이야기에 피를 끓는 분노를 느꼈다. 특히 한국 역사를 다룬 작품에 출연하는 것이 처음이라 감정이 더욱더 깊게 다가왔다. 또 무대에 오르는 모두가 주인공인 작품이기에, 함께하는 배우들에게도 많은 것을 배웠다.


민우혁은 작품을 향한 애정을 재차 드러내며 "한국의 '레미제라블'이 될 거라고 믿는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이어 "너무 좋은 배우들이고, 다들 연기를 너무 잘한다. 그냥 보고만 있어도 눈물이 난다. 이번에는 내 것만 잘하자는 느낌이 아니라 이 배우를 마주했을 때 어떤 감정을 받을 수 있을까, 또 내가 뭘 줄 수 있을까가 너무 궁금했다. 연습 내내 정말 작품 얘기밖에 안 했다. 좋은 배우들을 만나니 영향을 많이 받더라"고 했다.


[NC인터뷰]'광주' 민우혁


고선웅 연출과의 작업이라는 점도 '광주'를 선택한 이유 중 하나였다. 민우혁은 "사람들이 왜 고선웅 고선웅 하는지 알겠다.(웃음) 배우들이 사랑하는 연출님이다. 큰 그림을 가지고 계시지만 배우들 개개인이 생각하는 걸 다 들어주시고 최대한 배우들이 불편하지 않게 반영을 해주면서 큰 그림을 유지하려고 한다. 멋있는 선장 같은 느낌이다. 리더쉽도 좋고 연출가로서도 너무 훌륭하시다. 연출님께 '연출님이 하시는 작품이 뭐든 저는 꼭 같이하겠다'는 말씀도 드렸다"고 강한 믿음을 드러냈다.


"이 작품을 통해 저 자신도 많이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아요. 평상시에는 리액션이 굉장히 큰 편인데, 이번에는 말이 안 나올 정도의 슬픔을 느끼면서, 어떻게 보면 감정이 없냐고 할 정도로 보이려고 노력했어요. 그러다 보니 표현하고 싶은 걸 다 표현했을 때와 다른 감정이 들더라고요. 그동안 제가 했던 연기 스타일과 달라진 것 같아요. 제가 더 많은 표현을 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연출님의 생각과 제 생각이 더해져서 더 입체적인 인물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도 다시 알게 됐죠. 이번 작업이 좋은 경험이 됐어요."


민우혁은 '광주'를 통해 약 8개월 만에 다시 무대에 오르게 됐다. 그동안 쉼 없이 달려왔기에 짧은 휴식기가 재충전의 시간이 됐을 법하지만, 그는 오히려 "쉬는 게 무서웠다"고 털어놨다. 이어 "다시는 무대에 못 설까 봐 무서웠다. 그동안 성대를 혹사하는 공연을 많이 했는데, 목도 근육이다 보니 적응이 되더라. 몇 달 간 쉬고 노래를 부를 일이 없었으니 성대가 건강해졌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노래를 너무 안 해서 재채기를 하다가 목이 쉬었다. 그때 너무나 큰 공포를 느꼈다. 그래서 밤마다 차에 가서 노래를 부르면서 근육이 사라지지 않게 연습을 했다"고 힘들었던 시간을 떠올렸다.


[NC인터뷰]'광주' 민우혁


마지막으로 민우혁은 '광주'의 관전 포인트로 배우를 꼽았다. 그는 "배우 개개인의 능력이 너무 뛰어나다. 무대 위 어느 곳에 시선을 둬도 그들의 드라마가 계속 펼쳐지고 있다. 이 작품을 위해 모인 배우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연기하고 있다. 그 에너지가 정말 크다"고 말했다.


"책임감이 커요. 우리의 역사를 다시 돌아보게 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고, 조심스럽지만 이런 역사적 사실을 모르셨던 분들도 목숨을 걸고 싸운 사람들, 억울하게 죽어간 사람들이 있었다는 걸 알게 되셨으면 좋겠어요. 그분들이 어떤 각오와 마음으로 민주화운동을 했는지, 또 배우들이 얼마나 큰 사명감을 가지고 그분들을 연기하는지에 대해 느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사진=김태윤 기자



이솔희 기자 sh040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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