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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인터뷰①]'킹키부츠' 강홍석, '인생캐'를 다시 마주한다는 것

입력 2020.10.25 15:00 수정 2020.10.25 15:00

[뉴스컬처 이솔희 기자] '인생캐'(인생 캐릭터)의 또 다른 말은 부담감이다. 자타공인 '인생캐'인 '킹키부츠'의 롤라로 돌아온 강홍석 역시 더 좋은 무대, 더 매력적인 캐릭터에 대한 부담감을 마주했다. 하지만 걱정은 기우였다. 마음 한편에 자리 잡았던 부담감은 4년 만에 재회한 캐릭터와 다시 가까워지며 이내 흥겨움으로 형태를 바꿨고, 관객을 또 한 번 강홍석의 롤라에게 푹 빠지게 했다.


뮤지컬 '킹키부츠'(제작 CJENM)는 구두공장을 되살리기 위해 80CM 킹키부츠 만들기에 나서는 찰리와 롤라의 이야기를 그린다. 드랙퀸 롤라 역을 맡은 강홍석은 초연, 재연에 이어 이번 네 번째 시즌 무대에 오르고 있다.


[NC인터뷰①]'킹키부츠' 강홍석, '인생캐'를 다시 마주한다는 것


강홍석은 "다시 만나 기분이 너무 좋다. 이번 무대를 위해 많은 걸 준비했다. 몸도 다시 만들고 스케줄 같은 부분도 많이 정리했다. 작년부터 준비를 해오고 있었다. 연습 첫날 오랜만에 하니까 정말 설레더라"고 '킹키부츠' 무대에 다시 서게 된 소감을 전했다.


이어 "부담감도 있었다. 하지만 연습을 할수록 즐거우니까 부담감을 잊게 되더라. 이번 시즌에는 롤라를 조금 더 거대하게 보이게 하려고 근육도 많이 키웠다. 근데 몸을 키우고 체중이 올라가다 보니 무릎에 무리가 갔다. 그래서 한동안 보호대를 차고 무대에 올랐었다. 또 몸이 너무 커지다 보니 롤라와 안 어울리는 부분이 있어서 근육을 다시 빼기도 했다"고 말했다.


강홍석이 말하는 이번 '킹키부츠'의 특징은 '편안함'이다. 실제로 강홍석은 지난 시즌에 비해 조금 더 부드러운 몸짓과 대사 톤으로 롤라를 그려내고 있다. 외적인 매력보다 내적인 아름다움을 더욱 드러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는 "초재연 때는 제가 가지고 있는 색깔과 강한 느낌을 보여드려야겠다고 생각했다면, 이번에는 극을 차분하게 바라보게 됐다. 롤라가 서 있는 것만으로도 작품은 충분히 흘러가니, 사람들이 어울려 사는 모습에 대해 전해드리는 게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조금 더 편안하게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NC인터뷰①]'킹키부츠' 강홍석, '인생캐'를 다시 마주한다는 것


이어 "웃겨야 한다는 부담감 없이 그냥 롤라가 살아온 얘기를 잘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러니 코미디 적인 부분도 더 잘 살더라. 롤라라는 캐릭터에 있어서는 할 수 있는 만큼은 다 해본 것 같다. 그래서 오히려 더 편하다. 그러다 보니 나를 보여주는 것보다 관객을 즐겁게 하는 게 포인트라고 생각했고, 작품이 주는 메시지를 전하는 게 정답이라고 생각했다"고 이번 시즌 변화의 이유를 이야기했다.


또 "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초연, 재연 때 연구를 많이 했다. 초연 때는 누구에게나 다 생소한 캐릭터 아닌가. 그래서 더 설득할 수 있게, 더 예쁘게 보이려고 노력했다. 근데 이제 '킹키부츠'라는 작품 자체가 많은 사람에게 알려졌고, 그러면서 내적으로 아름다운 사람이 돼서 겉으로 아름답게 보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오랜 시간 롤라와 함께한 만큼 롤라에 대한 생각도 깊었다. 강홍석은 "자신이 많이 아파봤을 사람이다. 작은 일, 큰 일을 구분하지 않고 모든 것을 포용할 수 있는 사람인 것 같다. 특히 롤라가 살았던 시대에는 롤라를 정말 이상하게 봤을 것이다. 하지만 아픔이 많았던 만큼 웬만한 일은 이 친구에게 다 쉬울 것이다. 어느 상황에서도 유머를 뽐낼 수 있는 사람이다. 그게 진정한 아름다움이지 않을까"라고 캐릭터를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NC인터뷰①]'킹키부츠' 강홍석, '인생캐'를 다시 마주한다는 것


롤라는 찰리가 막말을 퍼부어 상처받고 떠났다가도, 그를 위해 다시 돌아온다. 모든 것을 포용할 수 있는 롤라의 진면모가 드러나는 순간이다. 강홍석은 "사실 남자들은 더 심하게 싸워도 일주일 뒤에 소주 마시면서 푸는 경우가 많다.(웃음) 저는 그때 찰리의 마음이 너무 이해된다. 아버지는 돌아가셨고, 공장에도 문제가 생기고, 직원의 생계도 자신이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다. 너무 힘들었을 것이다. 물론 조금은 기분이 상했겠지만"이라고 웃으며 롤라 그 자체가 된 듯 대인배의 면모를 보였다.


이어 "그 후 아버지의 앞에서, 내가 좋아하는 모습으로 노래를 한다. 그러면서 감정도 많이 풀어졌을 것이다. 사실 감정이 풀어지지 않았어도 롤라는 찰리의 패션쇼에 갔을 거라고 생각한다. 멋진 사람이니까. 마지막에 롤라가 등장할 때 사실 극에 있어서는 당연한 흐름 아닌가. 근데 그게 정말 감동적이다. 관객분들도 너무 좋아해 주신다. 그 장면이 너무 좋다"고 말했다.


강홍석은 지난해 한 아이의 아빠가 됐다. 아빠가 되고 난 뒤 롤라와 아버지의 서사가 더욱 마음 깊이 다가올 터. 그는 "아빠가 되고 보니 롤라 아빠처럼 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 당시에는 롤라가 가는 길이 전혀 다른 길이고, 생각지도 못한 길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요즘은 자유로운 세상 아닌가. 저는 제 딸은 절대 그렇게 안 키울 거다. 남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만 안 한다면 뭐든 괜찮다"고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함박웃음을 지으며 '딸 바보'의 면모를 드러냈다. 강홍석은 "저와 정말 똑같이 생겼다. 닮은 부분도 정말 많다. 요즘에는 환불원정대 노래가 나오면 춤을 춘다. '킹키부츠' 노래를 들으면 안무를 따라 한다. 정말 신기하다. 그렇게 하면 엄마, 아빠가 좋아한다는 걸 아는 것 같다. 딸이 아빠의 직업을 좋아해 줄 때 정말 행복하다. 뮤지컬 배우를 한다고 하면 적극적으로 밀어줄 생각이다"라고 미소 지었다.


[NC인터뷰①]'킹키부츠' 강홍석, '인생캐'를 다시 마주한다는 것


강홍석을 비롯해 이석훈, 김지우, 고창석, 심재현 등 많은 배우가 '킹키부츠'와 여러 시즌을 함께 하고 있다. 강홍석은 "좋은 작품은 많지만 계속하고 싶다는 마음이 드는 것은 따로다. 이 작품은 너무 신나는데 다 울고 있다. 배우도 울고 관객도 운다. 그게 공감의 맛인 것 같다. 그냥 친구가 되어줄게라는 얘기임에도 다 울고 있다. 그 힘 때문에 '킹키부츠'를 계속하게 되는 것 같다. 그래서 많은 분들이 '킹키부츠'를 힐링이라고 해주신다. 보고 나면 집에 가는 길이 정말 행복하다고 하시더라"고 말했다.


강홍석은 '킹키부츠' 초연 당시를 여전히 생생하게 기억한다. 그는 "힐을 처음 신고 연습했는데 연습이 끝나고 나니까 다리가 움직이질 않더라. 육체적 고통을 안겨줬던 작품이다.(웃음) 초연 때 운이 정말 좋아서 회차가 많았다. 정확히 57회 공연을 했다. 관객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서 정말 행복했다"고 회상했다.


실력이 뒷받침됐기에 운도 따라왔을 터. 하지만 강홍석은 "실력은 누구나 있다. 그 시기에 어떤 작품을 만나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 이게 운인 것 같다. 사실 잘하는 친구들이 정말 많다. 저는 그중에서도 '킹키부츠'라는 작품을 좋은 시기에 운명처럼 만난 거다. 어떤 시기에 어떤 작품을 만나 시너지가 발휘되느냐가 1번인 것 같다"고 겸손하게 대답했다.


강홍석은 2014년 처음 '킹키부츠'를 만나 배우로서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히 알렸고, '인생캐'라는 호평을 받은 것은 물론 뮤지컬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인간 강홍석으로서는 '킹키부츠'를 통해 아내를 만났고, 공연 중 결혼을 했고, 아빠가 됐다. 그의 인생을 바꾸게 해준 작품인 것이다.


그런 그에게 '킹키부츠'는 어떤 작품이냐고 묻자 강홍석은 "말로 표현이 될까"라고 미소 지었다. 그는 "너무 소중하고 감사하다. 나를 숨 쉬게 해주고 웃게 해주는 작품이다. 이것만큼 더 행복한 게 있을까. 물론 감사하게도 너무 좋은 작품을 많이 해왔다. 하지만 '킹키부츠'는 제가 많은 분에게 알려질 수 있었던 작품 아닌가. 이렇게 고마울 수가 없다. 저는 뮤지컬이 제 천직이라고 생각하며 살고 있다"고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NC인터뷰①]'킹키부츠' 강홍석, '인생캐'를 다시 마주한다는 것


제리 미첼이라는 믿음직한 동료를 얻게 된 작품이기도 하다. 제리 미첼은 '킹키부츠'에서 연출과 안무를 맡았다. 강홍석은 "가끔 연락을 한다. 제가 결혼하기 전에 제리 미첼이 한국을 떠나게 됐는데, 말도 안 했는데 축의금 봉투를 건네주면서 '잘할 걸 아니까 간다'고 말해준 적이 있다. 너무 멋있어서 펑펑 울었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지난 시즌에는 제가 '킹키부츠'를 안 했는데, 제가 공연 중인 작품을 보러 오시기도 했다. 저에게 너무 좋은 선생님이고 형이다. 국적도 다르고 말도 잘 안 통하지만 느낌이 통한다. 제가 뉴욕에 가서 만나기도 했다. 가서 '킹키부츠' 공연을 보고 백스테이지 투어도 해주셨다"고 애틋함을 표현했다.


오는 11월 1일 막을 내리는 '킹키부츠'. 강홍석은 진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코로나19로 인해 힘들지 않았나. 한 3주 전부터 객석이 많이 차고 '킹키부츠'의 느낌이 오기 시작했는데 얼마 안 남아서 너무 아쉽다. 하지만 이 시기에 다들 힘드신데도 즐겁게 노래하고 연기할 수 있어서 너무 감사하다. 이 어려운 시기에 관객분들이 와주신다는 것 자체가 힘들다는 걸 안다"고 관객을 향한 고마움을 표했다.


마지막으로 '킹키부츠'의 다음 시즌에도 강홍석의 롤라를 만날 수 있냐고 물었다. 강홍석은 활짝 웃으며 "당연히 와야죠"라고 대답해 멈추지 않을 '홍롤라'의 흥을 기대케 했다.


사진=김태윤 기자



이솔희 기자 sh040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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