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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인터뷰①]'스모크' 김태오, 정답이 아닐지라도

입력 2021.01.17 19:00 수정 2021.01.17 19:01

[뉴스컬처 이솔희 기자] 뮤지컬 '스모크'는 난해하기로 유명한 이상의 시를 모티브로 한다. 쉽게 정의하기 힘든 세 명의 인물이 등장하고, 은유적인 표현도 많다. 그래서 보는 사람에 따라 해석의 여지가 다양하고, 한 번에 이해하기도 쉽지 않다. 하지만 보면 볼수록, 알면 알수록 그 매력에 빠져들게 되는 작품이다.


그렇기에 김태오 역시 자신의 해석으로 인해 관객의 시야가 좁아지는 것을 경계했다. 그는 자신의 생각이 정답이 아님을 재차 강조하며 조심스럽게 '스모크'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놨고, 깊은 고민의 결실들이 인터뷰 장소를 가득 채웠다. 그의 생각이 정답은 아닐지라도, '스모크'라는 작품에 처음 발을 내딛는 관객을 이끌어줄 안내서의 역할은 톡톡히 하지 않을까.


[NC인터뷰①]'스모크' 김태오, 정답이 아닐지라도


뮤지컬 '스모크'(연출 추정화, 제작 더블케이필름앤씨어터)는 근대문학의 모더니스트 이상의 연작 시 '오감도(烏瞰圖) 제15호'에서 모티브를 얻어 제작된 작품으로, '초(超)', '해(海)', '홍(紅)' 세 명의 인물을 통해 시대를 앞서 나간 '이상'의 천재성, 절망, 희망 등을 무대 위에 펼쳐낸다. 지난해 9월 개막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로 인해 개막을 한 차례 연기해 지난해 12월 막을 올렸다.


김태오는 "처음에는 참 어렵다는 생각을 했다.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작품이었다. 사건이 쭉 나열되는 형식이라서 관객분들이 따라올 수 있을까 싶었다. 그래서 내가 어떻게 이해하고 분석해야 객석에 잘 전달이 될 수 있을까에 대해서 고민이 많았다. 인물의 변화도 있고, 시간의 변화도 있다 보니 개연성을 가장 중요시 생각했다"고 작품에 임하며 중점을 둔 부분에 대해 이야기했다.


김태오는 바다를 꿈꾸는 소년 '해'를 연기한다. 긴장감 넘치는 극 속에서 숨통을 틔워주는 순수한 역할이다. 그는 "모든 기억을 잃어서 유아기로 퇴화한 인물이라고 정의를 내렸다. 대본에는 12-13세라고 되어있는데, 저는 그보다 더 어린 6-7세 정도의 아이라고 생각했다. 고집도 있고 자기 마음대로 행동하고, 겁도 없는 인물로 표현하려고 했다"고 캐릭터에 대해 설명했다.


무대에는 세 인물이 등장하지만, 해는 실제로 존재하는 이상(김해경)으로, 초와 홍은 해에게서 파생된 관념을 의인화한 존재로 그려지는 것이 작품의 특징이다. 이에 갈등을 벌이던 세 인물의 정체가 점차 드러나면서부터 재미를 극대화한다. 김태오는 "홍은 김해경의 기억이다. 기억에는 고통도 있고 사랑도 있고, 추억도 있고 감정도 있지 않나. 인간이 너무 힘들면 기억을 잊지 않나. 해가 홍을 떼어내고 깊은 곳에 가두는 게 그런 과정을 표현한 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김해경은 홍이라는 존재를 거울에 가두지 않았나. 홍을 납치하는 건 기억을 마주하러 간다는 행위다. 해가 홍을 마주하고도 그의 존재를 기억하지 못하는 건, 고통스러운 현실로 인해 기억을 잃었던 이상이 자신의 기억을 깨닫지 못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NC인터뷰①]'스모크' 김태오, 정답이 아닐지라도


홍이 해의 기억이라는 게 밝혀지기 전, 해와 홍의 사이가 어딘가 로맨틱하게 그려지기도 한다. 이에 대해 김태오는 "공연으로서의 재미를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라며 "공연을 보는 관객분들의 입장에서, 처음부터 홍을 납치하는 모습이 나오고, 그러다가 해와 홍이 애틋해지면서 로맨스인가 싶기도 하고, 셋이 대면했을 때는 치정극인가 싶기도 하고. 그렇게 혼란스러웠다가 결국에는 셋이 하나였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계속해서 의문이 들면서 공연 보는 재미를 주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고 이야기했다.


"또 다른 의미로는, 해가 홍을 대면했을 때, 즉 내가 내 기억을 대면했을 때의 애틋함은 '자기애'라고 생각해요. 겉으로 보여지는 건 남자와 여자 사이의 로맨스이지만, 결국 홍은 해의 기억이기 때문에 자기애라고 생각할 수 있는 거죠."


또 다른 인물인 초에 대해 묻자 김태오는 "초라는 인물이 너무 재미있다"며 눈을 반짝였다. 그는 "정신분열의 일환으로 생각했다. 두 사람이 거울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지 않나. 그게 거울을 보고 있는 내가 혼잣말을 하는 것처럼 보여지면 어떨까 생각했다. 자살하지 못하고, 글을 내려놓지 못하는 고뇌의 상태에서 거울을 바라봤을 때 이상의 모습인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거울 속에 있는 나를 끌어낸다는 표현도 현실을 도피하는 행위다. 현실에서 도피하고 나서도 고통스럽다는 걸 깨닫고, 그 이유가 삶에 대한 모든 기억 때문이라는 걸 깨달은 해가 홍을 더 깊은 거울 속에 가두게 된다"고 극 중 인물들의 행동에 대해 설명했다.


"초의 목적은 하나예요. 죽는 것. 초는 김해경이 죽으려고 꺼내놓은 인물이니까요. 김해경으로서는 죽어야만 모든 게 마무리가 되잖아요. 그래서 초가 해에게 '홍을 납치해서 돈을 가져와야만 바다로 갈 수 있다'는 거짓말을 하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홍을 납치한다는 건 곧 기억을 되찾아오는 거고, 기억을 되찾고 온전한 김해경이 되어야 죽을 수 있기 때문이죠."


[NC인터뷰①]'스모크' 김태오, 정답이 아닐지라도


수많은 질문에도 당황하는 기색 없이 하나하나 진지한 답변을 이어가던 김태오는 "흥미로운 소재인 것 같다. 제가 이런 이야기를 몸으로 표현할 수 있다는 게 재미있다. 연습을 할 때는 극한까지 갔었다. 그때는 작가님의 글을 최대한 가슴에 와닿게 하기 위해 노력했다. 많이 울고, 많이 소리 지르고, 많이 두려워했다. 초와 홍을 바라볼 때 무섭고, 다 깨달은 후에는 슬프고 외로웠다. 해로서의 모든 감정이 와닿았다. 그런 연습을 거치고 난 후 느끼는 게 정말 많았다"고 작품을 향한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스모크'를 통해 한층 더 성장하게 됐다. 김태오는 "연기를 대하는 것에 대한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조금 내려놓게 된 것 같다. 땀이 저만의 지표였다. 이전에는 모든 공연을 할 때 심할 정도로 땀을 흘렸다. 그런데 이제는 땀을 덜 흘리자는 생각으로 한다. 열심히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무대 위에서 내가 너무 아등바등 버티고 있는 것처럼 보일까봐 그렇다. 이제는 공연이 끝나고 땀이 많이 안 났으면 '침착했구나' 싶다"고 미소 지었다.


사진=김태윤 기자



이솔희 기자 sh040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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