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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인터뷰①]'킹스 스피치' 양서빈, 엘리자베스로 다시 태어나기까지

입력 2021.01.17 23:30 수정 2021.01.17 23:30

[뉴스컬처 이솔희 기자] "버티와 손을 잡을까 말까, 모자를 벗을까 말까, 장갑을 뺄까 말까.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고민했어요. 정말 눈에 안 보여서, 관객분들은 모르실 정도로요."(웃음)


매 작품 섬세하게 인물을 마주해왔지만, 영국인의 존경을 한 몸에 받은 왕비 엘리자베스를 연기해야 하는 마음가짐은 한층 특별했다. 실존 인물을 연기하는 만큼 역사적 자료를 여럿 찾아봤고, 엘리자베스의 일화를 찾아보며 인물과 하나가 되기 위한 시간을 가졌다. 영국 왕실의 예법을 공부하면서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스타킹 하나, 장갑 하나까지도 신경을 썼다. 그렇게 양서빈은 연극 '킹스 스피치' 속 엘리자베스로 다시 태어났다.


[NC인터뷰①]'킹스 스피치' 양서빈, 엘리자베스로 다시 태어나기까지


연극 '킹스 스피치'(연출 김동연, 제작 연극열전)는 영국에서 가장 사랑받았던 왕 조지 6세와 그의 언어 치료사 라이오넬의 이야기를 다룬다. 콜린 퍼스 주연의 동명 영화로 잘 알려져 있다. 양서빈은 조지 6세의 아내이자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주는 엘리자베스 역을 맡아 무대에 오른다.


양서빈은 "작품을 처음 접한 건 영화였다. 영화를 보고 든 생각은 '배우들이 연기를 너무 잘한다는 것'이었다.(웃음) 그때는 '실화를 바탕으로 했구나' 정도의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그런데 텍스트로 보니 훨씬 재밌고, 더 가깝게 다가왔다. 어떤 작품이든 공연을 할 때마다 이 시기에 왜 이 작품이 올라가야 하는지를 고민하는 편이다. 이번에는 연말에 따뜻한 감동과 위로를 주는 작품을 하고 싶다는 것이 이유였다"고 작품을 함께하게 된 계기를 이야기했다.


자신이 연기하는 캐릭터에 대해서는 "엘리자베스를 연기하면서 느껴지는 건 사랑이 많은 분이라는 것이었다. 내가 드러내서 연기하지 않더라도 그분이 가진 사랑을 잘 표현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지 6세의 청혼을 거절할 정도로 평범한 삶을 원했던 사람인데, 사랑하는 남편의 자리가 피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 보니 그걸 지키기 위해 노력했던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영국에 대한 사랑도 엄청났던 것 같다. 그래서 굳건하고 단단한 모습이 있다. 그런 부분을 어떻게 보여줄 수 있을까 고민했다. 결국 버티(조지 6세)를 있는 그대로의 버티라고 생각하고, 내가 있는 그대로의 엘리자베스라고 생각하는 방법밖에는 없었다. 엘리자베스에게 공감하려고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NC인터뷰①]'킹스 스피치' 양서빈, 엘리자베스로 다시 태어나기까지


부드러움 속 단단함. 극 중 엘리자베스와 배우 양서빈은 같은 이미지를 풍겼다. 그는 "제가 연기하니 제가 가진 성향이 나온 것 아닐까"라며 "엘리자베스는 버티가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버티가 예민한 느낌이라면 엘리자베스는 부드러운 느낌이다. 버티를 보완해줄 수 있는 사람인 것이다. 엘리자베스라는 사람 자체가 사랑스러웠기 때문에 연기를 할 때도 그렇게 보이는 것 같다"고 미소 지었다.


"저와 실제 엘리자베스는 정말 안 닮았거든요. 그런데 엄마의 젊은 시절 흑백 사진을 봤는데 엘리자베스랑 똑같은 거예요. 엘리자베스가 왜 이렇게 낯이 익고 좋은가 했더니 엄마를 닮은 거였어요. 엘리자베스 할 인연이었나 싶었죠."(웃음)


생전 엘리자베스가 '킹스 스피치'의 데이비드 세이들러 작가에게 '자신이 살아있을 때는 이 이야기를 쓰지 말아 달라'고 요청했다는 일화가 있다. 이에 대해 양서빈은 "남편의 치부이자 왕실의 치부, 우리 가족의 치부가 드러나는 것 아닌가. 제일 싫은 건 남편의 어린 시절 아픈 과거가 드러나는 것이었을 것 같다. 추억하는 건 좋지만 쉽게 입에 오르내리는 걸 원치 않았을 것이다. 나 같아도 그런 요청을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킹스 스피치'에는 말더듬증을 이겨내고 국민 앞에선 조지 6세의 연설이 담겨있다. '지금이 우리 역사상 가장 운명적인 순간일 것. 어떠한 난관과 희생이 따르더라도 우리는 반드시 이 전쟁에서 승리할 것'이라는 내용이다. 제2차 세계대전 시기 영국 국민을 하나로 만든 연설임에도 현재 코로나19 시국과 맞닿아있는 메시지를 지니고 있다.


양서빈은 "연설을 듣고 있으면 정말 벅차다. 그 장면을 연기하는 버티 배우들은 더 그럴 것"이라며 "연습할 때는 연설 장면을 들으면서 눈물을 흘린 적이 없는데, 무대에서 관객과 만나니 그 대사 하나하나가 마음에 박히더라. 나도 모르게 눈물이 뚝뚝 흘렀다"고 전했다.


[NC인터뷰①]'킹스 스피치' 양서빈, 엘리자베스로 다시 태어나기까지


박정복, 조성윤이 버티(조지 6세) 역으로 함께한다. 양서빈은 "두 사람이 너무 다르다. 그런데 두 사람 다 놀라울 정도로 정말 버티같다. 성격도 다르고 외모도 다르다. 그런데 두 사람대로의 버티가 있다. 연습 방식도, 작품을 대하는 방식도 정말 다른데 두 사람 다 버티 그 자체다"라고 놀라워하며 "정복 버티는 단단한데 여리고, 성윤 버티는 부드럽고 견고하다"고 표현했다.


이어 "두 사람 다 무대에서 감동을 준다. 정말 좋은 파트너다. 배우가 주는 에너지가 다르기에 제 반응도 다를 수밖에 없고, 무대 위에서 동선도 달라진다. 같은 장면이어도 성윤 버티는 제가 손을 내밀어서 일으켜 세운다면, 정복 버티는 대사를 다 하고 본인이 와서 저를 안아주고 간다. 두 사람이 대사를 다르게 하는 부분도 있다. 두 사람이 다르다 보니 나도 그에게 안정감을 줄 수 있는 방법을 찾게 된다"고 연기 호흡에 대해 이야기했다.


엘리자베스는 양서빈이 전작인 '아들'에서 연기했던 소피아와 일정 부분 닮아있다. 소피아 역시 남편의 든든한 지원군이자 단단한 내면을 지닌 인물이다. 양서빈은 "아내, 그리고 남편을 위해주는 입장이라는 공통점이 있었지만 처한 상황이 다르지 않나. 텍스트 상 완전히 다른 인물이다 보니 특별히 차별화를 두는 부분은 없었다. 그 인물 그대로를 받아들이고 보여드리려고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NC인터뷰①]'킹스 스피치' 양서빈, 엘리자베스로 다시 태어나기까지


'킹스 스피치'는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방역 수칙인 '두 칸 띄어앉기' 좌석제로 공연 중이다. 양서빈은 "공연을 할 수 있다는 게 정말 감사한 시기다. 무대가 귀하다는 걸 다시금 느끼고 있다. 객석을 채워주시는 관객분들에게 한분 한분 찾아가서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은 마음이다. 마스크로 가려져 있어 알아보기 쉽지 않지만, 커튼콜 때 만큼은 관객분들의 눈을 하나하나 보려고 노력한다"고 힘든 상황에도 공연장을 찾아주는 관객을 향한 고마움을 전했다.


"기립박수를 쳐주시는 게 너무 감동적이더라고요. 관객분들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표현이잖아요. 저는 공연을 보면서 기립박수를 딱 두 번 쳐본 것 같거든요.(웃음) 저에게는 엉덩이를 떼는 게 어려운 일이었는데, 관객분들이 이렇게 적극적으로 표현해주셔서 너무 놀랐어요. 정말 뜨거운 마음으로 손뼉을 쳐주셔서 미안하고 고마워요."


사진=연극열전



이솔희 기자 sh040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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