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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②]'호프' 김선영, 매일 새롭게

입력 2021.02.21 16:30 수정 2021.02.21 16:30

뮤지컬 '호프' 김선영 인터뷰

[뉴스컬처 이솔희 기자] 김선영의 '호프'가 관객을 놀라게 하는 이유는, 그가 매 공연 조금씩 다른 모습의 호프를 그려내기 때문이다. 이는 김선영이 '그날 무대에 존재하는 나'에 중점을 둔 덕분이다.


김선영은 "오늘의 나와 내일의 내가 다르지 않나. 물론 어제 좋았던 부분을 또 해야지 라는 생각이 왜 안 들겠나. 그런데 그걸 시도하는 순간 캐릭터가 죽어있더라. 그게 최선이 아니라는 생각을 한다. 호프라는 사람의 배경이나 성격이 정해져 있어도 그 순간의 호프가 어떻게 표현될지에는 정답이 없지 않나. 그날의 감정과 영감이 다 다르기 때문에, 캐릭터도 다 다르게 표현된다. 매일 다르게 하려고 의도하는 것도, 이전의 것을 기억해서 다시 표현하려고 하는 것도 아니다. 그날그날 무대에 존재하는 나에게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매일 조금씩 달라져도 호프는 호프니까요. 저 배우가 진짜 저 캐릭터인 것처럼 착각하게 만드는 게 배우가 할 일이니까요. 무대에서는 긴장감과 자유로움의 균형을 지키는 게 가장 중요한데, 무대에서 가장 자유로울 수 있는 방법은 그 순간에 사는 거예요."


[인터뷰②]'호프' 김선영, 매일 새롭게


특히 이번 시즌 김선영의 호프는 더없이 밝은 모습으로 법정을 떠나 관객에게 울림을 전한다. 이에 대해 김선영은 "극복을 하고 나가는 것 같다. 이제 자유로워졌다는 마음보다는 이제는 원고지를 놔줘도 될 것 같다, 놔줘야 할 것 같다는 생각으로 나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마지막에 케이를 보고 익살스러운 행동을 하는 것도 '너 나 알잖아', '나 잘살 거니까 걱정하지마' 라는 마음이다. 법정에서의 짧은 시간 동안 호프의 삶이 해결되진 않았을 것이다. 그저 호프가 이제는 발을 떼야 할 때라는 걸 알게 됐을 뿐이다. 호프가 그렇게 바보는 아니었을 것이다. 자기 자신을 놔버린 것도 자신의 의지였기 때문에, 원고를 놓고 '어떻게든 살아볼게' 라고 마음먹는 것도 자신의 의지로 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연기의 방향을 정해놓고 연기하지는 않는다. 여태까지 만난 호프는 그런 느낌이다. 모든 게 해소돼서 나가는 게 아니라, 해소를 하기 위해 이제 원고지를 놓고 나가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나가는 것이다. 그게 호프답기도 하고, 김선영이 표현할 수 있는 호프 같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이번 시즌에는 조금 더 여유가 생기면서 호프의 말 하나하나를 곱씹고 되새기자는 생각을 했어요. 그런 삶을 몇십 년 살아온 사람으로서 감정이 꾸덕꾸덕해진 부분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죠. 무뎌질 대로 무뎌진 노파가 자신의 인생을 바라보는 태도는 어떤 것일까 하는 고민을 했어요. 세월이 흐르면서 기억은 있지만 감정은 없어졌을 수 있잖아요. 그래서 초연 때는 감정에 같이 휩쓸리는 느낌이었다면, 이번에는 조금 떨어져 나와서 바라보게 됐어요."


[인터뷰②]'호프' 김선영, 매일 새롭게


호프 그 자체가 된 김선영이지만, 그에게 다가가는 것은 여전히 조심스럽다. 김선영은 "그런 인생을 살아보지 않은 사람이 그의 삶을 어떻게 상상하겠나. 남의 인생을 연기하는 배우가 그래서 어려운 것 같다. 호프 같은 경험을 해본 적도 없고, 그런 경험을 해본 사람을 만나본 적도 없다. 그 감정이 상상은 가지만, 감히 쉽게 얘기할 수는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은 그의 아픔과 상황을 계속 생각하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배우는 타인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연기를 할 수 없다. 타인의 아픈 삶을 연기할 때는 그것에 대한 고민과 조심스러움에 대해 끝없이 생각하는 게 예의다. 그 의지의 끈을 놓으면 안 된다"고 깊이 있는 생각을 전했다.


극 중 K(원고지)는 호프의 삶을 버티게 하는 존재임과 동시에 힘든 삶을 벗어날 수 없게 하는 존재다. 김선영에게는 '뮤지컬'이 그렇다. 그는 "뮤지컬을 하면서 감사하고 기쁜 순간도 있지만 벗어나고 싶은 순간도 있다. 뮤지컬 배우라는 직업을 평생 하고 싶기도 하지만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싶은 마음도 있다. 뮤지컬을 보내줘야 할 때 '너 덕분에 나도 즐거웠다'고 말할 수 있는 정도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인터뷰②]'호프' 김선영, 매일 새롭게


오랜 시간 뮤지컬계 믿고 보는 배우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김선영이지만, 배우로서의 위치보다 캐릭터로서의 위치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는 "어릴 때라면 최고의 배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겠지만, 지금은 그런 게 중요하지 않다. 배우로서 내가 해야 할 것, 또 내가 누리고 있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 현재가 중요하다. 당장 그만둘 수도 있다는 각오로 하루하루를 사는 게 맞다"고 전했다.


이어 "무대에서 내가 어떤 모습으로 있는지가 가장 중요하다. 그게 배우라는 직업으로서, 김선영이라는 인간으로서 자존심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호프라는 책이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됐듯, 김선영이라는 책의 마지막 문장은 어떻게 쓰여질까. 김선영은 "잘 가자"라는 한 마디를 남겼다.


"잘 살았다고 아쉬워하는 게 아니라, 죽음을 잘 받아들이고 하늘로 잘 가자는 마음이에요. 그러면 어떻게 잘 갈까 하면서 또 다른 희망을 가질 수 있을 것 같거든요. 하루하루를 잘 살아서, 잘 갔으면 좋겠습니다."


사진=김태윤 기자



이솔희 기자 sh040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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