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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①]김선영, 10년·20년 뒤에도 '호프'

입력 2021.02.21 16:30 수정 2021.02.21 16:30

뮤지컬 '호프' 김선영 인터뷰

[뉴스컬처 이솔희 기자] "10년 뒤에 다시 만날까요?"


극 중 호프의 나이가 될 때까지 '호프' 무대에 서달라는 요청에, 김선영은 밝게 웃으며 이같이 답했다.


트라이아웃 공연부터 초연을 거쳐 이번 재연까지, 관객의 호평 속 순항한 뮤지컬 '호프'는 좋은 작품과 좋은 배우의 환상적인 시너지를 완벽히 체감하게 한 작품이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김선영이 있었다.


이번 시즌, 짧은 시간이지만 다시 만난 '호프'를 향한 무한한 애정을 드러내며 "'호프'라는 작품이 계속될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고 말한 김선영은 "그렇게 할 수만 있다면 10년, 20년 뒤에도 함께하고 싶다"고 미소 지었다.


[인터뷰①]김선영, 10년·20년 뒤에도 '호프'


뮤지컬 'HOPE: 읽히지 않은 책과 읽히지 않은 인생'(이하 '호프')는 현대 문학 거장의 미발표 원고를 둘러싼 재판을 통해 평생 원고만 지키며 살아온 78세 노파 에바 호프의 삶을 조명하는 작품이다.


'호프'는 지난해 11월 재연의 막을 올렸지만 코로나19의 여파로 인해 공연을 시작한 지 약 2주 만에 공연을 중단하게 됐고, 관객 만날 날만 바라보며 두 달가량 기다림의 시간을 가졌다. 그렇게 지난 2일 공연을 재개해 다시 무대에 올랐다.


공연 재개 후 배우들에게 남은 건 약 3주의 시간뿐이었다. 김선영은 "중단 기간이 길어지다 보니 공연을 마무리할 수만 있길 기도했다. 3주지만 이번 시즌을 마무리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자는 마음"이라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공연 중단이 2주씩 연장되면서 마음이 너무 힘들고 절망감이 들더라. 또 한 번 중단이 연기됐을 때는 절망도 여유가 있을 때 한다는 걸 알게 됐다. 정말 아무 생각도 안 들었다. '호프' 뿐만 아니라 공연계가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에 대한 본질적인 고민이 들 만큼 충격이 컸다. 마음이 복잡했다"고 공연 중단으로 인해 힘들었던 시기를 떠올렸다.


[인터뷰①]김선영, 10년·20년 뒤에도 '호프'

이어 "공연이 재개됐을 때는 또 다른 마음이었다. 무대는 언제나 소중했지만, 관객 만나는 게 이렇게 어려웠던 가에 대한 생각도 하게 되고, 그렇다면 이렇게 어렵게 공연장에 온 관객들을 어떤 자세로 만날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하게 됐다. 매 순간 조심스럽고 감사하게, 묵묵히, 더 좋은 시간이 올 거라는 믿음을 가지고 보낸 시간이었다"고 털어놨다.


"요즘 같은 상황에도 공연 문화가 존재는 해야 하는데, 그게 어떻게 존재해야 할까에 대한 고민도 했어요. 공연계 종사자분들이 이 업계에 종사한다는 이유만으로 상실감이나 소외감을 느끼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했죠. 다들 힘든 시기에 한쪽의 시선으로만 바라봐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고요. 선배의 위치에서 많은 생각이 교차한 시기였어요."


고민 끝에 배우는 작품으로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김선영은 "주어진 작품에서 충실히 해내는 게 제가 할 일이라고 생각했다. 모두들 정서적으로 힘든 시대에 살고 있지 않나. 그런 부분을 공연이 해결해줘야 한다는 생각이 더 커졌다. 그러려면 내가 어떤 작품, 역할로 다가가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커졌다. 관객들과 더 많이 교감하고, 관객에게 더 큰 행복감을 드릴 수 있는 작품을 만나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호프'가 관객분들에게 해답을 줄 수는 없겠지만, 무엇을 향해 살고 있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작품이 됐으면 좋겠다. 공연 덕분에 행복해지고, 삶의 원동력을 찾아가시는 걸 보면서 그것만큼 가치 있고 보람된 일이 있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8주 만에 무대에 섰을 때는 분명히 역할에만 몰입하고 있었는데, 두 달가량의 시간이 무대 위에서 어쩔 수 없이 투영이 되더라고요. 알 수 없는 감정이 휘몰아쳤죠. 감사하고, 기쁘고, 그러면서도 지금 우리는 어디에 와있나 하는 복잡한 마음이었어요."


[인터뷰①]김선영, 10년·20년 뒤에도 '호프'


'호프'는 트라이아웃 공연부터 초연, 이번 재연까지 꾸준하게 사랑받고 있다. 특히 지난해에는 예그린뮤지컬어워드와 한국뮤지컬어워즈에서 총 11관왕을 기록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김선영 역시 두 시상식의 여우주연상을 모두 차지하며 명실상부 '호프'의 아이콘이 됐다.


관객에게 '호프'가 소중한 만큼, 김선영에게도 '호프'는 더없이 소중한 작품이다. 그는 "잘 만들어진 라이선스 작품을 성공적으로 선보이는 것도 좋지만, 어렵게 만든 창작 뮤지컬이 큰 울림을 주면서 좋은 결과를 보여줬을 때 오는 희열이 있었다. 범상치 않은 인물을 만난 덕분에 오랜만에 상을 받았다는 것도 좋았다. (초연 당시) 모든 것의 박자가 잘 맞아떨어져 저에게도 좋은 결과가 있었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한평생 원고만 바라보고 살아온 78세 노파 호프. 무대 위에서 자신의 인생을 마주하고 과거의 나를 되돌아본 후, 그제야 진짜 인생을 찾아가는 인물이다. 그 과정에서 김선영은 한 인물이 지닐 수 있는 모든 감정을 쏟아낸다.


김선영은 호프를 "이제껏 없었던 역할이고, 앞으로도 있을까 싶은 역할"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한 여자의 일생을 관통해서 들려주는 이야기가 세대를 초월한 관객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다는 게 놀랍다. 제가 맡을 수 있는 역할이 점점 한계가 올 텐데, 그 한계를 넘어서 다양한 캐릭터를 시도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무대에서 울고, 웃고, 감정을 쏟아내고, 카타르시스를 느끼면서 공연을 하고 있다. 몇 년 전에는 내가 이런 역할을 만날 수 있을지 생각이나 했을까"라고 작품과 캐릭터를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인터뷰①]김선영, 10년·20년 뒤에도 '호프'


'호프'는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배우 활동을 해온 김선영을 한 번 더 성장하게 해준 작품이다. 그는 "'호프' 후로 캐릭터를 만나는 느낌이 다를 것 같다. 어떤 역할을 하더라도 잘 놀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동안 강렬한 연기를 많이 해오지 않았나. 그런 결 말고 다른 걸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 역할을 이 나이에 만날 줄이야. 힘들지만 재밌는 경험이다"라고 미소지었다.


"며칠 전에 문득 스쳐간 기억인데요, '동네 바보 같은 역할을 해보고 싶어'라는 말을 예전에 했던 기억이 나더라고요. 근데 지금은 그 이상의, 오감을 보여줄 수 있는 호프를 연기하고 있잖아요. 혼자 그 생각을 하고 소름이 끼쳤어요.(웃음)"


사진=김태윤 기자



이솔희 기자 sh040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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