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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인생작 다시 극장에서, 재개봉 영화 효자노릇

입력 2021.03.27 08:00 수정 2021.03.27 08:00

왕가위·장국영 특별전
2000년초 韓영화 소환
재개봉 전용관 개관
'반지의 제왕' 시리즈 인기
이색 기획 마니아층 손짓
극장매출 170% 상승

[뉴스컬처 이이슬 기자] 시간이 지나도 명작의 가치는 변하지 않는다. 좋은 영화는 머금고 음미할수록 더 달콤해지는 홍차처럼 농익어간다. 오늘보다 내일 더 특별하게 다가온다. 세상에 태어나 세월의 흔적이 켜켜이 쌓여 재조명되기도 한다. 영화를 단순한 말로 규정지을 수 있을까. 우리는 극장에 앉아 큰 화면에 펼쳐지는 삼라만상 이야기를 마주한다. 다양하게 느껴지는 희로애락, 어둡고 컴컴한 사이로 풍겨오는 고소한 팝콘 냄새가 뒤섞인 공기. 각 요소들이 한데 뒤엉켜 빚어내는 새로움. 영화는 대체 불가한 감정적 체험을 안긴다. 집이나 휴대전화 등을 통해 관람할 때 느끼지 못하는 것들을 발견하는 공간이 극장이다. 아무리 좋은 컨디션이라 할지라도 극장을 대체할 순 없다.


큰 감동과 여운을 안긴, 평생 두고두고 잊을 수 없는 기억으로 남은 작품. 삶의 무게에 짓눌려 지칠 때 내 영혼을 위로해 줄 영화를 우리는 인생작이라 부른다. 소중한 인생작을 다시 극장에서 볼 수 있다면, 그러한 체험을 다시 할 수 있길 바라는 사람들이 기꺼이 영화관으로 발걸음하고 있다.


[포커스]인생작 다시 극장에서, 재개봉 영화 효자노릇 사진과 본문 내용은 무관함/사진=뉴스1


영화진흥위원회가 발표한 영화산업결산 자료에 따르면, 지난 1월 재개봉작 관객 수는 전월 대비 15.4%, 전년 동월 대비 148.3% 증가한 12만 4,766명이었고, 재개봉작 매출액은 전월 대비 8.2%, 전년 동월 대비 170.4% 증가한 10억 원이었다.


코로나19 3차 유행으로 지난해 12월 개봉을 앞둔 신작 다수 대부분이 줄줄이 무기한 일정을 연기했다. 이로 인해 지난 2월까지 극장은 텅 비었고, 관객수는 감소세를 이어왔다. 극장들은 꽤 오래전부터 꾸준히 재개봉 상영을 해왔다. 주요 인기 작품의 탄탄한 마니아층을 겨냥한 것이었다. 코로나19가 생겨난 후 개봉 신작을 찾아보기 어려워지자 영화관을 찾는 관객 발길이 줄어들었다. 각 극장은 재개봉작 유치에 매진하며 공백을 줄이려 애썼고, 재개봉작 상영을 통해 발생한 매출이 1년 전보다 무려 두 배 가까이 상승했다.


판타지 블록버스터 '반지의 제왕' 시리즈부터 두 번째 1,000만 관객을 달성한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감독 강제규), 왕가위 감독의 인기 영화 '화양연화', '중경삼림' 리마스터링 버전, 2003년 4월 1일 거짓말처럼 세상을 떠난 장국영 추모 기획전 등 역사 속 작품들이 다시 극장에 간판을 걸고 선보인다.



전용관에서 즐기는 특별전

CGV는 지난해 6월 왕가위 감독이 프로듀서로 참여한 6개 작품을 상영한 데 이어 이번에는 그가 연출한 영화 11편을 선보인다. 그는 1990년대부터 2000년 초반까지 독특한 감성과 특유의 영상미학으로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며 인기를 얻었다.


지난 11일부터 상영되는 작품은 ‘열혈남아(1988)’, ‘아비정전(1990)’, ‘중경삼림(1994)’, ‘타락천사(1995)’, ‘해피 투게더(1997)’, ‘부에노스 아이레스 제로 디그리(1999)’, ‘화양연화(2000)’, ‘2046(2004)’, ‘에로스: 왕가위 감독 특별판(2004)’, ‘동사서독 리덕스(2008)’, ‘일대종사(2013)’ 등이다. 특히, 영화 ‘중경삼림’, ‘타락천사’, ‘해피투게더’, 화양연화’, ‘2046’ 5편은 4K 디지털 리마스터링을 통해 밝고 선명한 화질의 영화로 재개봉한다.


[포커스]인생작 다시 극장에서, 재개봉 영화 효자노릇

[포커스]인생작 다시 극장에서, 재개봉 영화 효자노릇


특별관도 생겼다. CGV는 2000년대 전후로 개봉했던 한국영화를 극장에서 다시 개봉하는 시그니처K 상영관을 3월 론칭했다. 이에 앞서 지난해 12월에는 특별관인 별★관을 운영 중이다. 해당 관에서는 ‘1917’, ‘작은 아씨들’ 등을 시작으로 최근까지 총 21편이 상영됐다. 두 관 모두 신작이 아닌, 이전에 개봉한 작품을 기획해 선보이는 재개봉 전용관이다.


17년 전 개봉한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가 시그니처K 관에서 지난 17일부터 상영되고 있다. 2004년 개봉 당시 ‘실미도’에 이어 두 번째로 천만 관객을 동원한 한국영화로 강제규 감독이 연출하고 배우 장동건·원빈이 형제로 출연했다. 지난 19일에는 서울 한 극장에서 관객과의 대화(GV)를 개최하기도 했다. 당일 티켓이 매진되며 관심을 반영했다. 24일부터는 박찬욱 감독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가 상영되고 있다. 20년 전 개봉한 작품으로 송강호·이병헌·이영애·신하균 등이 출연한다. 판문점에서 벌어진 남북 군인들의 총격 사건을 풀어가며 분단의 비극과 진한 휴머니즘을 그린다.


CGV 김홍민 편성전략팀장은 "한국영화의 성장기라고 볼 수 있는 2000년 전후의 작품들을 모아 관객들에게 극장에서 다시 보여드릴 수 있어 매우 기쁘다"며 "코로나19로 인한 어려움을 극복하고 다양한 작품을 극장에서 선보임으로써 한국영화계가 재도약하자는 의미를 담았다"고 말했다.



참신한 기획전 관객 손짓

전국 34개 별★관에서는 18년 전 세상을 떠난 장국영 추모 기획전이 열린다. 4월 7일부터 2주간 '별(★)을 추억하며'를 테마로 ‘아비정전’, ‘해피투게더’, ‘영웅본색 1·2’, ‘성월동화’ 등 총 5편을 상영한다.


‘아비정전’과 ‘해피투게더’는 90년대 홍콩 영화의 아이콘으로 불린 왕가위 감독의 연출작이다. 장국영은 두 편의 작품에서 고독하고 쓸쓸한 그만의 특유한 연기를 펼쳤다. ‘영웅본색1, 2’는 국내에서 1987년과 1988년 개봉했다. 홍콩 누아르 장르의 시초라 불리며 신드롬을 일으키며 장국영을 대스타로 도약케 했다.


CGV 관계자는 "장국영을 추억하는 이번 테마는 별★관의 취지와 가장 잘 어울리는 테마 중 하나가 될 것"이라며 "그의 작품을 감상하며, 앞으로도 영원히 간직할 추억의 시간을 다시 한번 만들어보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반지의 제왕: 반지 원정대'(2001), '반지의 제왕: 두 개의 탑'(2002), '반지의 제왕: 왕의 귀환'(2003)을 비롯한 판타지 장르의 고전 '반지의 제왕' 3부작이 재개봉했다. 세 편 모두 3년 연속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에 올라 3편이 작품상을 비롯해 시각효과상, 촬영상 등 17관왕을 차지했다. 올해 20주년을 기념으로 1편이 지난 11일부터 일주일간 상영된 데 이어 2,3편이 18일부터 일주일간 상영된다. 최초로 아이맥스 관과 4K 리마스터링 버전으로 돌비 시네마에서 상영됐다.


메가박스 관계자는 "돌비 시네마는 관람에 최적화된 설계와 첨단 기술을 통해 영화 그 자체에 온전히 몰입할 수 있게끔 하는 새로운 차원의 극장"이라며 "차별화된 상영관에서 명작의 감동을 다시 한번 새롭게 경험하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포커스]인생작 다시 극장에서, 재개봉 영화 효자노릇


안방 벗어나 다시 극장에, 마니아층 발길

재개봉작은 말 그대로 과거 극장에 개봉한 작품을 이른다. 극장까지 가는 번거로움을 생략하고 IPTV, VOD, OTT 플랫폼 등 안방에서 플레이 버튼을 누르면 시청할 수 있다. 그런데도 재개봉작이 꾸준히 사랑받는 이유는 뭘까.


한 극장 관계자는 "신작이 아닌 기존 개봉한 영화의 경우 극장에 걸리는 과정이 비교적 간단하고 비용 면에서도 단출하다. 많은 관객은 아닐지라도 마니아층이 꾸준히 유입된다는 장점이 있다"며 "극장에서의 영화 관람은 필수가 아닌 선택이 되어버렸지만, 반드시 극장을 찾아 영화를 즐기는 시네필 등 일부 관객은 찾아보기도 한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최근 재개봉작들은 단순히 영화 개봉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굿즈 기획을 동시에 진행한다. 이 역시 마니아층에 반드시 극장에서 영화를 봐야 할 이유를 제공한다"며 "오리지널 티켓, 배지 등을 한정판으로 제작해 영화를 보고 기억하는 장치로 인기를 얻고 있다"고 전했다.


다른 영화 관계자는 "신작이 없으면 관객수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극장들은 단 한 편이 아쉬운 절실한 상황 속 재개봉작에 적극적으로 러브콜을 보내왔다"며 "큰 마케팅 효과를 거두기 위한다기보다 울며 겨자먹기 혹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노력을 기울인 것이다. 따로 소요되는 비용이 없으니 밑져야 본전 아닌가. 게다가 굿즈 판매를 통해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4K 리마스터링 등 작업을 통해 화질이나 음질을 다시 손봐서 선보이고 있다. 이를 통해 관객들은 과거에 느끼지 못했던 새로운 감정을 마주하며 또 다른 재미를 느낀다는 점이 매력적"이라며 "OTT 업체들도 이러한 작업을 통해 작품을 선보이려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극장들도 해당 분야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전용관을 세워 기획전으로 확장해 다양한 영화를 선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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