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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노트①]연극 '관부연락선'에 숨겨진 비밀

입력 2021.03.24 16:05 수정 2021.03.29 15:57

연극 '관부연락선'에 숨겨져 있는 여러 사실들
무대를 가로지르는 배의 정체는?
윤심덕의 친구 김일엽
윤심덕 죽음에 얽힌 이야기

[뉴스컬처 이솔희 기자] 연극 '관부연락선'(연출 이기쁨·제작 플레이더상상·스텝스)은 일본에서 부산으로 향하는 도쿠주마루 관부연락선을 배경으로, 바다에 몸을 던져 삶을 마감한 것으로 알려진 소프라노 윤심덕이 배에 숨어지내던 홍석주에게 구출돼 목숨을 구한다는 상상에서 이야기를 시작하는 작품이다.


실존 인물이 등장하지만 가상의 이야기인 것. 하지만 최대한 실제 윤심덕의 삶을 작품에 녹여내기 위해 노력했고, 두 여성의 우정과 성장을 잔잔하면서도 흡입력 있게 그려내기 위해 다양한 장치를 추가했다. 연극 '관부연락선'에는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을까. 알면 알수록 더 재미있는 작품의 매력 포인트를 파헤쳐보자.


# 무대를 가로지르는 배에 숨겨진 비밀
[컬처노트①]연극 '관부연락선'에 숨겨진 비밀


'관부연락선'은 배 위에서 만난 윤심덕과 홍석주의 이야기를 다루는 작품이다. 그렇기에 무대 디자인 역시 배를 콘셉트로, 홍석주가 밀항을 위해 숨어 지내는 짐칸의 모습을 무대로 옮겨왔다. 공연장에 들어섬과 동시에 시선을 끄는 천막과 객석까지 이어지는 조명, 무대 양옆으로 쌓인 캐리어들은 작품의 분위기를 한껏 강조하며 관객의 몰입을 돕는다.


그중에서도 특히 눈길을 끄는 소품이 있으니, 바로 무대 뒤편을 지나가는 한 척의 배다. 흔들리는 바다를 의미하듯 사선으로 기울어진 무대 뒷배경을 따라 두 사람이 타고 있는 배를 상징하는 작은 모형이 지나가는 것. 공연의 시작과 함께 무대 왼편에서 출발해서, 극 중 두 인물이 배에서 내리는 순간 무대 오른편에 도달해 운행을 멈춘다.


공연 중간, 무대 일부에 의해 배가 가려지는 순간도 있다. 단순히 가려지는 것이 아닌, 치밀한 계산에 의한 연출이다. 홍석주의 몸이 안 좋아지는 장면부터 배가 보이지 않고, 두 사람이 옷을 바꿔입는 장면부터 다시 배가 등장한다.


이기쁨 연출은 "위기에 포인트를 맞췄다. 두 사람이 점점 가까워지기도 하지만 각자의 상황으로 상처를 주기도 하지 않나. 그런 위기의 순간에 배가 등장하지 않는다. 그 장면들이 진행되는 동안 배는 무대 뒤편에서 잠시 멈춰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막연하게 생각한 아이디어였다. 원래는 무대 앞쪽에 배 모형이 위치해 있어서, 조금씩 움직이면서 마지막에 도달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처음에 한 생각은 배가 가려지는 이미지는 아니었다. 무대 디자인을 하면서 배가 뒤쪽에 위치하게 되면서, 배가 안 보이는 순간이 생기더라. 이 이야기의 흐름과 맞춰서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이 같은 장치를 설정한 이유를 전했다.


# 윤심덕과 친구들
[컬처노트①]연극 '관부연락선'에 숨겨진 비밀


"내 동무도 결혼을 네 번이나 했는데 절로 들어갔어"


극 중 홍석주가 절에서 만난 동무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자, 윤심덕 역시 자신의 친구 일엽이의 이야기를 전한다. 김일엽 역시 실존 인물로, 실제 윤심덕의 학교 동문이자 단짝 친구였고, 윤심덕 못지않은 신여성이었다.


1920년대 대표적인 여성 작가로, 잡지 '신여자'를 창간해 여성의 의식개혁과 해방을 주장했다. 시, 소설, 수필 등 다수의 작품을 선보였고, '단장', '청춘을 불사르고', '어느 수도인의 회상' 등이 알려져 있다. 화가 겸 시인이자 1920년대 신여성으로 잘 알려진 또 다른 인물인 나혜석과도 절친했던 인물이다. 많은 사람과의 교류 속에서 방황의 시간이 길었던 그는 1933년 속세를 떠나 불교에 귀의했다.


# 윤심덕의 죽음에 얽힌 이야기
[컬처노트①]연극 '관부연락선'에 숨겨진 비밀


윤심덕은 1920년대 활동한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성악가이자 배우다. 그만큼 화려하고 평탄하지 않은 삶을 살았다. '관부연락선'의 첫 장면처럼, 그는 극작가 김우진과 현해탄에서 몸을 던져 정사했다고 알려져 있는데 이와 같은 죽음에는 수많은 의혹이 얽혀있다.


윤심덕과 김우진이 함께 관부연락선에 탄 것은 맞으나 두 사람이 배에서 뛰어내리는 장면을 목격한 사람도 없고, 시신도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이 의혹의 시작이었다. 더 나아가 윤심덕과 김우진이 사랑을 이루지 못해 정사를 할 만큼 깊이 있는 관계가 아니라는 입장도 있었다. 극 중에서도 윤심덕이 "김우진만 사랑한 적도 없고, 김우진 역시 뛰어내리며 다른 사람의 이름을 불렀다"는 식으로 언급한다.


두 사람이 선원을 매수해 외국으로 도피했다는 설도 있다. 중국인으로 신분을 속인 후 이탈리아로 넘어가 악기점을 운영했다는 것. 윤심덕이 실종되기 직전 녹음했던 '사의찬미'로 돈을 벌기 위해 레코드사가 그를 계획적으로 죽였다는 타살설도 있다. 연극 '관부연락선'에서는 로마로 떠나는 꿈을 꾸고, '사의찬미'로 레코드사가 떼돈을 벌었을 것이라고 이야기하는 윤심덕의 모습을 통해 이러한 의혹을 조금씩 녹여내기 위한 창작진의 고민의 흔적을 엿볼 수 있다.


사진=플레이더상상·스텝스


[컬처노트②]이기쁨 연출이 전하는 '생의 찬미'



이솔희 기자 sh040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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