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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에 생기 더한 '다양성'

입력 2021.03.26 12:00 수정 2021.03.26 12:00

무대와 객석이 어우러진 '그레이트 코멧'
배우였다가 캐릭터였다가…'태일'
한국형 '카바레 쇼'…'아이위시'

[뉴스컬처 이솔희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황폐해졌던 공연계가 다시금 생기를 찾고 있다. 그간 공연을 접하지 못해 답답함을 겪었을 관객들의 갈증을 해소하기라도 하듯, 최근에는 유독 '다양성'을 중심으로 하는 작품들이 무대를 채우고 있는 중이다.


# 무대와 하나된 객석, 객석을 누비는 배우…'그레이트 코멧'
무대에 생기 더한 '다양성' 뮤지컬 '그레이트 코멧' 공연 장면. 사진=쇼노트


뮤지컬 '그레이트 코멧'(연출 김동연, 제작 쇼노트)은 톨스토이의 소설 '전쟁과 평화' 중 일부 스토리를 기반으로 하는 작품이다. 애초 지난해 공연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로 인해 공연이 연기돼 지난 20일 막을 열었다. 배우들은 지난 1년의 한을 풀듯 매 장면 열정을 불태우며 공연에 임하고 있다.


'그레이트 코멧'은 독특한 형태의 무대로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공연이 진행되는 유니버설아트센터의 기존 객석을 7열까지 제거하고, 원형 무대를 확장했다. 무대 뒤편에도 4개의 구역으로 나눠진 객석이 설치돼 관객들이 공연을 더욱 생생하게 즐길 수 있도록 한다.


배우들은 공연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부터 객석에 나와 흥을 돋우고, 공연이 진행되는 내내 객석과 무대, 때로는 2층 객석까지 오가며 관객의 새로운 체험을 돕는다. 넘버들은 팝, 일렉트로닉, 클래식, 록, 힙합까지 다채로운 장르의 음악으로 이루어져 귀를 즐겁게 한다.


배우들이 직접 악기를 연주하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특히 피에르 역의 배우들은 극 중 대부분의 시간을 무대 위에서 보내며 피아노와 아코디언을 직접 연주한다. 피에르를 연기하는 홍광호는 1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악기 연습을 했다는 전언이다. 그만큼 능숙한 그의 악기 연주 실력을 확인하는 것도 공연의 백미다.


# 태일이었다가, 배우였다가…'태일'
무대에 생기 더한 '다양성' 2018년 공연된 '태일' 무대 사진. 사진=우란문화재단


음악극 '태일'(연출 박소영, 제작 플레이더상상)은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권리를 보장받기 위해 자신을 바친 전태일의 모습은 물론, 한 사람으로서 그의 꿈과 삶의 여정을 담은 작품이다.


'태일 목소리'와 '태일 외 목소리' 역할의 두 배우가 등장하는 2인극이다. 태일 외 목소리 역은 태일의 친구, 엄마 등 그의 조력자와, 공무원, 공장 상사 등 태일을 괴롭게 하는 인물을 오가며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을 연기한다.


그뿐만 아니라, 배우들은 공연 중간중간 실제 본인의 이야기를 꺼내놓으며 태일의 이야기에 공감한다. 태일을 연기하던 배우는 이내 태일에게서 잠시 빠져나와 태일이 어떤 사람인지 소개하고, 태일의 원동력이 되어준 엄마의 이야기를 전한 후에는 일종의 토크쇼를 진행하듯 두 사람이 자신의 원동력에 대해 대화를 나누며 분위기를 환기한다. 매 공연, 각각의 배우마다 원동력이 달라지는 것도 공연의 관람 포인트다.


또 극 중 촛불 소품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도 '태일'의 매력이다. 태일이 꿈과 열정을 품고, 앞으로 한 발씩 나아갈 때마다 배우들이 직접 촛불에 불을 밝힌다. 착하고 밝은 소년이었던 태일이 인간의 권리에 대해 생각하고, 가슴이 뜨거워지면서 점점 많은 촛불이 켜지고, 공연이 끝나갈 때쯤에는 자신을 태워 남을 밝혔던 전태일을 연상시키듯 촛불이 공연장을 가득 채운다.


# 배우들의 속마음, 들어볼래? '아이위시'
무대에 생기 더한 '다양성' '아이위시' 연습 현장. 사진=김태윤 기자


뮤지컬 '아이위시'(연출 이석준, 제작 아이엠컬쳐)는 무대 위 배우들의 실제 삶과 화려한 무대 뒤에 숨겨진 공연계의 뒷이야기를 유쾌하게 전하는 작품이다. 2018년 영국에서 'I wish My Life were like a Musical'이라는 제목으로 초연됐고, 국내에서는 지난 16일 초연의 막을 올려 관객을 만나고 있다.


작은 무대에서 한 대의 피아노 반주와 노래로 공연을 이끌어가는 '카바레 쇼' 형식을 차용한 것이 특징이다. 이번 국내 무대에서도 실제 카바레 쇼처럼 관객들이 맥주를 마시고, 배우들이 관객들과 자유롭게 어우러지는 등 직접 소통할 수 있는 공연을 기획했으나, 코로나19로 인해 아쉽게 무산됐다. 다만 코로나19를 벗어난 상황에서 재연이 돌아오게 된다면 더욱 확장된 공간에서 공연을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는 전언이다.


이석준 연출은 "무대가 필요 없는 공연"이라며 "관객들의 반응이 오는 대로 배우가 받아칠 수 있는 공연이어야 했다. 관객들은 마음껏 즐기고, 극 중 등장하지 않는 배우들은 객석으로 내려와 함께 맥주를 마시고, 배우가 분장하는 과정도 보고. 그렇게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코로나19로 인해 관객과 소통할 수 없는 상황에 대한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하지만 카바레 쇼가 줄 수 있는 재미는 그대로 선사한다. 한 대의 피아노가 위치한 무대에 오른 네 명의 배우는 실제 배우들의 삶을 여과 없이 보여주며 관객의 웃음을 자아낸다. 오디션에 도전하는 배우, 앙상블 배우의 고충을 드러내고, 흔히 말하는 '잘 나가는' 배우의 모습을 풍자하기도 한다. 그 과정에서 현실의 웃음 요소를 적절히 녹여내며 위트 있게 작품을 풀어내며 배우도 관객과 다를 바 없는 인간이라는 것을 재차 강조한다.


피아노를 연주하는 음악감독도 극 중 일부가 돼 유쾌한 표정 연기를 펼친다. 커튼콜 때까지 관객을 방심할 수 없게 하는 '아이위시'는 관객이 공연 관람을 마치고 공연장을 나선 후에도 입꼬리를 주체할 수 없게 한다.


공연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해 관객과 소통이 필요한 작품들이 공연되지 못한 경우가 많은 거로 알고 있다. 아직까지도 관객과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해 아쉬움이 남는다"고 아쉬움을 표현했다.


그러면서도 "하지만 지금 공연되고 있는 작품들처럼, 점차 다양한 작품을 올릴 수 있는 기회와 시기가 오고 있는 것 같다. 더 이상 멈춰있을 수 없으니 다들 안전하게 공연을 올릴 수 있는 선에서 다양성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희망적인 시선을 전했다.



이솔희 기자 sh040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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