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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노트③]조형균, 믿음이 주는 힘

입력 2021.04.29 15:30 수정 2021.04.29 15:47

뮤지컬 '검은 사제들' 조형균 인터뷰
동생 죽음에 대한 트라우마 있는 최부제 役
"스스로를 향한 믿음 지녀야"

[뉴스컬처 이솔희 기자] 신에 대한 의문을 품었던 최부제는 악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그 악을 붙잡고자 자신을 희생하는 인간의 모습을 보며 신을 향한 믿음을 되찾는다. 그런 최부제를 연기하는 조형균이 하루를 살아가는 힘은 자신에 대한 믿음이다. 코로나19로 인해 무대를 떠나있는 동안 머릿속을 가득 채운 불신으로 좌절했던 시간은, 도리어 스스로에 대한 믿음을 채울 수 있는 시간이 됐다.


조형균은 동명 영화를 원작으로 하는 뮤지컬 '검은 사제들'에서 신에 대한 믿음보다는 동생을 잃은 것에 대한 속죄로 신학교에 들어간 신학생 최부제 역을 맡아 무대에 오르고 있다.


영화를 원작으로 하는 작품이기에 캐릭터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영화를 참고했다. 조형균은 "뮤지컬이 영화와 비슷한 부분이 많다"며 "영화에는 극 중 상황들이 디테일하게 나오기 때문에 최부제의 상황을 많이 참고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컬처노트③]조형균, 믿음이 주는 힘


하지만 말 그대로 참고만 했을 뿐, 자신만의 최부제를 만들어가는 데에 중점을 뒀다. 조형균은 "원작이 있으면 캐릭터에 다가가는 데 있어서 더 어려운 부분이 있다. 어떻게 보면 캐릭터에 빠르게 접근할 수 있으니 쉽다고 느낄 수 있는데, 원작에 갇히게 되면 나만의 캐릭터가 없어지는 느낌이다. 장단점이 있다"고 이야기했다.


조형균이 표현하는 최부제의 중심에는 '트라우마'가 있다. 최부제는 자신의 실수로 인해 동생을 잃었다는 트라우마를 지닌 인물이다. 조형균은 "최부제 역할을 할 때만큼은 제 밝은 모습을 빼고 '쟤는 뭔가가 있구나' 하는 느낌을 주고 싶었다"고 전했다.


이어 "동생을 지키지 못한 게 사실 자기 때문이라는 걸 알고 있는데, 그걸 부정하기 위해 신의 탓이라고 하다 보니 어느 순간 자신의 잘못이라는 걸 잊게 된 것 같다. 그래서 계속 신을 원망한다. 반면 김신부는 항상 자신의 탓이라고 하는 인물이다. 그래서 두 캐릭터가 대비되는 느낌이 있다"고 설명했다.


최부제가 신학교에 들어간 이유 역시 동생에 대한 미안함과 신에 대한 궁금증 때문이다. 조형균은 "동생에 대한 미안함을 회개하는 마음도 있고, 신을 통해 자신의 죄책감을 떨쳐버리고 싶은 마음도 있다. 신에 대한 궁금증이 가장 큰 것 같다. 당신이 진짜로 있다면 내가 두 눈으로 확인하고 싶다는 것"이라고 최부제의 속마음을 꺼내놨다.


[컬처노트③]조형균, 믿음이 주는 힘

이어 "최부제는 어렸을 때부터 신에 대한 믿음이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내가 힘들 때, 동생이 개에 물렸을 때 신을 그토록 찾았는데 신이 안 도와준 것 아닌가. 최부제의 마음속에는 자신이 동생을 구하지 못한 것에 대한 죄책감이 있지만, 어느 순간 신의 탓만 하게 된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이 믿는 신을 실제로 보고 싶고, 만나면 그때 우릴 왜 버렸냐고 묻고 싶은 것"이라고 설명을 덧붙였다.


"최부제가 신학교를 그만두지도 않고, 졸업하지도 않고 계속 다니는 이유는 죄책감과 궁금증이에요. 구마할 때도 의문이 들었을 것 같아요. 선과 악은 공존하는 거잖아요. 나는 마귀를 봤는데 그럼 신은 어디에 있나 의문이 드는 거죠."


구마 예식에 참여하는 데에는 김신부에 대한 호기심이 크게 작용했다. 조형균은 "최부제는 신에 대해 부정적인 사람이지 않나. 김신부는 대체 뭘 위해서 남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이런 행동들을 하는 걸까 하는 마음이 들었을 것 같다. 내가 갈 수 없는 길을 가는 사람을 보면서 의구심도 들었을 것이다. 또 이 사람을 통해서 나도 신을 볼 수 있는 걸까 하는 희망도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마 예식을 하며 다시 한번 자신의 트라우마를 마주하게 된 최부제는 공포에 휩싸여 도망친다. 하지만 마음을 다잡고 다시 돌아온다. 과거 동생을 두고 도망쳤던 최부제가 트라우마로부터 벗어나게 되는 순간이다. 조형균은 "이번만큼은 도망가지 않겠다는 마음이다. 그 용기 덕분에 김신부를 이해하기 시작한 것 같다"고 말했다.


[컬처노트③]조형균, 믿음이 주는 힘

이어 "포기하고 싶지 않아 용기를 내고 돌아갔을 때는 김신부가 영신이를 포기하고 있다. 김신부와 최부제의 상황이 바뀐 것"이라며 "그때부터 신과 악마를 이해하고 진실을 알게 됐을 것이고, 최부제의 신앙심이 다시 돌아왔을 것이다. 최부제의 성장 드라마인 것이다"고 캐릭터와 하나가 된 듯 깊이 있는 답변을 내놨다.


"이 작품이 정말 신기한 게, 각자의 아픔과 힘듦을 툭 건드리는 부분이 있어요. 종교적인 부분이나 구마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한 수단이고, 정작 이야기하고자 하는 건 '소수의 희생'에 대한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영신이가 마귀를 붙잡고 있었던 것처럼 우리가 평범하고, 평화롭게 살아가는 건 희생을 감수한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더데빌'에서는 신이 되기도, '그림자를 판 사나이'에서는 악마가 되어보기도 했던 조형균. 이번에는 신과 악마를 마주하는 인간을 연기하며 "내 안에 믿음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확실히 하게 됐다. 그는 "믿음이 없어지고 불신이 가득 차면 삶이 바뀐다. 부정적으로 삶을 바라보게 된다.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있어야 한다. 그러면 그때부터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바뀐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로 인해 공연을 하지 못했던 8개월의 시간이 알려준 교훈이기도 하다. 조형균은 "배우들의 삶은 불안정하지 않나. 늘 평가받아야 하는 직업이다 보니 남들과 비교하는 순간 슬럼프가 시작되고, 자신에 대한 믿음이 없어진다. 남 탓을 하는 순간 걷잡을 수 없게 된다"고 털어놨다.


이어 "그냥 자신을 믿어야 한다. 어떤 결정이든 간에, 실패를 하더라도 자신을 믿어야 한다. 그때는 그게 나의 최선이었고, 그때로 돌아가도 그 선택을 할 테니까. 선택을 하고 나면 또 다른 선택들이 이어지니까. 다들 걷는 속도가 다른 것처럼 인생의 속도가 다른 것일 뿐이다. 선택을 해놓고 의심하면 후회를 하게 된다"고 생각을 전했다.


[컬처노트③]조형균, 믿음이 주는 힘

항상 밝은 에너지로 가득했던 조형균에게도 코로나19로 인한 일시 정지 기간은 버티기 힘겨웠다. '코로나 블루'로 인해 부정적인 생각이 끊이지 않았고, 머릿속을 가득 채운 고민들로 인해 이틀 동안 한 시간밖에 못 잘 때도 있었다.


"나쁜 생각은 금방 차는데, 좋은 생각 채우기는 어렵잖아요. 사람이 생각하는 시간이 많으면 안 되더라고요.(웃음) 고민이 좌절로 바뀌는 시간이었어요. 예전에는 꿈과 관련된 고민을 했다면 이제는 현실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됐죠. 공연이 멈췄을 때는 '왜 내가 하는 공연마다 멈추지'라고 자책했었어요. 배우들은 보여져야 하는 직업인데 보여질 기회조차 없는 거잖아요. 배우로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한 고민도 많았어요. 지금이라도 다른 길을 찾아야 하나 고민할 정도였어요."


예그린뮤지컬어워즈의 올해의 배우상과 한국뮤지컬어워즈의 주연상, 두 개의 트로피를 거머쥐며 지난 2020년을 화려하게 시작했던 그였기에 공백기의 부담감이 더욱 크게 다가왔다. 조형균은 "상을 받은 게 어떤 부분에서는 독이 된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털어놨다.


"'상이 없었으면 이렇게까지 고민을 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내가 상도 받았는데, 이제 활동 범위를 더 넓혀야 하는데 멈춰있네' 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상을 받을 때는 '상을 떠나 열심히 하겠다'고 마음먹었지만 제가 은연중에 상에 의미를 뒀나 봐요. 지금은 그런 마음을 다 떨쳐냈습니다.(웃음)"


힘든 시간을 지나 무대로 돌아오면서 다시 조형균만의 에너지를 되찾았다. 그는 "요즘에는 공연 한 회 한 회가 소중하다. 공연을 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 이전에는 '긍정적으로 살아야지'라고 마음을 먹고 노력한 거였다면, 지금은 긍정 그 자체로 가득하다. 코로나19를 통해서 얻은 게 많다. 그동안 놓쳤던 부분에 대해 재정비를 하게 됐고, 소소한 것에 감사함을 느끼게 됐다"고 미소 지었다.


[컬처노트③]조형균, 믿음이 주는 힘


공연이 가진 힘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다. 조형균은 "예술이 무너지면 나라가 무너진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우리나라는 코로나19가 처음 퍼졌을 때 공연을 하는 거의 유일한 나라였지 않나. 관객분들의 힘도 크다고 생각한다. 공연을 사랑해주시는 관객분들을 보면 무대를 잘 지켜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관객의 소중함을 강조했다.


"코로나19를 겪으면서 관객이 없으면 공연이 없다는 걸 확실히 느꼈어요. 관객분들이 공연을 지켜주시는 모습을 보고 배우들도 감동을 많이 받고, 관객분들 때문이라도 포기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마스크 때문에 환호도 하지 못하는 관객분들의 몫까지 저희가 더 신나게 공연하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사진=김태윤 기자



이솔희 기자 sh040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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