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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1호선②]첫 번째 탑승객의 설렘과 부담감

입력 2021.05.17 17:16 수정 2021.05.17 17:16

뮤지컬 '지하철 1호선' 김솔은·방진수·이상근·이하정 인터뷰
'지하철 1호선'에 처음 탑승하는 네 사람
김솔은·이하정 "학창 시절 처음 만난 작품"
방진수 "20년 전 첫 관람, 강렬함 남아있어"
이상근 "학전과 함께한 지 10년"

[뉴스컬처 이솔희 기자] 김솔은, 방진수, 이상근, 이하정은 그간 꾸준하게 학전 무대에 올랐던 '학전 가족'이지만, '지하철 1호선'의 탑승객이 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네 사람의 마음속에는 설렘과 행복, 부담감이 공존하고 있다. 그들이 그려내는 '지하철 1호선'은 어떤 모습일까.


뮤지컬 '지하철 1호선'은 1990년 IMF 이후 한국을 배경으로, 지하철 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시민의 삶을 그려내는 작품이다. 독일 그립스 극단의 작품을 원작으로, 학전 김민기 대표가 한국적인 정서로 번안·각색해 완전히 새로운 작품으로 탄생시켰다.


'지하철 1호선'은 1994년 초연됐고, 2008년까지 장기 공연을 진행하며 수많은 스타를 배출했다. '학전 독수리 오형제'라 불리는 김윤석, 설경구, 장현성, 조승우, 황정민뿐만 아니라 이정은, 배해선, 방은진, 나윤선, 김원해 등 많은 배우들이 '지하철 1호선'과 함께했다.


[지하철 1호선②]첫 번째 탑승객의 설렘과 부담감


오랜 역사를 지닌 작품인 만큼 이번 시즌을 함께하는 배우들의 마음가짐 역시 남다르다. 이번 시즌 선녀 역에는 김솔은이, 걸레 역에는 방진수가, 철수 역에는 이상근이, 안경 역에는 이하정이 무대에 오른다.


'지하철 1호선'은 김솔은, 이하정, 방진수의 배우로서의 시작을 장식해준 작품이다. 고등학교 3학년 때 본 '지하철 1호선'의 기억이 여전히 생생하다는 이하정은 "우연히 뮤지컬을 알게 됐고, 학원에서 함께 '지하철 1호선'을 보러 갔다. 어둠 속에서 철수가 울고 있는 장면이 아직도 기억이 난다. 그래서 저에게 '지하철 1호선'은 여전히 강한 에너지가 느껴지는 작품"이라고 당시를 떠올렸다.


김솔은은 "고등학생 때부터 연기를 전공했다. 그래서 친구들이 연기하는 '지하철 1호선' 공연을 먼저 봤다. 제 인생의 첫 뮤지컬이었다. 어린 나이였는데도 연기가 정말 다채롭고, 좋은 작품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봤던 기억이 난다. 이걸 정말 학전 무대에서 봤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었다"고 '지하철 1호선'을 처음 만났을 때를 회상했다.


[지하철 1호선②]첫 번째 탑승객의 설렘과 부담감


방진수는 2002년 '지하철 1호선'에 출연했던 친언니의 영향을 받아 극단 학전을 만나게 됐다. 그는 "그때 걸레 역할을 연기하셨던 배우분이 아직도 생각난다. 삭발을 하셨는데, 그 모습이 정말 크게 다가왔다. 그 순간이 잊히질 않는다. 그런데 그 역할을 제가 맡게 된 것 아닌가. 그 강렬함이 제 안에 너무 크다 보니 '내가 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레는 마음을 드러냈다.


추억이 담긴 작품이기에 설렘과 부담이 공존하고 있다. 김솔은은 그런 부담감을 떨쳐버리기 위해 극 중 배경이 되는 서울 일대를 걷고 또 걸었다. 서울 거리 곳곳에 부담감을 내려놓는 시간이었다.


"남산 타워부터 서울역 포장마차까지, 7~8시간을 걸었어요. 다리는 부러질 것 같아도 마음은 차분해지더라고요. 김민기 선생님이 정말 집요하게 사실적인 것들을 추구하시 거든요. 제 시선에 따라 어디가 회현이고, 어디가 서울역인지도 생각하세요. 그래서 저도 그걸 따라가려고 했어요. 역사적인 작품이지만 제가 해야 하는 작품인데 계속 거리감을 둘 수는 없잖아요. 가까워지려고 노력했어요."(김솔은)


방진수는 절망의 끝에 선 인물에게 다가가기 위해 수없이 노력했다. 그는 "마약 중독과 창녀의 삶. 그 삶을 이해하려고 하는 것도 걸레한테는 미안한 일이었다. 처음에는 그 절망이 너무 깊숙한 곳까지 찾아와서 온종일 우울하고 눈물이 날 정도였다. 하지만 다른 역할도 함께 연기해야 하지 않나. 그 안에만 갇혀있을 수는 없었다. 빠르게 다른 옷을 입는 것도 중요했다"고 이야기했다.


[지하철 1호선②]첫 번째 탑승객의 설렘과 부담감


이하정은 "인간다운 모습이 잘 드러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 시절에 사람들이 살았던 모습들, 인간관계 속에서 순수했던 마음들이 보여지길 바랐다. 오래전 이야기지만 지금의 사람들도 결국에는 비슷하게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그런 인간다운 모습이 잘 드러나서 모든 사람들에게 이해되고 공감될 수 있는 인물이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상근은 학전과 함께하게 된 지 10년 만에 '지하철 1호선' 무대에 오르게 됐다. 그는 "10년이 되는 해에 학전의 시작점인 '지하철 1호선'을 출연하게 돼 의미가 크다"고 했다.


"철수가 가지고 있는 세 가지 면을 보여주고 싶어요. 걸레에게 다가가지 못하는 모습과 걸레를 바라보며 본인과 비슷한 부분을 찾는 모습 하나, 안경을 대하는 모습 하나, 유머러스하고 모자란 부분이 있는 포주로서의 모습 하나. 이렇게 세 지점을 보여드리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이상근)


김민기 대표는 30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지하철 1호선'과 함께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작품을 허투루 바라보지 않는다. 배우들에게 하나하나 섬세하게 조언을 건네고, 사소한 장면도 쉽게 넘어가지 않는다. 고개를 돌리는 장면만 4시간을 연습한 적이 있을 정도다.


[지하철 1호선②]첫 번째 탑승객의 설렘과 부담감


방진수는 "선생님과의 연습 과정에서 아무리 어려움이 있어도 결국에는 선생님이 말씀해주신 게 답이라는 걸 알게 됐다. '대사는 노래처럼, 노래는 대사처럼' 하라는 말씀을 해주셨는데, 이 말이 뮤지컬을 하는 사람으로서 중요한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이야기했다.


김솔은은 "무대의 전체적인 그림을 중요시하신다. 그 그림을 위해 사소한 것 하나까지 준비를 하시는 분이다. 배우들이 아무리 표현하려고 해도 밖으로 표현되지 않는 부분이 있는데, 선생님은 그 부분을 명확하게 봐주신다. 그러면서 관객이 볼 수 있는 방법으로 이끌어주신다"고 존경심을 드러냈다.


"선생님이 어떤 행동을 하나 정해주셨는데, 그건 정말 못하겠더라고요. 제 감정과 맞지 않는 행동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그 행동을 하니까, 거기에 맞는 감정이 되더라고요. 그때부터 의심이 없어졌어요. 이래서 김민기 김민기 하는구나 싶었죠.(웃음)"(이하정)


"한편으로는 정말 열려있으신 분이에요. 저희가 새로운 그림을 도전하면 정말 좋아하세요. 그럼 저희는 '선생님 웃으시는 거 봤어?' 하면서 기뻐해요.(웃음)"(김솔은)


[지하철 1호선②]첫 번째 탑승객의 설렘과 부담감


이번 시즌 '지하철 1호선'과 함께하는 배우들 모두 학전과 연이 깊다. 학전이 30주년을 맞은 올해, 학전의 대표작인 '지하철 1호선'과 함께하고 있다는 점에서 감회가 남다를 터. 이상근은 "30년이라는 시간이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지 않나. 긴 시간 동안 지켜주신 김민기 선생님께 감사드린다. 덕분에 저희가 땀 흘릴 수 있는 주어진 것"이라고 마음을 전했다.


"제 삶에 있어서 일부분인 것 같아요. 배우로서 연기적인 부분에서도 큰 영향을 받았고, 이상근이라는 사람으로서도 큰 영향을 받았어요. 제 인생에서 학전은 쉽게 단정할 수 없는 존재예요."(이상근)


방진수는 "학전엔 끈끈함이 있다. 학전과 함께했던 모든 배우가 동료라는 생각을 갖게 해주신다. 늘 제 삶에 이어져 있는 곳"이라고 애정을 표현했다.


"저는 연출부로 처음 학전을 만났거든요. 역동적이고 살아있는 분위기가 너무 좋았어요. 오래된 만큼 많은 사람들의 흔적이 있는데, 제가 그 발자취 위에 작은 발자국 하나라도 찍는 것 같아 기분이 너무 좋아요."(방진수)


이하정은 "김민기 선생님이 '학전'이라는 이름처럼 배워서 나가라고 하시지만, 학전은 나가도 다시 돌아올 수 있을 것 같은 든든함이 있는 공간이다. 어디로 나가더라도 내 소신대로 연기할 수 있고, 내가 틀리지 않았다는 생각으로 연기할 수 있는, 배우의 에너지와 정신력이 깃든 공간"이라고 말했다.


"전 사실 학전을 처음 만났을 때부터 편했어요. 오디션 당일날까지도 오디션을 안 볼 생각이었거든요. 아직 더 준비해야 하는 단계라고 생각했어요. 그러다가 준비도 못 한 상태로 즉흥적으로 오디션을 봤죠. 그래서 그런지 부담감보다는 편안한 마음이 컸어요. 그 이후에도 그렇고요. 제게는 학전이 처음부터 지금까지 익숙하고 따뜻한 공간이에요."(이하정)


김솔은은 "전 학전이랑 동갑이다. 이번에 30주년이라는 걸 듣고 '와 나도 나이 먹었구나' 싶었다.(웃음) 학전은 학전만의 냄새와 분위기가 있다. 시간이 흘러도 항상 같은 느낌이라서, 연락만 주시면 언제든 달려오고 싶은 곳이다"고 미소 지었다.


"스무살 때 절망의 시기를 겪고 있었어요. 그때 아는 분이 뮤지컬을 해보라고 했는데, 뮤지컬을 잘 몰라서 무작정 인터넷 검색창에 '뮤지컬'을 쳤어요. 그때 나온 첫 번째 글이 학전의 '굿모닝 학교' 오디션 글이었죠. '에라 모르겠다' 하고 오디션에 지원했는데, 합격한 거예요. 학전은 절 절망 속에서 살려준 존재죠."(김솔은)


사진=김태윤 기자



이솔희 기자 sh040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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