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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nd 서울연극제⑥]'붉은 낙엽' 이준우 연출 "연극은 하나의 생명체"

입력 2021.05.21 17:33 수정 2021.05.21 17:33

'왕서개 이야기'로 호평받은 이준우 연출
제42회 서울연극제서 '붉은 낙엽' 선보여
"인물이 지닌 의심의 경로 따라갈 수 있길"

[뉴스컬처 이솔희 기자] '왕서개 이야기'로 평단의 극찬을 받은 극단 배다의 이준우 연출이 서울연극제를 통해 조금은 새로운 느낌의 작품을 선보인다. 바로 '붉은 낙엽'이다.


연극 '붉은 낙엽'은 토머스 H. 쿡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한 가족 사이에서 의심이 퍼지며 우리의 믿음과 관계가 어떻게 이어지는지 생각할 거리를 안긴다. 이번 제42회 서울연극제 참여작으로 공식 선정돼 본 공연으로는 처음 관객을 만난다.


이번 공연에 앞서 우란문화재단에서 지난 2019년부터 작품 개발 과정을 거쳐 트라이아웃 공연을 올린 바 있다. 평소 역사극을 주로 선보여왔던 이준우 연출이 새로운 장르에 도전하고 싶다는 마음을 담아 원작 소설의 무대화에 나섰다.


[42nd 서울연극제⑥]'붉은 낙엽' 이준우 연출


이준우 연출은 "원래 추리 소설을 좋아했다. 그런데 '붉은 낙엽'은 범인을 찾는 것에만 목적을 두지 않고 에릭의 가족의 이야기를 담고 있어서 좋았다. 의심, 믿음에 관한 이야기들에 와닿는 부분이 많았다"고 작품의 매력을 전했다.


'붉은 낙엽'은 주인공 에릭의 아들이 이웃집 아이 실종 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되는 이야기다. 이 연출은 "에릭이 가족들을 의심하는 경로를 따라가는 과정이 굉장히 재미있는 작품"이라며 "관객들도 그 의심의 경로를 함께 따라가고, 내 의심은 어디에서 출발한 것인지 돌아보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소설에서는 에릭의 심리 묘사가 굉장히 많아요. 그런데 그런 디테일한 묘사를 무대에 다 옮기기는 어려우니 무대에서 어떻게 전달할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어요. 에릭의 의심들이 극 중 상황과 독백으로 잘 어우러져서 보였으면 좋겠습니다. 또 에릭뿐만 아니라 주변 인물들이 상황을 겪어나갈 때 다양한 태도를 보이는데, 그런 모습도 잘 보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에요."


앞서 서울연극제의 김승철 예술감독은 이준우 연출에 대해 "이번에 참가하는 연출 중 가장 젊음에도 가장 안정감 있다"고 칭찬한 바 있다. '붉은 낙엽' 역시 안정감을 선택한 작품이다. 이 연출은 "다른 시도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많다. 하지만 그런 실험과 시도가 저만을 위한 것이 될 수 있다는 걱정이 있다"고 털어놨다.


이어 "그 이야기가 담고 있는 것을 가장 잘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을 선택하다 보니 실험적인 것보다는 정극에 가깝게 표현해왔던 것 같다"며 "저에게 중요한 것은 작품이 가지고 있는 이야기와 주제고, 또 '그 공연을 본 관객들이 어떤 경험을 하는가'인 것 같다"고 강조했다.


"그래서 '붉은 낙엽'도 에릭이 품고 있는 의심의 경로를 관객분들이 잘 따라갈 수 있도록 무대나 조명, 동선, 연기 측면에서 많은 노력을 했어요. 저는 아무래도 극적인 사건에서 삶의 순간을 발견하는 것보다는 일상에서 발견하는 걸 좋아하거든요. 일상의 순간을 천천히 응시하는 걸 좋아하다 보니 공연도 그런 모습인 것 같습니다."


[42nd 서울연극제⑥]'붉은 낙엽' 이준우 연출 연극 '붉은 낙엽' 공연 장면. 사진=극단 배다


서울연극제에 참여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준우 연출은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참여하고 싶었던 연극제다. 서울연극제의 선정작들은 서울에서 올라가는 작품들을 대표할 수 있는 작품들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작품들과 함께할 수 있다는 게 영광이다. 더 많은 분의 관심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배우가 되고 싶어 대학 연극반에 들어간 이준우는 작은 할아버지가 쓴 희곡을 시작으로 연출가의 길을 걷게 됐다. 정식 연출가로 데뷔한 것은 2014년. 이번 서울연극제 공식선정작 연출가 중에서는 막내지만, 어느덧 8년째 한 길을 걷고 있다. 이준우 연출은 "알면 알수록 연극은 어렵다. 어떤 일을 하면 시간이 지날수록 능숙해지고 익숙해져야 하는데 연극은 이상하게 하면 할수록 어렵고 조심스러워진다"고 털어놨다.


이어 "그러면서도 연극이 저를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게 해주는 작업이라는 믿음은 여전히 있다. 지금까지 계속 작품을 할 수 있다는 게 감사하다. 감사한 마음 밖에는 없다"고 미소 지었다.


[42nd 서울연극제⑥]'붉은 낙엽' 이준우 연출


코로나19와 함께한 지난 1년, 연극인으로서 많은 생각이 들 수밖에 없는 시간이었다. 연극제를 진행 중인 지금도 불안한 마음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준우 연출은 "띄어 앉기 때문에 객석 수가 적어지다 보니 더 많은 관객을 만나지 못하는 게 아쉽다"고 털어놨다.


이어 지난 1년을 회상하며 "내가 공연 작업을 굉장히 사랑했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또 공연은 관객을 꼭 만나야 한다는 생각도 들었다. 공연의 영상화도 보편화되고 있지만 여전히 공연은 관객을 직접 만나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전했다.


연극이 지닌 힘에 대해서도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다. 이준우 연출은 "연극은 하나의 생명체 같다. 극장은 연극을 하는 사람들의 마음과 기운이 모이는 곳이다. 연극은 곧 그런 마음을 관객에게 전달해줄 수 있는 존재"라고 애틋한 마음을 표현했다.


또 "한편으로는 인생을 살면서 처음 보는 사람을 그렇게 앉아서 들여다보는 일이 언제 있을까 싶다. 무대 위 사람들을 오롯이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이 참 좋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공연장이 불편하지만, 그걸 감내했을 때 오는 무언가가 있어요. 제가 일상의 순간을 좋아하는 것도 그런 이유예요. 지루할 수도 있지만 무언가를 오래 보고 있을 때 불현듯 오는 감정들이 있거든요. 또 극장은 관객과의 유대감이 생겨요. '우리가 함께 무언가를 바라보고 있구나' 하는. 공연은 결국 관객으로 인해 완성된다고 생각해요. 순간순간 열심히, 좋은 마음으로 작업하자는 생각으로 노력하고 있습니다."


사진=김태윤 기자



이솔희 기자 sh040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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