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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1호선③]김지윤·박근식·임규한, 삶의 일부분이 된 학전

입력 2021.05.24 18:04 수정 2021.05.24 18:08

뮤지컬 '지하철 1호선' 김지윤·박근식·임규한 인터뷰
'지하철 1호선' 다시 만난 박근식·임규한
학전에서 꿈 이룬 김지윤
"학전 30주년, 영원히 함께하길"

[뉴스컬처 이솔희 기자] 김지윤, 박근식, 임규한은 극단 학전을 만나 배우라는 꿈을 이뤘고, 배우 인생의 2막을 시작했다. 그만큼 학전에 대한 소중함과 애틋함을 여전히 가슴속에 품고 있는 세 사람. 그들에게 학전은 삶의 일부분이자 인생 학교, 그리고 '흰쌀밥'이다.


뮤지컬 '지하철 1호선'은 1990년 IMF 이후 한국을 배경으로, 지하철 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시민의 삶을 그려내는 작품이다. 독일 그립스 극단의 작품을 원작으로, 학전 김민기 대표가 한국적인 정서로 번안·각색해 완전히 새로운 작품으로 탄생시켰다.


그간 김윤석, 설경구, 장현성, 조승우, 황정민, 이정은, 배해선 등 수많은 배출시킨 작품. 이번 '지하철 1호선' 무대에 오르는 김지윤, 박근식, 임규한 역시 그들의 뒤를 이어 '지하철 1호선'을 빛낼 배우가 되겠다는 각오다. 김지윤은 곰보할매 역을, 박근식은 포인터 역을, 임규한은 땅쇠 역을 맡았다.


[지하철 1호선③]김지윤·박근식·임규한, 삶의 일부분이 된 학전


박근식은 지난 2018년에 이어, 임규한은 2019년에 이어 다시 한번 '지하철 1호선'에 탑승하게 됐다. 박근식은 "그때는 나이도 지금보다 어렸고 작품도 처음 접해본 것 아닌가. 아쉬운 부분이 많았다. 다시 하게 된다면 정말 날아다닐 자신이 있었는데, 지금은 그저 초심으로 돌아간 느낌이다. 큰 작품 앞에서 작아지는 제 모습을 봤다"고 '지하철 1호선'을 다시 만난 소감을 유쾌하게 전했다.


'지하철 1호선'은 1994년 초연돼 2008년까지 장기간 공연되며 많은 관객의 사랑을 받았다. 지난 2018년에는 10년 만에 재공연돼 그간 '지하철 1호선'을 거쳐 갔던 수많은 배우가 특별 출연을 하기도 했다. 당시 무대에 올랐던 박근식은 "저희는 원래 애드리브가 금지돼 있는데, 선배님들이 애드리브를 정말 많이 해주셨다"고 기억을 떠올렸다.


이어 "김원해 선배님은 무대 끝에서 끝까지 구르기도 하셨다. 황정민 선배님은 원래 못 오신다고 들었는데, 인터미션 때 오셔서 자연스럽게 분장을 하시더라. 정말 깜짝 출연이라 배우들도 모를 정도였다. 그렇게 무대를 뒤흔들어 놓으셨다"고 웃었다.


[지하철 1호선③]김지윤·박근식·임규한, 삶의 일부분이 된 학전 배우 박근식.


임규한은 "'지하철 1호선'은 약간의 부담감이 있다. 연습할 때도 그렇고, 공연을 할 때도 그렇다. 그런데 또 한편으로는 기대감이 있었다. 배우가 표현하는 캐릭터가 다양하다 보니 어떤 캐릭터를 만나 호흡을 하게 될지 기대됐다"고 말했다.


역할에는 변화가 있다. 2018년 노숙자 문디를 연기했던 박근식은 올해 능글맞은 인신매매범 포인터가 됐고, 2019년 가벼운 이미지의 제비를 연기했던 임규한은 이번 시즌 노숙자 땅쇠로 분했다. 배우들의 다양한 이미지를 끌어내기 위한 김민기 대표의 큰 그림이다.


임규한과 박근식은 "거의 반대의 이미지를 지닌 캐릭터를 하게 됐다"며 "김민기 선생님이 연기 스펙트럼을 넓혀주시기 위해 다양한 캐릭터를 경험하게끔 해주시는 것 같아 감사하다"고 입을 모았다.


"포인터는 1차원적인 인신매매범의 느낌이 아니라 어느 순간 옆에 와있는, 음습한 느낌의 인물이에요. 다른 인물들과는 색깔이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박근식)


"땅쇠는 10년 동안 서울역에서 생활한 노숙자인데, 김민기 선생님은 '양반가 출신'의 땅쇠였으면 좋겠다고 하셨어요. 농사로 먹고살다가 서울에 올라왔는데, 집안이 몰락하고 가족들이 떠나면서 노숙을 하게 된 인물이죠. 그래서 가족에 대한 한과 울분을 지닌 캐릭터예요. 나이대가 다르다 보니 표현하기 쉽지 않았는데, 외적인 표현보다는 내적으로, 땅쇠의 마음을 최대한 생각해보려고 했어요."(임규한)


[지하철 1호선③]김지윤·박근식·임규한, 삶의 일부분이 된 학전 배우 임규한.


반면 김지윤은 '지하철 1호선' 첫 도전이다. 학창시절 대본을 통해 먼저 작품을 접했다는 그는 "너무 해보고 싶었던 작품이라 설렘도 크고 부담감도 컸다. 잘 해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처음 이 작품을 알았을 때 등장인물이 정말 많고, 한 배우가 맡아야 하는 역할이 많다는 게 놀라웠다. 배우를 꿈꾸는 입장에서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할 수 있는 것 아닌가. 그때부터 '나중에 이 공연을 꼭 해봐야겠다'는 꿈을 키웠다"고 기억을 떠올렸다.


"제가 곰보할매가 될 줄 몰랐어요. 아무래도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인물이다 보니 두려움이 컸거든요. 포장마차에 오는 사람들을 다 가족처럼 생각하는데, 살아온 삶이 힘들다 보니 표현이 거친 할머니예요. 제가 포인트로 잡은 건 '사랑'이었어요. 포장마차에 오는 사람들 한 명 한 명을 어떻게 사랑해줄지 고민했어요. 사실 아직도 곰보할매를 찾아가는 과정이에요. 공연이 끝날 때쯤에는 100% 찾았길 바라요."(김지윤)


선녀 역할을 제외한 모든 배우가 다수의 캐릭터를 연기해야 하는 '지하철 1호선'의 특성상, 퀵체인지의 고충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박근식은 "사이사이 등장하는 배역들의 퀵체인지가 어마어마하다. 옷은 물론 신발까지 갈아신어야 하는 데 16초가 걸린다. 무대로 걸어 나갈 때까지 옷을 여민다"고 웃었다.


20대 여대생부터 40대 주부, 80대 할머니까지 다양한 연령대를 연기해야 하는 김지윤은 "처음에는 캐릭터 간의 차이를 주는 것도 정말 힘들었다. 그런데 대본에, 같이 연기하는 상대와의 대화에 다 나와 있다는 걸 깨달았다. 제가 굳이 찾으려 하지 않아도 다 보여서, 막막함이 사라졌다"고 이야기했다.


김민기 연출의 조언이 큰 힘이 됐다. 김지윤은 "딱 한 마디 힌트를 주셨다. 강약을 생각해보라고. 목소리를 크고 작게 하는 것도 있지만, 대사를 빠르고 느리게 해보라는 말씀이셨다. 선생님이 말씀하신 대로 해보니 캐릭터가 더 입체적으로 보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지하철 1호선③]김지윤·박근식·임규한, 삶의 일부분이 된 학전 배우 김지윤.


박근식은 "전체적인 캐릭터마다 다른 빛깔을 내길 바라셨다. 한 인물이 어떤 말투와 캐릭터를 가져오면, 저는 다른 말투와 캐릭터를 가져와야 했다. 인물과 인물이 명확하게 구분되길 원하셨다. 그렇게 노력했던 기억은 '지하철 1호선' 뿐만 아니라 다른 작품에서도 도움이 될 것 같다"고 했다.


임규한은 "노숙자인 땅쇠와 문디가 친한 친구로 나오는데, 땅쇠는 전라도 출신, 문디는 경상도 출신이다. 지역감정이 떠오를 수도 있는데, 김민기 선생님은 두 캐릭터가 좋은 친구로 보이길 바라셨다. 이렇게 사회적인 메시지도 담아 관객에게 전달하려는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고 존경심을 드러냈다.


세 사람은 꾸준하게 학전 무대에 오르고 있다. 그만큼 학전이라는 존재를 향한 애정이 깊다는 것을 의미할 터. 김지윤에게 학전은 '삶의 일부분'이다. 그는 "제가 꿈을 꿨던 곳이기도 하고, 꿈을 이룬 곳이기도 하다. 저희는 정말 식구 같다. 다른 작품을 하다가도 생각이 난다. 정말 저와 이어져 있는 느낌"이라고 애틋함을 표현했다.


"학생 때 우연히 본 대본이 '지하철 1호선'이었고, 어렸을 때 김민기 선생님의 노래를 대회에서 불러서 상을 받은 적도 있어요. 저랑 정말 신기하게 연이 있는 곳이에요. 2015년에 처음 오디션을 봤는데, 지금은 학전 작품 중 하나만 빼고 다 출연했을 정도로 정말 좋아하는 공간입니다."(김지윤)


[지하철 1호선③]김지윤·박근식·임규한, 삶의 일부분이 된 학전


박근식은 대극장 뮤지컬 앙상블 배우로 활동하다가 2017년 처음 학전을 만났다. 그는 "나만의 연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던 와중에 학전 오디션을 보게 됐다. 오디션을 보고 감이 좋았다. 됐다 싶었다.(웃음) 보통 오디션을 볼 때 하나의 가면을 쓰고 가는데, 학전 오디션을 볼 때는 가면을 쓰지 않았다. 정말 내 모습을 보여준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여전히 학교에 다니고 있는 느낌이에요. 학전은 배우로서도, 인간으로서도 좋은 가르침을 주는 학교예요. 학전이 30주년을 맞았는데, 40주년, 50주년까지 이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유명한 배우가 돼서 돌아올 때까지 영원했으면 좋겠어요."(박근식)


임규한은 배우 생활을 잠시 그만둘 정도로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너의 에너지를 보여줄 수 있는 일을 하라'는 친구의 한 마디에 '지하철 1호선' 오디션을 봤고, 다시 무대로 돌아오게 됐다. 그는 "정말 몇 년 만에 본 오디션이었다. 꼭 붙겠다는 생각보다도 내가 지닌 에너지를 확인받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 정말 나 자신을 보여주자는 생각으로 오디션을 봤다. 그때부터 학전과의 인연이 시작됐다"고 미소 지었다.


"학전을 떠올리면 한 단어밖에 생각나지 않더라고요. 흰쌀밥. 할머니가 해주는 흰쌀밥 같은 느낌이에요. 따뜻하고 정겹고 사람 냄새가 나는 곳이죠. 김민기 선생님도 저희를 보시면 항상 밥 꼭 챙겨 먹으라고 말씀해주시거든요. 30주년이지만, 앞으로도 계속 이어갈 거라고 생각해요. 옛것을 뚝심 있게 지켜오신 만큼, 학전도 오래오래 건강하길 바라요."(임규한)


사진=김태윤 기자



이솔희 기자 sh040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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