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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노트②]'땡큐 베리 스트로베리' 변하지 않은 단 한 가지

입력 2021.06.23 17:35 수정 2021.06.24 15:21

뮤지컬 '땡큐 베리 스트로베리' 박해림 작가·박윤솔 작곡가 인터뷰
아쉬움 보강해서 돌아온 3년 만의 재연
작품 특유의 따뜻함은 그대로
다양한 장르로 한층 풍성해진 음악

[뉴스컬처 이솔희 기자] 뮤지컬 '땡큐 베리 스트로베리'가 다시 태어난다. 작품의 배경이 되는 세계관부터 캐릭터, 음악, 무대까지 변화를 가할 수 있는 모든 부분에 새로운 매력을 더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단 한 가지는 변함없이 그대로다. 바로 '엠마의 성장기'라는 점이다. 작품의 초기 단계부터 함께 호흡을 맞춰온 박해림 작가와 박윤솔 작곡가는 엠마의 가슴 시리지만 애틋한 성장기를 더욱 단단히 다지며 아픔을 지닌 모두에게 따뜻한 위로를 건넨다.


뮤지컬 '땡큐 베리 스트로베리'(연출 김태형, 제작 아이엠컬처)는 세상과 고립된 삶을 택한 엠마가 인간을 닮은 로봇을 만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엠마가 기억의 흔적을 하나씩 찾아가는 과정을 통해 관객에게도 잊고 있던 소중한 기억을 떠오르게 하는 작품이다.


지난 2018년 초연 이후 3년 만의 재연이다. 박해림 작가와 박윤솔 작곡가는 "새롭게 만들었다고 과언이 아닐 정도"라고 입을 모았다. 전체적인 틀은 바뀌지 않지만, 서사와 캐릭터를 보강하고, 음악에 많은 변화를 가하면서 초연과는 완전히 다른 매력을 전할 예정이다.


[컬처노트②]'땡큐 베리 스트로베리' 변하지 않은 단 한 가지


박해림 작가는 "초연을 올리는 느낌"이라며 "새로운 세계관의 밸런스를 맞추는 것이 중요했다. 어떻게 하면 관객분들에게 친절하면서도 너무 친절하지만은 않은 이야기로 보여드릴 수 있을까 고민했다"고 털어놨다.


초연 당시 대본이 30페이지 정도였다면, 재연에 들어오며 새롭게 쓴 초고는 60페이지에 달했다. 러닝타임도 90분에서 110분으로 20분가량 늘었다. 박해림 작가는 "결국 40페이지 정도로 줄었다. '뭘 좋아할지 모르니 다 준비하자'는 마음이었다"고 웃었다. 이어 "덜어내는 과정을 계속했다. 세계관이 바뀌다 보니 이야기가 바뀌었다. 무대에서는 보여지지 않지만 숨어있는 텍스트가 많아서, '이건 어떻게 보여주지?' 혹은 '이건 안 보여줘도 되는 건가?' 하는 대화를 계속 나누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새로운 세계관 속에서, 엠마가 주체적으로 성장해나가는 이야기에 조금 더 초점을 맞춘다. 박해림 작가는 "이전에는 로봇에게 저장된 이야기에서 엠마의 과거를 풀어냈다면, 이번에는 여자와 남자의 이야기가 엠마가 떠올리는 이야기들과 병치 되기도 하고 대치되기도 하면서 엠마의 과거를 풀어낸다"고 설명했다.


"기억이 진실이든 거짓이든, 때로는 옛 일기장을 보면 지금을 살아가는 힘을 얻잖아요. 그런 것처럼 엠마가 과거를 돌아보며 스스로 치유할 수 있는 힘을 갖게 되는 것을 보여주고자 했습니다."(박해림)


[컬처노트②]'땡큐 베리 스트로베리' 변하지 않은 단 한 가지


초연 당시에는 배역 이름이 스톤, 미아, 버나드로 구분돼 있었다면, 이번 시즌에는 로봇, 여자, 버나드/남자로 바뀌었다는 점만으로도 인물 표현에 변화가 생길 것임을 예측할 수 있다. 특히 초연 당시 버나드라는 인물에 대한 아쉬움이 있었던 바. 이번 재연에는 그 아쉬움을 보강해 더욱 탄탄한 완성도로 작품을 선보인다.


박해림 작가는 "버나드는 유일하게 외부 세계의 인물이고, 엠마가 밖에서 마주하고,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인물이다. 버나드도 작품의 세계관 안에 들어갔다고 보면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음악적인 부분에서도 많은 변화가 생겼다. 작품의 음악감독이자 작곡가인 박윤솔은 "이전에는 주로 엠마의 감정선을 따라가는 클래식적인 장르가 많았다면, 지금은 캐릭터마다 서사가 세분화된 만큼 음악에도 다양한 장르가 들어간다. 초연이 클래식을 위주로 진행됐다면, 재연은 재즈나 팝 같은 부분도 더해졌다"고 변화한 지점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전에는 현악기의 아름다운 선율이 주가 됐다면, 이번에는 조금 더 기능적으로, 상황적인 설명들을 더했어요. 현악기를 타악기처럼 사용하기도 했죠. 낯설게 느껴지실 수도 있겠지만 새로운 변화를 긍정적으로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박윤솔)


기존에 있던 대부분의 곡에 변화를 가했고, 캐릭터의 변화에 초점을 맞춘 여덟 개의 새로운 넘버를 추가했다. 엠마의 캐릭터가 한층 단단해지면서, 엠마가 부르는 넘버도 조금 더 리드미컬하고 에너지가 느껴지는 방향으로 바뀌었다.


[컬처노트②]'땡큐 베리 스트로베리' 변하지 않은 단 한 가지


박윤솔 작곡가는 "엠마의 인생이 주마등처럼 지나가는 장면이 담긴 넘버가 있다. 작가님이 어떻게 써달라고 요구하는 사람이 아닌데, 그 넘버는 처음 대본을 건네줄 때부터 구체적인 생각을 말씀하셨다. 가장 많이 고민했고, 가장 쓰기 힘든 넘버였다"고 말했다.


이어 "나와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마지막 순간을 마주할 때, 행복한 기억이 흘러가서 축제처럼 끝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고 덧붙였다.


"2주, 3주 동안 가사를 못 썼어요. 엠마의 상황에 처해보지 않았으니 상상이 안 되는 감정이기도 했고, 잘 쓰고 싶은 마음도 컸거든요. 그렇게 여러 개를 써서 작가님한테 보여드렸는데, 작가님이 '눈물 난다'고 해서 '이제 됐다' 싶었어요."(웃음)


이미 관객에게 한 번 선보인 작품을 완전히 새롭게 재탄생시킨다는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터. 이번 시즌 합류한 김태형 연출이 준 믿음이 박해림 작가와 박윤솔 작곡가에게 큰 힘이 됐다. 박해림 작가는 "서로를 향한 신뢰가 깊다. 사실 연출은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기 쉽지 않은 위치다. 그런데 김태형 연출님은 첫 연습 때부터 자기만 믿고 따라오라고 하셨다. 한 치 앞을 모르는 상황이었는데, 덕분에 똘똘 뭉치게 됐다. 연습실 분위기도 정말 좋았다"고 미소 지었다.


"관객분들이 초연에서 좋아해 주셨던 포인트를 살리려고 노력해서, 변화들이 낯설게만 느껴지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 더 좋아지게 하기 위해 열심히 준비했으니 좋아해 주실 것이라 믿습니다. 행복하게 작업한 만큼, 이 에너지가 음악에 묻어났으면 좋겠습니다.(박윤솔)


"정말 처음 작품을 만들듯이 준비했어요. 이야기의 본질은 바뀌지 않았습니다. 그 본질을 어떻게 해야 재미있게 전달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가지고 준비했습니다."(박해림)


[컬처노트②]'땡큐 베리 스트로베리' 변하지 않은 단 한 가지


한국예술종합학교 동기인 박해림 작가와 박윤솔 작곡가는 데뷔작으로 관객과 평단의 시선을 사로잡았다는 공통점을 지녔다. 박해림 작가는 뮤지컬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로 관객의 사랑을 받은 것은 물론, 2016년 제1회 한국뮤지컬어워즈에서 극본상을 받았고, 2019년에는 차범석희곡상의 주인공이 됐다. 박윤솔 작곡가 역시 2017년 뮤지컬 '판'을 통해 호평받았다.


박윤솔 작곡가는 "감사함이 가장 크지만, 한편으로는 두려움도 크다. 내 길을 제대로 가고 있는 게 맞는 건지 의문이 들기도 하고, 혹평을 받게 될 때 내가 어떻게 그것을 감내할 것인가 하는 걱정이 생기기도 한다. 막연한 부담감을 안고 있다"고 털어놨다.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이후 '전설의 리틀 농구단', '이토록 보통의' 등 꾸준하게 작품을 선보인 박해림 작가는 "이제는 예전의 호평에서 벗어났다"며 "지금까지 10편의 작업을 했다. 평가가 안 좋아도 '그래 난 이거밖에 안 돼'라는 마음으로 계속 걸어갔다. 상처받을 시간도 없었다"고 지난 시간을 돌아봤다.


이어 "외부의 평가보다는 내가 얼마만큼 믿고 갈 건지가 중요했다. 내 텍스트가 정답이 아니고, 무대에서 보여지는 게 정답이지 않나. 저는 그냥 그때그때 최선을 다할 뿐"이라고 단단한 내면을 내비쳤다.


"저는 진짜 스스로에게 확신이 없는 사람이거든요. 그래서 나를 믿는 윤솔이를 믿고, 나를 믿는 배우와 연출을 믿어요. 이번 작품에서 가장 많이 한 말은 '일단 가보자'예요.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으니까. 안 해보고 아쉬움이 생기면 후회가 되겠지만, 최선을 다해 도전하고, 노력했는데도 아쉬움이 생긴다면 어쩔 수 없는 거죠. 그 무엇보다도 저희가 작품을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박해림)


"그래서 더 몸이 부서질 때까지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우리가 이 이상 더 어떻게 하겠어'라는 생각이 들 때까지."(박윤솔)


[컬처노트②]'땡큐 베리 스트로베리' 변하지 않은 단 한 가지


박해림 작가는 연출을 전공했고, 박윤솔 작곡가는 클래식 피아노를 전공했다. 어떤 매력이 두 사람을 뮤지컬로 이끌었을까. 아이러니하게도 박해림 작가는 '음악'을, 박윤솔 작곡가는 '이야기'를 꼽았다.


박해림 작가는 "일상은 아주 무난하게, 때로는 심심하고 지루하고 괴롭게 지나가지 않나. 일상에서 음악이 딱 시작되는 순간은 거의 없다. 그런데 뮤지컬에서는 음악이 시작되는 순간 현실도, 공간도, 시간도 벗어난다. 그래서 작곡가에게 더 의지하게 된다. 내가 글을 어떻게 쓰더라도 음악을 통해 더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으니까"라고 뮤지컬에서 음악이 주는 힘을 강조했다.


박윤솔 작곡가는 "배우들이 다른 사람의 인생을 연기하고, 다른 삶을 살아가는 게 즐겁다. 곡을 쓸 때도 내가 엠마라면 어떤 기분으로 어떤 노래를 부를까, 어떻게 움직일까 고민하는 게 재미있다"고 미소 지었다.


앞으로 뮤지컬계를 이끌어갈 창작자로서, 고민도 생각도 많다. 박해림 작가는 "소재나 이야기가 조금 더 다양해졌으면 좋겠다. 수많은 형식적 실험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캐릭터도 그렇지만, 이 이야기를 담아내는 형식이 조금 더 새로워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윤솔 작곡가 역시 "조금 더 보편화, 대중화됐으면 좋겠다. 점차 다양한 장르가 나온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 속도가 조금은 더디지 않나. 좋은 창작자들에게 도전의 기회가 많이 생기길 바란다"고 깊은 고민을 드러냈다.


"'지금 이 이야기가 유효한가?',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뭐지?' 이런 생각에서 자유롭지 못해요. 관객에게 닿지 않으면 어떡하지 싶어서 불안하기도 하고요. 그럴 때마다 '관객분들이 무대 위에서 보고 싶은 건 뭘까' 라는 생각을 해요. 인생이 마냥 따뜻한 거라고 말할 생각은 없지만,(웃음) '이 힘든 세상에서 어떻게 살거야?'라는 생각이 들 때 '내 이름을 불러주는 너 때문에 살아'라는 마인드가 제 인생 모토거든요. 그거라도 잘 전달하자는 마음이에요."(박해림)


사진=김태윤 기자



이솔희 기자 sh040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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