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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노트④]김바다·문성일, 나를 찾아가는 시간

입력 2021.06.23 17:37 수정 2021.06.24 09:22

뮤지컬 '땡큐 베리 스트로베리' 김바다·문성일 인터뷰
'로봇' 역으로 새롭게 합류

[뉴스컬처 이솔희 기자] 아픔을 품고 홀로 고립되어 살아가는 여성과, 그를 돕기 위해 나타난 인간보다 더 인간 같은 로봇. 분명 현실과는 동떨어진 이야기인데, 보는 이의 사연과 빈틈없이 맞닿아 가슴 속에 숨겨져 있던 상처를 자연스럽게 하나둘씩 되돌아보게 하고, 아픈 과거를 통해 행복한 미래를 꿈꾸게 한다. 뮤지컬 '땡큐 베리 스트로베리'의 이야기다.


이번 시즌 처음으로 '땡큐 베리 스트로베리'를 만난 김바다와 문성일도 로봇으로서 엠마를 바라보며, 또 사람이자 배우로서 엠마를 마주하며 '나답지 않았던 모습'을 덜어내고, '진짜 나'를 찾아가고 있다. 벅찰 만큼 소중한 성장이다.


[컬처노트④]김바다·문성일, 나를 찾아가는 시간


'땡큐 베리 스트로베리'에 임하며 문성일에게 가장 먼저 다가온 느낌은 '따뜻함'이었다. 그는 "위로가 있고 따뜻함이 있는 작품이다. 점점 그런 작품이 하고 싶어진다. 작품 선택의 기준이 '편안함'으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엠마가 성장하는 메시지가 너무 좋았다. 저뿐만 아니라 모두에게 필요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스스로에게 괜찮다고, 잘했다고 말하는 경우가 거의 없지 않나. '땡큐 베리 스트로베리'는 그런 응원을 담은 작품이라 좋았다"고 작품의 매력을 이야기했다.


"휴식기를 한 번 가지면서 제게 큰 변화가 있었어요.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많은 걸 경험하면서 스스로도 내 삶이 변하고 있다는 게 느껴지더라고요. 조금 더 저를 사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예전에는 남의 시선을 통해 저를 바라봤다면, 이제는 내가 나를 바라보고, 안아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땡큐 베리 스트로베리'라는 작품을 이 시기에 만날 수 있어서 정말 감사해요."(문성일)


김바다 역시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넓어지던 때에 '땡큐 베리 스트로베리'를 만났다. 그는 "예전에는 작품이 관객에게 어떤 메시지를 줄 수 있을지만 생각했다면, 이제는 작품이 나에게는 어떤 메시지를 줄 수 있을지를 생각하게 됐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물론 나라는 재료를 연소시켜서 관객에게 좋은 에너지를 주는 게 제 직업이지만, 제가 관객들로부터, 또 작품으로부터 얻는 에너지도 있지 않나. 그런 부분에 조금 더 포커싱을 맞추게 됐다"고 덧붙였다.


[컬처노트④]김바다·문성일, 나를 찾아가는 시간

[컬처노트④]김바다·문성일, 나를 찾아가는 시간


김바다와 문성일은 엠마의 집에 방문하는 '로봇' 역할을 맡았다. 로봇과 인간 사이 그 어딘가에 발붙이고 연기해야 하는 두 사람은 많은 고민과 마주했다. 문성일은 "작품 후반부로 갈수록 로봇의 외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내적인 모습까지 인간처럼 느껴진다는 생각이 든다. 그 단계를 어떻게 보여줄지, 어떻게 해야 관객분들이 그걸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실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김바다는 "작품을 만들어가면서 우리가 가진 고민들이 진짜 로봇이라면 고민하지 않을 부분인데, 우리가 사람이기 때문에 생긴 물음표라는 생각이 들더라"며 "어떤 부분을 사람답게 표현하고, 어떤 부분을 사람답지 않게 표현할지 고민했다"고 전했다.


이어 "특히 저는 상대 배우가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영향을 많이 받는 타입인데, 그 반응을 차단해야 하니 힘든 부분이 있었다. 로봇은 상대방의 행동에 반응하는 게 아니라, 자신에게 세팅된 데이터를 보여줘야 하니까. 어떻게 보면 혼자서 캐릭터를 쌓아나가야 하는 부분이 있는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로봇으로서 엠마를 바라보며, 스스로의 삶과 상처, 성장에 대해서도 다시금 생각하게 됐다. 문성일은 '땡큐 베리 스트로베리'를 통해 '나를 찾아가는 여정'에 집중했다. 그는 "이 작품을 하면서 나를 찾아가는 과정, 나를 제자리로 돌려놓는 과정을 생각하게 된다"고 했다.


이어 "누군가가 기억하면 죽지 않는다는 대사가 있는데, 스스로에게도 해줄 수 있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흔히 말하는 '흑역사'일지라도 그때가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내가 있는 것이고, 그때의 나 또한 나다. 예전에는 항상 과거를 보며 후회를 했는데, 지금은 이 다음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스스로를 되돌아봤다.


"스스로에게 여유가 많이 생겼어요. 꽉 쥐고 있던 걸 이제야 놓게 된 거죠. 예전에는 제가 잊혀질 까봐 너무 불안했는데, 이제는 제가 어떤 모습을 보여야 관객분들에게 궁금한 사람이 될 수 있을까를 생각하게 됐어요. 조금 더 건강한 삶을 살게 됐다고 생각해요."(문성일)


[컬처노트④]김바다·문성일, 나를 찾아가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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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바다가 엠마와 로봇의 이야기를 통해 마주한 키워드는 '선택'이다. 그는 "세상이, 주변 사람들이, 그리고 내가 날 힘들게 하지 않나. 그 '힘듦'의 선택권을 타인에게 주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이 내가 상처받을 선택권을, 내가 행복할 선택권을 타인에게 준 채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앞으로도 많은 상처가 있겠지만 빼앗긴 선택권을 찾아오는 연습이 필요하다. 극 중에서는 엠마가 그 선택권을 가져올 수 있게 도움을 주는 게 로봇"이라고 깊이 있는 메시지를 전했다.


"누구나 인생에 로봇 같은 존재가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본인의 어리석음 때문에 그 존재를 인지하지 못했을 수도 있고, 필요 없다고 무시할 수도 있었겠죠. 로봇을 보면서 저도 타인의 행복을 위해 존재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내가 존재함으로 인해 상대방이 본인다운 모습을 찾을 수 있다면 얼마나 뜻깊을까요. 이 작품을 하면서 인간으로서 새롭게 느끼는 점이 많아요."(김바다)


문성일은 김바다를 "깊고 차분한 호수"라고 표현했다. 하지만 김바다의 삶에도 거친 파도가 치는 시기가 있었다. 그는 "생각이 굉장히 많은 편인데, 그래서 배우를 그만 두려고 마음먹은 적이 있다. 나보다 심플하게 생각하고, 사람들 앞에 나서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해야 하는 직업이라고 생각했다. 나같은 성향의 배우도 필요할 것이라는 조언을 듣기도 했는데, 그런 생각을 하는 것만으로도 저 자신을 가두는 일이었다"고 차분하게 털어놨다.


"그때는 정말 '남들은 앞으로 나아가는데 왜 나만 이렇게 한 걸음 떼는 게 힘들지?' 라고 느껴졌어요. 이제는 생각이 많은 만큼 많은 페이지를 써 내려가서 두꺼운 책이 되면 되겠다는 생각이에요."(김바다)


어린 나이부터 연기를 시작해 학창 시절 겪어야 할 수많은 감정을 경험해보지 못했던 문성일은 20대 중후반이 되어서야 사춘기를 겪었다. 알 수 없는 자격지심에 휩싸였던 그는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엉망진창으로 살았다"고 자책했다. 하지만 그 시간이 성장의 발판이 됐다. 그는 "내가 이런 사람이라는 걸 알게 돼서 좋았다. 정말 격동기였는데, 그때가 있어 지금의 내가 있는 것 같다"고 미소 지었다.


[컬처노트④]김바다·문성일, 나를 찾아가는 시간


'땡큐 베리 스트로베리'를 통해 두 사람이 본인의 지나간 아픔을 돌아보고 앞으로 나아갈 힘을 찾은 것처럼, 두 사람은 관객 역시 작품을 통해 힘과 위로를 얻어가길 바랐다.


"자의든 타의든 스스로를 고립시킬 수밖에 없는 사회잖아요. 우리의 삶에 분명히 불행은 존재하지만, 불행 사이에 숨어있는 농담과 사랑을 찾으셨으면 좋겠습니다."(김바다)


"저는 '괜찮아'라는 말이 그렇게 좋은 건지 몰랐어요. 극 중에서 세상 모든 게 부서지고 망가지지만, 그래도 괜찮다는 말을 건네거든요. 관객분들에게도 '괜찮아'라는 말을 해주고 싶어요."(문성일)


사진=김태윤 기자



이솔희 기자 sh040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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