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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노트①]'무인도 탈출기' 청춘의 반지하 방, 햇볕은 안 들어도 아기자기하게

입력 2021.06.30 18:48 수정 2021.07.01 10:09

뮤지컬 '무인도 탈출기' 아기자기한 소품의 비밀
윤상원 연출의 아이디어 적극 반영
중고 거래 통해 소품 구하기도

[뉴스컬처 이솔희 기자] 뮤지컬 '무인도 탈출기'(연출 윤상원, 제작 섬으로 간 나비)는 갓 서른을 넘긴 취업 준비생 봉수와 동현,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수아가 연극 공모전 상금 500만 원을 타기 위해 지하 단칸방에서 연극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무대에 펼쳐내는 작품이다.


봉수와 동현·수아가 이야기를 만들어 가면서, 햇볕 한 줌 들지 않았던 봉수와 동현의 반지하 방은 북태평양 한가운데에 있는 무인도가 된다. 세 사람의 상상력이 자그마한 방을 단숨에 숲이 울창하고 바다가 반짝이는 무인도로 변신시키는 것. 작품은 그 과정을 아기자기한 소품을 사용해 효과적으로 표현하면서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동현과 봉수의 집은 극 중 '무인도 탈출기'의 이야기가 펼쳐지는 무대가 된다. 이와 같은 설정은 윤상원 연출의 경험에서 비롯됐다. 윤상원 연출은 "1년 반 정도 동아리 방에서 산 적이 있다. 소극장 가운데에 침대를 두고 생활했다. 집이 그렇게 먼 것도 아니었는데, 그냥 그렇게 사는 게 정말 행복했다"고 미소 지었다.


'무인도 탈출기'의 무대는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뉘어 있다. 대부분의 이야기가 진행되는 거실을 중심으로, 왼쪽은 아지트 같은 느낌의 동현의 공간, 오른쪽은 취업준비생의 현실이 느껴지는 봉수의 공간이다.


[컬처노트①]'무인도 탈출기' 청춘의 반지하 방, 햇볕은 안 들어도 아기자기하게


무대의 한 가운데에는 동현이 잠을 자기도 하고, 무인도의 이야기를 펼쳐내기도 하는 장치인 소파가 놓여있다. 윤상원 연출은 "'세 친구'나 '프렌즈' 같은 시트콤을 보면 친구들이 모이는 공간의 가운데에는 항상 소파가 있다. 그렇게 모이는 듯한 느낌을 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남자 둘이 살다 보면 공간이 나뉘기 마련이다. 침대가 있을 만한 공간을 각자의 방으로 설정한 건데, 동현은 자신의 공간이 너무 어질러진 나머지 공용 공간인 소파까지 침범한 것"이라고 웃음을 지었다.


동현의 공간은 색색의 블록, 오리 모양 튜브, 각종 인형으로 가득하다. 이는 과거 어린이집을 운영해 장난감이 가득했던 윤상원 연출의 방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반면 봉수의 공간은 취업 준비를 위한 문제집, 명언이 적힌 포스트잇 등으로 뒤덮여있다. 취업준비생이라는 봉수의 캐릭터를 반영한 콘셉트다. 윤상원 연출은 "학창 시절 갔던 독서실의 이미지를 참고했다. 명언이나 자기 자신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포스트잇에 적어 붙이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컬처노트①]'무인도 탈출기' 청춘의 반지하 방, 햇볕은 안 들어도 아기자기하게

[컬처노트①]'무인도 탈출기' 청춘의 반지하 방, 햇볕은 안 들어도 아기자기하게 왼쪽부터 강찬, 박정원, 김동준의 어린 시절.


실제로 봉수 역의 배우들이 어린 시절 어머니와 함께 찍은 사진이 놓여있는 것도 특징이다. 지난 시즌에는 어머니의 사진만 놓여있었지만, "동심을 떠올릴 수 있는 사진이길 바랐다"는 윤 연출의 의견이 반영돼 이번 시즌에는 모자가 함께 찍은 사진으로 변경됐다. 윤 연출은 "뮤지컬은 만들어진 이야기지만, 진심으로 다가가야 하지 않나. 이 사진을 통해 관객분들에게 이들의 이야기가 진실로 다가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고 전했다.


[컬처노트①]'무인도 탈출기' 청춘의 반지하 방, 햇볕은 안 들어도 아기자기하게


동현의 머릿속에서 보트가 되어주는 욕조, 장난감 블록, 해 모양 조명 등 무대에 등장하는 소품 대부분은 윤 연출이 직접 중고 거래 앱을 이용해 구했다. '공연을 위해 연출된 공간'인 무대에 놓인 소품들에서 현실과 다름없는 친근함과 삶의 흔적이 느껴지는 이유다. 작품의 마스코트인 '멍크'(악어 인형)는 이번 시즌 새롭게 디자인해 제작했고, 동현의 방에 위치한 오리 모양 튜브 '무탈이'는 직구를 통해 바다를 건너온 해외파(?)다.


가볍게 준비한 듯한 소품이지만, 하나하나에 담긴 뜻은 깊이 있다. 해 모양 조명을 설치해 반지하 방에서 동현과 봉수가 느낄 햇빛에 대한 갈증을 해소했고, 땅을 바라보는 동현, 봉수와 달리 하늘을 바라보는 해바라기를 통해 꿈을 꾸는 이들을 간접적으로 표현했다.


[컬처노트①]'무인도 탈출기' 청춘의 반지하 방, 햇볕은 안 들어도 아기자기하게

[컬처노트①]'무인도 탈출기' 청춘의 반지하 방, 햇볕은 안 들어도 아기자기하게


무대에 설치된 미러볼과 조명이 어우러져 공연장 전체를 별이 가득한 하늘로 재탄생시키기도 한다. "관객까지 별이라고 느껴지는 순간이 오길 바랐다"는 윤 연출의 아이디어다.


무인도에 모닥불이 빠질 수 없을 터. 손전등에 빨간색 담요를 덮으면, '무인도 탈출기'만의 모닥불이 탄생한다. 윤 연출은 "봉수가 상상을 통해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고자 했다"며 "원래는 담요가 아니라 입고 있던 옷을 이용했다. 그런데 모닥불의 느낌이 안 살더라. 우연히 담요를 사용하고, 손지애 배우가 빨간색 컵으로 전등을 덮자는 아이디어를 내면서 지금의 모습이 완성됐다"고 이야기했다.


[컬처노트①]'무인도 탈출기' 청춘의 반지하 방, 햇볕은 안 들어도 아기자기하게


한편 '무인도 탈출기'는 오는 8월 1일까지 대학로 드림아트센터 2관에서 공연된다.


사진=섬으로 간 나비



이솔희 기자 sh040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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