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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무대, 한 명이면 충분해

입력 2021.07.06 17:34 수정 2021.07.06 19:04

대학로 사로잡은 1인극·2인극의 매력
'일리아드'·'살아있는 자를 수선하기' 등 1인극 열풍
꾸준하게 사랑받는 2인극
"두 사람의 이야기에 몰입"

[뉴스컬처 이솔희 기자] 한 명의 배우가 무대에 오른다. 배우는 무대 위에서 배우 그 자체가 되기도, 이야기를 전해주는 내레이터가 되기도, 또 극 중 이야기의 인물이 되기도 하며 자유자재로 변신한다. 공연이 시작할 때까지만 해도 약간은 허전했던 무대가, 막이 내릴 때쯤이면 더없이 가득 찬다. 배우가 내뿜어낸 에너지가 넘실거리는 덕분이다. 그제야 관객은 알아차린다. 무대 위에는 한 명의 배우가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걸.


한 명의 배우가 무대에 올라 모든 이야기를 펼쳐내는 '1인극'은 이제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꾸준하게 선보여지며 관객을 만나고 있기 때문이다. 1인극의 대표적인 매력은 '몰입'이다. 무대를 자유자재로 누비며 그때 그때 새로운 인물로 다시 태어나는 배우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절로 감탄이 나오고, 자연스레 배우가 펼쳐내는 이야기에 빠져들게 된다.


최근 가장 인상적인 1인극은 연극 '일리아드'다. '일리아드'는 서양 최초의 문학작품이자 그리스 최대의 민족 대서사시, 호메로스의 '일리아스'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작품은 10년에 걸친 그리스군의 트로이 공격 중 마지막 해에 일어난 사건들을 그린다. 아킬레스와 헥토르를 비롯한 트로이 전쟁의 전사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신들, 전쟁으로 목숨과 터전을 잃은 이들의 이야기가 한 명의 내레이터에 의해 펼쳐진다. 내레이터의 역할을 맡은 배우가 전쟁의 주역이자 증인, 희생자로 분하며 전장의 세계를 그려내는 모습이다.


연극 무대, 한 명이면 충분해 사진=더웨이브


특히 '일리아드'는 내레이터 역을 맡은 세 배우가 각기 다른 콘셉트를 지닌 채 조금씩 다른 대본으로 연기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뮤즈 역할을 하는 악기도 각각 다르다. 황석정은 기타, 최재웅은 퍼커션, 김종구는 하프와 호흡을 맞춘다.


지난달에는 한 청년의 심장 이식 과정을 둘러싼 24시간의 기록을 담은 작품인 '살아있는 자를 수선하기'가 관객을 만났다. 프랑스 작가 마일리스 드 케랑갈의 동명 소설을 1인극 형태로 각색한 작품이다.


무대에 오른 배우는 불의의 사고로 인해 뇌사 상태에 빠진 19세 청년 시몽 랭브르부터 그의 가족, 의사, 장기 코디네이터, 장기 수여자까지 남녀노소를 불문한 16개의 캐릭터를 연기한다. 특별한 무대 장치도, 인물과 인물을 구분하는 특별한 소품도 없었지만, 손상규와 윤나무는 인물을 자유자재로 오가면서 이야기를 펼쳐내 관객의 몰입을 이끌었다.


손상규는 뉴스컬처와의 인터뷰에서 "시작부터 끝까지 제 리듬으로 가는 것 아닌가. 앞에서 연기한 것들이 뒷부분의 저에게 쌓인다. 그렇게 쌓인 것을 가지고 다음 장면을 해나가야 한다. 혼자서 100분짜리 연주를 하는 느낌이다"고 1인극 무대에 서는 느낌을 전했다.


손상규가 속한 창작 집단인 '양손프로젝트'는 지난 5월 '1인극 프로젝트'의 시작으로 연극 '데미안'을 선보였다. 배우 양종욱이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을 4시간에 걸쳐 무대에 펼쳐냈다. 이후로도 더 많은 시도를 이어나갈 것을 예고했다.


연극 무대, 한 명이면 충분해 '살아있는 자를 수선하기' 공연 장면. 사진=프로젝트그룹일다


1인극뿐만 아니라, 2인극 역시 소수의 배우가 주고받는 쫀득한 에너지로 관객을 사로잡는다. 무대에 한 사람이 더 오를 뿐인데, 1인극과 2인극은 관객에게 완전히 새로운 느낌을 선사한다. 1인극이 한 배우와 캐릭터의 내면에 오롯이 집중한다면, 2인극은 두 사람의 대화와 그 속에 담긴 에너지에 집중한다.


2인극은 연극 뮤지컬 마니아 관객이 선호하는 공연 형식으로 손꼽힌다. 두 배우의 탁월한 호흡이 관객을 자연스럽게 작품의 중심으로 초대하는 것은 물론, 다양한 구조의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공연 중인 작품만 해도 '마마 돈크라이'부터 '유진과 유진', '해적', '빈센트 리버' 등 다채롭다. 같은 2인극이어도, 매력은 다 다르다. '마마 돈크라이'가 죽음과 사랑을 사이에 둔 드라큘라 백작과 프로페서 브이의 팽팽한 신경전을 그린다면, '유진과 유진'은 같은 상처를 지닌 두 여성의 이해와 연대를 담아낸다.


또 '해적'이 1인 2역으로 남녀 캐릭터를 오가는 배우들의 재치 넘치는 활약으로 관객을 사로잡는다면, '빈센트 리버'는 사랑하는 이의 죽음을 마주한 두 인물이 대화를 통해 상처를 마주하는 과정을 펼쳐내며 묵직한 여운을 안긴다.


연극 무대, 한 명이면 충분해 뮤지컬 '쓰릴 미' 공연 장면. 사진=김태윤 기자


오는 20일 2차 팀의 여정을 시작하는 '쓰릴 미'도 빼놓을 수 없다. 2인극의 대표적인 작품인 '쓰릴 미'는 대학로에 2인극 열풍을 불러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작품은 미국 전역을 충격에 빠뜨렸던 전대미문의 유괴 살인사건을 소재로, '그'와 '나'의 불꽃 튀는 심리 게임에 집중한다. 2007년 초연 이후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꾸준하게 사랑받아왔다.


'빈센트 리버'와 '쓰릴 미'를 연이어 선보이고 있는 달컴퍼니는 뉴스컬처에 "2인극의 가장 큰 매력은 단 두 사람이 채워가는 이야기에 오롯이 집중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전했다.


이어 "관객은 두 인물 사이의 관계성과 서사에 집중하면서 극 속으로 보다 치밀하게 빠져들게 된다. 무대에서 보여주는 대사와 감정들에 더욱 몰입할 수 있는 것이 2인극이 주는 가장 큰 묘미라고 생각한다"고 2인극이 꾸준하게 사랑받는 이유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솔희 기자 sh040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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