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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로 띄워질 Div

[포커스]"A급 배우는 광고 찍고, 우리는 때밀이·막노동·배달합니다"

입력 2021.01.12 16:36 수정 2021.01.12 17:54

코로나19로 영화·공연계 직격타
줄줄이 개봉 연기·개막 취소 '올스톱'
막노동·때밀이·배달…설 곳 잃은 배우들
문화계 지원책 실효성 있을까

'연예인 걱정은 하는 게 아니다.' 혹자는 활동 한 번에 큰 수익과 인기를 얻으며 살아가는 연예인의 사정이 나보다 낫다며 이같이 말합니다. 하지만 지난해 사정은 달랐습니다. 많은 사람이 힘겨운 시간을 보낸 가운데 수입이 불규칙한 프리랜서 창작·예술인들의 삶은 팍팍했습니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로 직격탄을 맞은 문화계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봤습니다. 지난 1년간 힘겨운 시간을 보내온 영화, 공연, 문화계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어떤 피해를 보았는지, 이를 해소할 정책에는 어떤 게 시행되는지 들여다보려 합니다. [편집자주]


[뉴스컬처 이이슬 기자] "요즘 목욕탕에서 '때밀이' 합니다." 영화·공연 등 활발히 활동하며 인기를 얻은 배우 A씨는 근황을 묻자 이같이 답했다. 그는 목욕탕에서 일명 때밀이, 세신사로 일하고 있다. 면 마스크를 착용하고 일하면 되고, 별도 휴식 공간에서 홀로 쉴 수 있어서 근무를 결정했다고 했다. 번 돈에서 목욕탕에 일정 금액을 지불하고 남은 돈은 고스란히 그의 몫이다. 매일 일한 만큼 벌 수 있어 좋다는 것이다. "나중에 세신사 역할이 주어지면 정말 실감 나게 연기할 자신 있어요"라며 호방하게 웃었다.


지난해 1월부터 전 세계에 불어닥친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는 우리의 일상을 바꿔놨다. 카페에서 나누던 소소한 대화, 음식점에서 함께 식사 나누며 서로의 안부를 확인하던 순간은 하루아침에 사라졌다. 일터까지 집어삼켰다. 이로 인해 많은 이가 직업을 잃었고 문화계 종사자 다수가 설 자리를 잃었다. 대학로에서는 공연이 중단되고 개막이 줄줄이 연기됐다. 모두의 안전을 위해 조기 폐막하기도 했다. 충무로 피해도 막심했다. 영화 개봉이 줄줄이 밀렸고, 1999년 IMF 이후 최저 관객수를 기록했다. 극장이 텅 빈 날들이 이어졌다. 신작 제작도 속속 중단됐다. 지난해 영화 제작은 계속됐지만, 완성된 편수는 비교적 많지 않다. 앞차가 빠져야 뒤차도 나가는 법. 개봉하지 못한 영화는 쌓였고, 제작 시장은 곧 위축됐다. OTT 콘텐츠 제작은 급물살을 탔다. 해당 작품 오디션에는 기성·신인배우가 대거 몰리며 서로 배역을 맡기 위한 소리 없는 전쟁이 펼쳐졌다.


[포커스] 사진=뉴스1


개봉 연기→공연 중단 "A급 배우만 찾아요"

쏠림 현상이 두드러졌다. 소위 잘나가는 A급 배우들의 생활은 비교적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본인과 오랜 시간 함께 호흡을 맞춰온 연출, 제작자와 여유 있게 신작 준비에 나서는가 하면, 무대를 안방으로 옮겨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에 진출하기도 했다. 광고 활동도 무리없이 이어갔다. 하지만 이름 석 자만으로 투자가 척척 되는 A급 배우들을 제외하고는 부침을 겪었다.


지난해 주요 영화 배급사는 개봉을 앞둔 신작 여러편의 일정을 올해로 연기했다. 코로나 상황을 지켜보며 치열한 눈치 싸움도 벌어졌다. 간판을 내건 영화는 많지 않았다. 일부 영화는 확진자수가 반짝 떨어졌을 때 개봉해 관객과 만났지만, 100만 명을 모으기도 힘겨운 상황이 이어졌다. 극장도 매출이 줄어들며 부침을 겪었다. 제작 시장도 위축됐다. 이 시기, 극장 개봉용 영화에 과감히 투자를 결정하기 어려웠을 터. 결정된다고 하더라도 출연 배우는 손실을 최대한 줄일 수 있는 티켓 파워를 갖춘 이들이어야 했다.


지난해 영화 개봉을 앞두고 만난 배우 B씨는 "요즘 배우들한테 전화를 걸어 '요즘 뭐해?'라고 물으면 대부분 '그냥 있어'라고 한다. 논다는 말이다. 사정이 비슷하다. '요즘 바쁘다'고 하는 배우가 거의 없다"고 토로했다.


오랜만에 스케줄을 위해 준비된 옷도 입고 메이크업도 받았다는 영화배우 C씨는 "2019년까지 계속해서 활발하게 활동했는데, 지난해 1월부터는 일이 없어서 계속 집에만 있었다. 코로나 때문에 외출이나 운동 시설에 가기도 조심스러워서 등산하며 체력을 길렀다"며 "주변에 친한 다른 배우들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작은 활동 하나라도 절실하다. 올해부터는 장르를 가리지 않고 연기 활동을 하려 한다"라고 털어놨다.


문화체육관광부가 2018년 진행한 예술인 실태 조사 결과 국내 문화·예술 종사자 약 120만 명의 연간 평균 예술 활동 수입은 1281만 원 수준이다. 하지만 2020년에는 코로나19로 그마저도 보장되지 않았다. 지난 12월 일일 확진자수가 1,000명대를 기록하며 3차 대유행이 불어닥치자 정부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2.5단계로 상향했다. 모두의 안전을 위한 어쩔 수 없는 결정이다. 영화관은 오후 9시 이후 영업이 중단됐고, 극장은 두 칸 띄어앉기를 준수해야 한다. 공연 한 편을 올리는데 대관료, 배우·제작진 임금 등 고정 비용이 발생한다. 두 칸 띄어 앉기를 실시할 경우 공연을 통해 얻는 수익은 거의 없는 상황. 오히려 공연을 올릴 수록 손실이 커진다. 따라서 주요 중대형 작품은 지난달 말까지 공연을 중단했다. 주요 한국영화는 12월·1월 개봉을 포기했다.


두 달간 연습한 공연이 개막을 앞두고 중단됐다는 배우 D씨는 "연말이 되면 코로나 사정이 나아질 거라는 희망을 품고 배우 모두가 열심히 연습했다. 다소 불편했지만, 안전하게 무대에 오르기 위해 모두가 마스크를 반드시 착용했다. 연습을 마친 후 함께 술자리를 가지며 작품에 관해 이야기를 하곤 했는데, 이 역시 생략했다"며 "그렇게 준비해온 공연이 중단됐다. 정말 힘이 빠졌다. 데뷔 후 12월을 집에서 보낸 적은 처음이다"라고 토로했다.


[포커스] ▲기사 내용과 상기 이미지는 무관함/사진=클립서비스


잘 나가는 배우는 광고, 조·단역급 배우는 배달알바

대학로 사정은 더 안 좋다. 12월은 그야말로 대목. 혜화동 내 중·소극장에서 발생하는 수익 전체의 과반이 이달에 발생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12월 25일 크리스마스와 연말 연휴, 겨울방학으로 이어지는 만큼 평소 공연을 즐기지 않는 이들도 가족, 연인, 친구와 삼삼오오 모여 공연을 즐기기 위해 나선다. 특공(특별공연)도 이 시기에 몰린다. 중·고등학교, 기업체 등 단체관람을 하며 연말을 장식한다. 올해 사정은 어땠을까.


대학로에서 잔뼈 굵은 유명배우 E씨는 "지난해 코로나로 인해 1년 내내 힘든 시간을 보냈는데 올해 겨울은 유난히도 춥다. 특공 뿐 아니라 연말 개막을 목표로 준비해온 공연이 취소됐다. 지난해 출연 예정이던 공연이 두 편이 기획됐다가 제작이 무산됐다. 대관료, 유지비용 등을 도저히 감당할 수 없었다"고 전했다.


E씨는 "지난해 투잡 아르바이트를 하던 횟집에서 가게를 정리하겠다는 통보를 받았고, 공연 무대에도 오르지 못해 힘들었다. 이후 막노동으로 번 돈으로 월세를 내고 생활비를 충당했다. 몸은 고됐지만, 더 힘든 건 무대에 오르지 못하는 거였다. 관객의 숨소리, 조명이 달린 극장에서 나는 냄새가 그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영화, 드라마 오디션을 계속해서 봤다. 조연뿐 아니라 단역급 배우 모집에도 지원했지만 출연이 성사된 경우는 없었다"며 "동료들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대부분 막노동이나 배달, 택배 등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오디션 정보를 공유하며 갑자기 잡히는 미팅에 참여하려면 고정적인 업무보다 탄력적으로 근무 가능해야 하기에 많이 한다. 안 그래도 공연만 하며 생계를 이어가기 어려운데, 코로나로 무대 마저 오르지 못해 안타깝다"며 한숨 지었다.


한 영화 관계자는 "이름난 배우를 제외하고 주변에 많은 배우가 어려운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배우로 살아가며 드는 생활비, 유지비 등을 연기 활동을 통해 충당해왔지만, 최근에 제작 편수가 줄어들며 생활에 타격을 입었다. 오디션에 더 많은 배우가 몰리고, 영화·방송 등 문을 두드리지 않던 배우들도 영역 확장을 시도하는 분위기다"며 "문화 창작자들의 고용 불안은 심화하고 있다. 곧 코로나가 종식돼서 하루빨리 현장에서 함께할 날이 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포커스]


예술인 고용보험제 시행, 복지 사각지대 해소될까

제도적 보완책은 없을까. 고용노동부는 지난 1일 두루누리 사업계획을 발표했다. 예술인이 체결한 문화예술 용역 사업의 규모가 10인 미만이고 예술인의 월평균 보수가 220만 원 미만이면 고용보험료의 80%에 대한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예술인이 2개 이상의 문화예술 용역을 체결한 경우 월 보수 합산액이 220만 원 미만이면 보험료 지원 대상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산하기관인 한국예술복지재단에서 지난달 10일부터 예술인 고용보험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수입이 불규칙하고 실업 상태가 반복되는 등 고용안전망 사각지대에 있었던 예술인들이 실업 급여(구직급여)와 출산 전후 급여 등을 수급할 수 있도록 해 예술인으로서의 안정적인 삶을 지원하고 예술 창작활동의 기반을 제공하기 위한 사회보험제도다.


서울시는 시민참여 플랫폼 '민주주의 서울'에서 '예술인의 생활 안정, 어떻게 지원할까요?'라는 주제로 시민토론을 진행한다. 2월 11일까지 한 달간 진행되는 토론은 극단 소속으로 활동 중인 한 연극인의 제안에서 시작됐다. 서울시는 제출된 의견을 검토·분석해 답변할 예정이다. 토론에 1,000명 이상의 시민이 참여하면 서울시장 권한대행이 직접 답변자로 나선다.


이러한 정책이 실질적 사회보험 사각지대 해소에 기여할까. 공연 관계자는 "사회적 논의가 좀 더 일찍 이뤄졌다면 하는 바람이 있지만 이제라도 제도적 대책이 마련돼 다행이다. 많은 예술인이 혜택을 받을 것이라 기대한다"며 "소외된 예술업계 종사자가 많은데, 더 많은 사람이 실효성 있는 정책을 통해 부담 없이 창작활동을 할 수 있다면 좋겠다. 이후 보완·강화된 대책이 더 나오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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