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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비대면 홍보는 불가피한 선택…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요"

입력 2021.01.13 18:05 수정 2021.01.14 08:42

코로나19로 영화계 보릿고개
제작발표회·인터뷰 온라인 전환
"비대면 홍보, 안전 위한 선택"
홍보마케팅사 근근히 버티기
장기·제도적 지원 호소

지난해 많은 사람이 힘겨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로 직격탄을 맞은 문화계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봤습니다. 지난 1년간 힘겨운 시간을 보내온 영화·공연·문화계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어떤 피해를 보았는지, 이를 해소할 정책에는 어떤 게 시행되는지 들여다보려 합니다. 영화계에서는 극장·배우에 이어 홍보마케팅 관계자들의 목소리를 들었습니다. [편집자주]


[뉴스컬처 이이슬 기자] 영화 한 편이 만들어져 극장에 걸리기까지 눈에 보이지 않는 수많은 과정을 거친다. 제작이 완성되면 각 배급사는 개봉 시기를 선점하고 이를 통해 일정이 정하고 나면 홍보 계획을 수립한다. 이름나고 주목도 높은 배우를 활용하는 방안도 주요 마케팅 포인트다. 시장 상황과 영화 특성 등을 고려해 홍보 방향을 정한다. 통상적으로 개봉 한 달 전에는 포스터·스틸·예고편 등을 순차적으로 릴리즈하며 기대를 끌어올린다. 블라인드 시사회를 통해 영화의 실 관람객의 반응도 수집한다. 리스크는 없는지, 전반적인 반응을 가늠한다. 제작보고회를 개최하고 공식적인 홍보의 시작을 알린다. 개봉일 약 1~2주 전에는 언론에 영화를 처음 공개하는 언론배급시사회를 열고, 주요 매체 기자들과 라운드 인터뷰를 진행한다. 이 과정에서 배우들은 영화 콘셉트와 잘 맞거나 시청 타깃과 예상 관객 타깃이 부합하는 예능 프로그램 등에 출연해 작품을 알리기도 한다. 애지중지 생명을 불어넣은 자식 같은 영화 한 편이 탄생해 세상에 나오기까지, 참 많은 사람이 보이지 않은 곳에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최전선에서 영화를 알리는 홍보마케팅사의 노력을 빼놓을 수 없다.


[포커스] 사진=뉴스1(이하 상동)


지난해 영화계는 긴 터널을 지났다. 유례없는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로 인한 전 세계 팬데믹 사태를 겪으며 극장을 찾는 관객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의 10월 한국 영화산업 결산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1월부터 10월까지 누적 관객수는 전년 대비 70.6%, 누적 매출액은 70.4% 감소했다. 지난해 영화산업 매출 규모는 1조원을 넘지 못했다. 영진위 통합전산망 집계를 시작한 2004년 이후 처음으로 한 해 매출액이 1조 원 밑으로 떨어졌다. 2004년 1조5,000억 원으로 집계된 이후 2009년 1조1,984억 원까지 감소했으나, 한 번도 1조 원 밑으로 떨어지진 않았다. 지난해에는 2조5,093억 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할리우드에서는 '007', 마블 시리즈 등이 지난해 3월, 일찌감치 1년 뒤로 연기했고, 국내 주요 배급사들도 개봉을 검토하던 영화를 잇달아 미뤘다. 3월의 1차 대유행, 8월의 2차 대유행을 겪으며 관객수가 크게 줄어들었고, 한때 확진자 수가 반짝 감소했으나 12월의 3차 대유행 사태를 거치며 사실상 주요 국내 영화들은 겨울 개봉을 포기했다. 제작 시장도 위축됐다. 결국, 투자배급사는 개봉이 돼야 자금을 회수하는 데 시장 상황이 나아지지 않자 제작을 보류, 연기하는 일이 늘었다. 개봉이 밀리자 홍보사들은 큰 타격을 입었다. 영화 개봉 이후 받는 잔금을 받지 못해 경영상 어려움을 겪었고, 그 중 일부는 기존 인력을 정리하며 덩치를 줄였다. 홍보마케팅사들은 "해고나 폐업 위기를 막기 위해 버텨왔는데 사태가 장기화하니 버틸 여력이 없다"고 호소했다.


비대면 시대, 달라진 영화홍보

영화계는 2020년 험난한 보릿고개를 넘었다. 어려운 상황에도 영화 여러 편이 들불처럼 개봉해 관객과 만났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고 모두의 안전을 위해 비대면(언택트·Untact) 홍보 방식이 도입됐다. 최전선에서 영화 홍보를 진행하는 홍보마케팅사와 투자배급사 홍보팀은 온라인 비대면 방식으로 부지런히 영화를 알렸다. 머리를 맞대고 아이디어를 짜냈으며, 치열한 눈치 싸움도 벌였다.


지난해 제작발표회는 대부분 온라인 생중계로 진행됐다. 극장에서 주요 언론 다수가 자리해 영화의 예고편, 하이라이트, 스틸 등을 본 후 질의응답을 갖는 과정은 생략됐다. 홍보사에서 사전에 기자들의 질문을 취합한 후 현장에서 MC의 입을 통해 대신 물었다. 배우들은 관객 없이 카메라를 통해 언론에 인사를 전했다.


언론시사회는 입장 전 문진표 작성·발열체크·한 칸 띄어앉기·마스크 착용·취식금지 등 방역 당국 지침을 준수하며 극장에서 진행됐다. 그러나 영화 상영 직후 해당관에서 연이어 진행되는 기자간담회는 화면을 통해 생중계됐다. 질문 역시 사전에 홍보사에서 취합해 사회자가 전달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기자들은 같은 극장, 다른 관에 있는 배우들을 화면을 통해 취재해야 했다.


인터뷰 풍경도 달라졌다. 코로나 확진자수가 감소세를 보였을 때는 대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현장 출입 전에 문진표 작성·발열체크 등 방역 지침을 준수해 진행됐다. 기자들은 모두 마스크를 쓴 채 질문을 던졌다. 코로나 확진자수가 급속도로 증가할 때는 비대면 방식으로 전면 전환됐다. 확산 초반에 이어 최근 사회적 거리두기가 2단계~2.5단계로 상향 조정되자 카페 내 취식이 금지됐고, 모임 역시 금지됐다. 이로 인해 영화 인터뷰는 대부분 각자의 공간에서 온라인 화상 연결을 통해 진행됐다.


기자들에도, 영화·홍보인들에도 코로나 사태는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이로 인해 진행된 비대면 홍보 방식은 색다른 풍경을 마주하게 했다. 최근 화상 인터뷰를 진행했다는 한 매니지먼트사 관계자는 "인터뷰는 영화를 선보이기 전에 언론과 만나는 자리다. 물론 영화 홍보도 중요하지만, 기자시사회를 통해 미리 작품을 본 언론과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며 스킨십하는 것도 엔터사 입장에서 중요한 일이라 생각하는데 아쉽다"고 말했다.


비대면 홍보 방식에 관해 마케팅사 관계자는 "디지털 매체를 활용도는 점점 늘어날 것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계속해서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올 거 같다"고 말했다.


[포커스]


"모두의 안전을 위한 선택"

영화 홍보 관계자 다수는 코로나 상황이 만들어낸 비대면 홍보라는 웃지 못할 방식을 만들어냈다며 허탈해 했다. 한 관계자는 "비대면 홍보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코로나 상황에서 영화를 알리기 위한 방편에 불과하다"며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해 코로나19로 관객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도 영화들은 힘겹게 개봉했다.
비대면 홍보는 모두를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봐주시길…


한국영화마케팅사협회(KFMA) 회장이자 퍼스트룩의 강효미 대표는 "극장 산업이 위축되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영화인이 많다. 홍보에 몸담은 많은 인력이 어려운 시기를 버텨나가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영화계 전문 인력의 이탈은 큰 손실이라고 강조했다. 강 대표는 "홍보사는 다년간 경력을 지닌 영화 마케팅 전문 인력으로 구성돼 있고 인건비로 큰 비용이 든다. 홍보 방식이 비대면으로 바뀐 것은 플랫폼의 변화일 뿐 전문 인력이 없어도 되는 건 아니다. 하나부터 열까지 사람이 하지 않는 일은 없다. 힘겨운 상황 속 전문 인력의 이탈을 막는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며 "대부분 영화 홍보사는 소규모 회사에 속한다. 영세한 규모의 회사는 지원이 절실하다. 인건비를 포함해 임대료 등이 고정비용으로 소요되지만 마이너스가 계속되면 버티는 게 불가능하다"라고 말했다.


[포커스]


"개봉 밀리면 잔금 못 받아…장기적 지원 필요"

정부의 지원은 얼마나 이뤄졌을까.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해 4월 영화관에 대한 영화발전기금 부과금을 90% 감면하고, 코로나19로 제작·개봉이 연기된 영화와 영화인들을 지원하는 데 170억 원을 투입하는 것을 골자로 한 '영화산업 피해 긴급지원 대책'을 시행했다. 이를 통해 코로나19로 제작이나 개봉이 연기된 한국 영화 제작비용과 개봉 비용 일부를 지원했다. 당시 오프라인 영화 마케팅사, 온라인 마케팅사 등을 포함한 80여 개 회사가 약 6억가량 지원받았다.


강효미 대표는 "일회성 대책이 아니라 장기적인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올해 기대작 다수가 개봉을 앞두고 있다. 극장이 정상화되면 좋은 영화가 개봉할 거고 관객은 극장을 찾으리라 본다. 그렇게 되기까지 다양한 변수는 존재한다. 백신 접종 이후 집단면역이 형성되려면 하반기가 되지 않을까 예상한다. 그때까지 버티기 위한 최소한의 지원이 필요하다. 회사 재량껏 유지하고 버텨나가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하다"고 말했다.


사회적 거리두리 2.5단계로 오후 9시 이후 영업이 제한됐다. 개봉작은 연기되고 개봉 시기에 더욱 신중해진다. 마케팅 스태프들은 큰 타격을 입고 있다. 올해 개봉 라인업이 한 편도 안 정해졌다는 마케팅사가 많다. 이러한 막막함 속에서 언제까지 버텨낼지 모르겠다. 현실적 고통이 크다.


또 다른 영화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 좋지 않은 상황은 계속되리라고 본다. 들어오는 돈이 없는 상황에서 나가는 비용만 발생한다. 언제까지 빚으로 연명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호소했다. 이어 "빨리 영화를 극장에 선보이고 싶은 마음은 모두가 같을 것"이라면서도 "애써 만든 작품을 이왕이면 많은 관객이 극장을 찾는 분위기에서 공개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지난해 여름 상황만 봐도 개봉시기를 선뜻 잡기가 어렵다. 당시 코로나 상황이 끝날 거라 예상하고 개봉을 준비했다가 손실을 봤다. 올해 상황도 예상할 수 없는 만큼 상당히 조심스럽게 추이를 살피고 있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제작사 관계자는 "올해 코로나가 언제 사라질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예상보다 더 힘든 상황이 지속할 가능성도 있다. 개봉하고, 많은 관객을 모아야 홍보·제작·배급 등 모두가 사는 길이 아닐까"라며 "하루빨리 더 많은 관객과 만나는 날이 오길 바란다. 극장을 찾는 발길은 끊겼지만, 영화를 향한 관심까지 꺼지지 않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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