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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승리호' 김태리 "연극하며 밤새워 연기 토론, 행복했죠"

입력 2021.02.20 08:00 수정 2021.02.20 08:00

영화 '승리호' 김태리 인터뷰

[뉴스컬처 이이슬 기자] "같이 먹고 살아야죠." 김태리는 최근 SNS를 개설한 이유를 묻자 재차 이어진 소속사의 권유에 못이겨 가입했다고 답하며 이같이 말했다. 호방한 웃음이 장선장과 꼭 닮았다. 첫 게시물로 화장기 없는 민낯 셀카를 올렸다. 화려하고 멋진 사진을 올리고 싶을 법도 한데 무엇하나 치장하지 않은 그대로의 얼굴로 인사를 전한 것이다. 말없는 표정에서 느껴지는 새침함. 그 찰나가 그의 전부는 아니다. 그의 행보에 계속해서 눈이 간다. 예쁘고 아기자기한 것과는 거리가 멀다. 물론 혹자들이 만들어낸 특정 이미지와 편견에 부합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그에 거스르는 발걸음이기에 더 일시적인 게 아닐까 싶어 시선을 거둘 수 없다. 성별을 알 수 없는 로봇, 도박 중독자, 박 씨라 불리는 사내가 모인 '승리호' 선원들은 새로운 가족의 형태를 이룬다. 여기에 장선장은 여성 가장이라는 점이 흥미롭다.


김태리는 최근 진행된 온라인 화상 인터뷰에서 넷플릭스 영화 ‘승리호’(감독 조성희)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인터뷰]'승리호' 김태리


‘승리호’는 2092년, 우주쓰레기 청소선 승리호의 선원들이 대량파괴 무기로 알려진 인간형 로봇 도로시를 발견한 후 위험한 거래에 뛰어드는 이야기를 담았다. 늑대소년’,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 ‘짐승의 끝’, 단편 ‘남매의 집’을 연출한 조성희 감독이 선보이는 우주 SF 블록버스터다.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OTT) 플랫폼 넷플릭스에서 2월 5일 공개된 ‘승리호’는 이틀 만에 해외 28개국에서 1위, 80개국 이상에서 TOP 10순위에 진입했으며, 미국, 영국, 캐나다 등 영미권을 비롯해 덴마크, 핀란드, 이집트, 나이지리아 등에서 관심을 얻었다.


박찬욱 감독 영화 ‘아가씨’(2016)로 데뷔해 ‘1987’(2017), ‘리틀 포레스트’(2018), 김은숙 작가 집필한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에서 다양한 배역을 연기한 김태리가 ‘승리호’에서 우주쓰레기 청소선 승리호의 리더 장선장으로 분한다.


장선장은 나이는 가장 젊지만, '승리호'의 브레인이자 전략가이다. 한때 악명 높은 우주해적단의 선장이었으며 신분을 바꾼 후 승리호를 이끄는 리더가 됐다. 술에 절어 막말은 기본, 안하무인의 성격 탓에 선원들은 물론, 거친 우주노동자들도 혀를 내두르는 인물. 못 다루는 기계가 없을 정도로 비상한 두뇌와 남다른 리더십을 지녔다.


영화 내내 장선장은 인상적인 활약을 펼친다. 그는 대량파괴 무기로 알려진 인간형 로봇 도로시를 발견했을 때 등 예기치 못한 상황으로 혼란에 빠져 선원들이 우왕좌왕하는 순간에도 냉철하고 빠른 판단으로 선원들을 이끌어간다. 정의롭지 못한 일에는 단호한 태도를 보인다.


김태리는 공개 직후 장선장의 분량이 아쉽다는 반응이 나올 정도로 뜨거운 반응을 받고 있다. 올백 단발로 변신해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레이저 건을 겨누는 장선장은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승리호’ 조종석에 앉았다.


[인터뷰]'승리호' 김태리


이하 김태리와 일문일답


-공개 후 반응을 살펴봤나.

해외 거주 중인 지인이 영화를 보고 연락을 주셨다. 다양한 평을 받아 신기했다. ‘아가씨’의 경우 국내 개봉 후 1~2년 후에야 해외 개봉해 반응이 전해졌는데 ‘승리호’는 동 시간 공개돼 반응을 체감할 수 있어 매력적이었다.


-장선장을 처음 받아들고는 어땠나.

장선장의 복장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필요했다. 감독님이 선글라스를 꼭 착용해야 한다고 디렉션을 주셨다. 그런 형태의 선글라스를 처음 착용해서 적응하기가 쉽지 않았다.


-전형적이지 않은 장선장에 호평이 나온다.

감독에 공을 돌리고 싶다. 시나리오를 보고 감독님께 ‘왜 장선장에 나를 떠올렸냐’고 가장 먼저 물었다. 시나리오를 보며 선뜻 내 얼굴로 읽히지 않은 게 사실이다. 여태 연기한 배역 대부분 대사를 읊으면 자연스럽게 내가 대입되곤 했지만 장선장은 달랐다. 감독께서 전형적으로 그려지지 않길 바란다고 하셨다. 작고 여린 사람이 조종석에서 가만히 있을 때 나오는 힘이 더 클 거라고 바라봤다.


-장선장이 비중이 크지 않아 아쉽다는 반응도 있는데.

선택의 문제라고 본다. 조성희 감독의 스타일이 아닐까. 네 명의 선원이 등장하고 아이들이 나오고 특정 부분을 부각하는 과정은 감독의 몫이지만 아쉽다. 전사도 많고 들려줄 수 있는 재미있는 이야기도 많다. 하지만 이야기 전체의 흐름과 완결성, 감독의 색 등을 고려하기 위한 선택이 있지 않았나.


-한국 최초 SF영화에 출연하는 것이 부담되지는 않았나.

부담 보다 설렜다. 할리우드에서만 보던 우주 활극을 한국 배우들이 연기한다는 사실이 설레고 궁금했다. 게다가 거기에 내 얼굴이 있다면? 하는 기대감이 컸다. 힘든 점은 업동이와 연기할 때 조금 신경쓴 부분이 있었다. 업동이와 함께 있는 장면과 그렇지 않은 장면에서 차이가 있었다. 시선을 상상하고 연기했고 타격의 경우 정확한 위치를 지켜야 했다. 현실적인 부분이 있었다.


[인터뷰]'승리호' 김태리


-장선장의 외형도 인상적인데.

마음에 들어서 촬영 마친 후 주황색 셔츠와 재킷을 받았다.(웃음) 지금껏 상상해온 우주복이 아니라서 처음엔 생소했는데 이야기를 보니 인물 각자 지닌 색이 인상적이었다. 영화를 본 후 촬영 당시 완성된 영화를 상상하며 연기했다면 더 좋겠다는 아쉬움이 들 만큼 인상적인 장면이 많았다.


-조성희 감독과의 작업은 어땠나.

감독님은 수줍은 고집쟁이 천재 같다. 첫 만남 자리에 노트를 들고나와서 장선장을 스케치했다. 그림으로 많이 상상하니 독창적 장면이 나오는 거 같다. 수줍음이 많은 편인데 고집쟁이다. 이야기를 10년 넘게 준비한 만큼 머릿속에 그림이 확실했다. 예산을 벗어나지 않게 합리적으로 그려냈다.


-작품 선택 기준은.

여러 요소를 고려하지만, 결국엔 마음이 끌리는 걸 선택하는 편이다.


-원래 배우가 되고 싶었나.

막연히 대학교에 들어가서 발음이 좋으니 아나운서가 되지 않을까 싶기도 했지만 전공 수업을 듣고선 안 되겠다 싶어 마음을 접었다.(웃음) 이후 연극을 만났다. 배우들과 연습하고 밥 먹고 밤새 연기 이야기를 하고 싸우다 무대를 지었다. 완성된 무대에서 조명을 받고 1시간 반 동안 연기하는 과정이 꿈만 같고 행복했다. 잘 질리는 성격인데 평생 직업으로 삼아도 될 만큼 배우가 좋았다. 이렇게 개봉한 영화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좋다.


[인터뷰]'승리호' 김태리


-악역 설리반을 연기한 배우 리처드 아미티지와 연기는 어땠나.

현장에서 집중하는 모습이 멋졌다. 촬영 직전 자신만의 시간을 가지며 집중하는 모습이 멋있었고 촬영에 들어가서는 상대를 편하게 해줬다. 영어가 주는 톤의 변화도 느꼈다. 한국어 연기와 영어 연기의 차이를 피부로 느꼈다.


-승리호의 선원 태호(송중기), 타이거 박(진선규), 업동이(유해진)와 대안 가족을 이룬 모습이 인상적이다.

진선규는 공연을 보러 갔다가 처음 인사를 나눴다. 그 순간 받은 선한 느낌이 잊히지 않는다. 함께 연기하면 정말 좋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현장에서 연기에 대해 끊임없이 의심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자신이 잘 따라가고 있는지 묻고 감정이 계속 맞는지 의심했다. 송중기와 나이 차가 많이 나지 않는데도 사람들을 잘 챙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아가씨’ 때는 몰랐던 부분이 한 작품씩 거듭하며 눈에 들어오더라. 송중기는 ‘승리호’의 중심에서 모든 사람을 다독이고 챙겼다.


-선원 중 다른 역할을 맡는다면 ‘이 역할은 힘들겠다’는 배역이 있나.

업동이. 어렵고 시나리오를 통해 본 것보다 100~200배 어려웠다. 유해진 선배가 잘 만들었다. 진선규가 연기한 박 씨 역할은 한번 해보고 싶었다. 젠더 프리 연극처럼 상상도 해봤다.


사진=넷플릭스



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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