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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희성의 STAGE pick up]3. 연극 '파우스트 엔딩'

입력 2021.04.05 12:00 수정 2021.04.05 12:00

국립극단의 '파우스트 엔딩'
김성녀가 연기하는 '파우스트'
배우들이 직접 조종하는 들개 퍼펫

독일이 낳은 세계적인 대문호 요한 볼프강 폰 괴테가 60여 년에 걸쳐 집필한 대작 '파우스트'를 2020년 국립극단 창단 70주년을 맞아 그동안 국립극장에서 세 번에 걸쳐 공연한 바도 있고, 70주년에 맞는 작품 선정을 하는 자문위원들에 의해 선정된 작품을 조광화 작가 및 연출가에 의해 연극 '파우스트 엔딩'이라는 작품으로 새롭게 재창작해 공연을 준비하였으나, 코로나 19 바이러스의 확산과 주연 배우의 부상으로 그만 제작이 중단되어 공연을 올리지 못했으나 2021년 2월, 가까스로 다시 제작되어 관객과 만날 수 있었다.


괴테의 원작에서는, 한 연로한 지식인을 통해 신과 인간 세계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과 더불어 영혼을 팔아서라도 취하려 하는 젊음과 사랑에 대한 무모한 인간 욕망의 극단적인 악행에도 불구하고, 결국 구원이라는 손을 내밀어 주고, '인간이 지향이 있는 한 방황한다'라는 다소 난해한 명제와 성찰을 되짚어 보게 했다.


조광화 연출의 '파우스트 엔딩'은 원작과 달리 신은 더러 우스꽝스럽고, 구원은 결코 이루어질 수 없으며 사랑에 대한 관념도 시대와 세대를 넘어 우아하거나, 괴상하거나 거칠게 해석되며, 끝없는 인간의 욕망과 이로 인한 파멸에 대해 작가의 주관적 시선이 가차 없이 머물러 있다.


[유희성의 STAGE pick up]3. 연극 '파우스트 엔딩' 연극 '파우스트 엔딩' 공연 장면. 사진=국립극단


인류를 위해 평생을 연구하며 봉사했지만 한계에 부딪힌 학자 파우스트는 인생의 허무에 지쳐 자살을 결심하는데 이때 악마 메피스토가 나타나 어린 시절의 열정을 되돌려 주겠노라며 영혼을 건 내기를 제안한다.


파우스트가 이루고 싶었던 자신의 세계인 공간, 유토피아를 꿈꾸는 서재이자 법, 의학, 예술, 종교 등을 망라한 범우주적 집합체인 공간에서 인간의 불온한 욕망이 자신과 세상을 어떻게 파멸해 가는지, 마치 한판 대동굿 판을 벌이듯, 호문쿨루스와 악령의 재림 같은 들개 퍼펫의 운영으로 익숙하지 않은 것들의 섬뜩함을 동반한 아찔함으로, 인간 내면의 속성을 여지없이 비웃고 속속들이 들춰 내 보이게 한다.


즉 원작에서 이성을 추구하던 학생들이 퍼펫화 된 들개가 되고, 인간의 야욕과 욕망은 인류의 끝을 향해가는 종말론적 절망의 용트림으로 드러나고, 절대적 존재라 믿었던 신의 허술함을 비집고 완전한 인간을 만들겠다는 학자들의 그릇된 신념으로 탄생한 '호문클루스'와 저승사자들의 악령인 듯한 퍼펫 들개들에 의해 최고의 권위와 학식을 동반했지만, 그 어떤 이성으로도 제어하거나 다스리지 못한 무한 욕망의 꿈틀거림을 여지없이 또는 느닷없이 야유하며 마음껏 휘젓고, 활개 치듯 어슬렁거리는 욕망의 어긋난 분출과 위용으로 통렬하게 파우스트와 세상을 비난하고 비웃게 한다.


작품은 기존의 골격을 유지하되 고정화 된 관념이나 생각들에 칼집을 내게 할 뿐 아니라 21세기 대한민국을 환기할 수 있는 단어나 문장을 통해 오늘의 현실을 되돌아보게 한다. 코로나 19나 고위 공직자들의 문제적 발언들로 동시대적 상황이나 상태를 유추하게 하며 결국 지식인 파우스트와 인간의 악행은 구원이 아닌 책임과 파멸을 초래한다는 결과를 드러낸다.


[유희성의 STAGE pick up]3. 연극 '파우스트 엔딩' 연극 '파우스트 엔딩' 공연 장면. 사진=국립극단


지금 공연계에서는 배우의 성별과 구별 없이 배역을 정하는 젠더프리 캐스팅이 세계적으로 유행처럼 진행되고 있다. 더불어 'age_blind'라고 배우의 나이를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캐릭터를 가장 잘 소화할 수 있는 배우를 캐스팅하고 있다.


우리에게는 영화 '반지의 제왕' 간달프로 기억되는 영국 배우 이언 매캘런(81)은 얼마 전 국립극장의 NT 라이브의 '리어왕'을 통해 신들린듯한 연기의 스펙트럼으로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는데 또다시 현재 셰익스피어의 '햄릿'에서 덴마크 왕자 햄릿으로 변신 중이라 한다. 런던 로열 윈저극장에서 오는 6월 21일부터 10주간 개막하는 연극 '햄릿'에서 햄릿 역을 맡았다.


국내에서도 노익장을 과시하며 다양한 역할을 맡아 열연하고 있는 중견 이상의 배우들이 무대와 매체를 통해 다양한 활약을 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이번 연극에서 파우스트 역을 맡은 배우는 대한민국 국보급 김성녀 배우다. 김성녀 배우는 그동안 연극과 창극, 마당놀이와 뮤지컬을 넘나들고, 단체장으로서 예술감독과 경영을, 교수로서 강단에서 끝까지 배우수업을 진행하며 후학을 양성했다.


사실 '파우스트'는 모든 배우가 원할 수는 있지만, 누구라도 함부로 캐스팅할 수도 없고 또한 잘해내기란 여간 녹록지 않은 배우에겐 절대 벽 같은 이상향 같은 역할이기도 하다. 그런데 연극을 봤던 분들은 알겠지만, 굳이 성별을 따지지 않더라도 배우의 존재감과 연기만으로 이미 인간 파우스트 그 자체로, 작품의 핵 같은 중심을 잡고 관객들을 설득하고 작품에 집중하게 했다.


수십 년 동안의 배우로서의 경험으로 축적된 관록과 그동안의 사회생활로 인한 지혜와 더해져 무대에서는 그저 성스러움 마저 뿜어대는 아우라의 기운들이 작품의 요소요소에 배치되어 파우스트의 고뇌와 욕망, 허망함과 자책까지, 소신 있는 언행과 연기의 깊고 작은 사유들로 인해 어느새 동화된 자아를 의식하고 나와 주변을 되돌아보게 했다.


거기에 이번 작품에서 문수호 디자이너의 퍼펫 운용은 작품의 색다름과 시청각적 만족도의 끌판 왕 같은 제목의 이미지를 완성하는데 제대로 그 몫을 해냈다. 결코 복잡하거나 난해하지 않게 조종자들의 능숙한 몸놀림과 섬세하고도 리드미컬한 퍼펫의 운용은 피지컬 시어터로서의 변용으로 파우스트의 연극적 메타포와 더불어 충분한 볼거리를 제공하며 작품에 방점을 찍었다.


멈추어라, 너 참 아름답구나!





[유희성의 STAGE pick up]3. 연극 '파우스트 엔딩'



[유희성 공연 칼럼니스트 겸 공연 연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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