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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비와 당신' 또닥또닥 편지에 담은 설렘

입력 2021.04.21 15:52 수정 2021.04.21 15:54

영화 '비와 당신의 이야기' 리뷰
강하늘·천우희 주연
응답하라 2003
사랑은 편지를 타고
평양냉면 같은 멜로

[뉴스컬처 이이슬 기자] "이건 기다림에 관한 이야기다. 오늘 기적이 일어나길 기다리고 있다." 2011년 12월 31일, 영호(강하늘 분)는 시계탑 아래 벤치에 앉아 누군가를 기다린다. 그는 말끔히 차려입고 장우산을 들고 앉아 하늘을 바라본다. 그 모습이 너무도 익숙하다. 마치 오늘 이 자리에 처음 앉은 사람이 아닌 것처럼. 맞다. 그는 매년 마지막 날 이 자리에 앉아 누군가를 기다린다. 왜, 누구를 그토록 기다릴까. 그의 내레이션과 함께 시계는 2003년을 가리킨다.


2003년 봄, 노량진 학원가에는 뚜렷한 꿈도 목표도 없는 지루한 삼수생 영호가 있다. 개강 첫날, 콩나물시루처럼 빼곡히 들어선 학생들은 무기력한 얼굴로 강사를 바라본다. 꾸역꾸역 수업을 마치고 분식 노점에서 떡볶이 한 그릇을 받아드는데 갑자기 같은 학원에 다니는 삼수생 수진(강소라 분)이 "우리 올해도 같은 반. 잘 먹을게"라며 대뜸 어묵을 집어 든다. 그렇게 두 사람은 친구가 되고 알아간다.


[영화리뷰]'비와 당신' 또닥또닥 편지에 담은 설렘

[영화리뷰]'비와 당신' 또닥또닥 편지에 담은 설렘


어느 날, 영호는 오랫동안 간직해온 기억 속 친구 소연을 떠올린다. 초등학교 동창을 통해 소연의 집 주소를 어렵게 구한 그는 용기를 내보기로 한다. 그는 친절한 전화 통화 대신 편지에 안부를, 마음을 또닥또닥 눌러 담아 보낸다.


소희(천우희 분)는 어머니와 부산에서 헌책방을 운영하며 살아가던 중 영호로부터 편지 한 통을 받는다. 아픈 언니 소연 앞으로 전달된 편지를 읽고는 "요즘도 편지를 쓰는 사람도 있구나"라며 신기해한다. 언니는 영호가 누군지 모른다며 '편지를 잘못 보낸 것 같다'고 회신한다. 답장을 들고 우체통으로 향하던 소희는 애타게 기다리고 있을 영호에게 차마 편지를 부치지 못하고 대신 답장을 써 내려간다.


"몇 가지 규칙만 지켜줬으면 좋겠어. 질문하지 않기. 만나자고 하기 없기. 찾아오지 않기." 소희로부터 답장을 받은 영호는 설레기 시작한다. 그렇게 두 사람은 서로의 풍경과 일상을 한 자 한 자 눌러 담아 주고받으며 소소한 즐거움을 느낀다.


한편 수진은 영호의 순수함이 좋다. 친구가 된 두 사람은 대화를 나누며 인간적으로, 이성적으로 서로 알아간다. 말 못 할 자신의 이야기도 담담히 털어놓는다. 동갑내기 두 사람은 감출 게 없다. 친구니까. 알면 알수록 반짝이는 영호의 진심에 매료된 수진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엉뚱한 매력으로 그를 당황하게 하기 일수다. 친구와 연인은 한 발 차이라 했던가. 서로 인간적인 매력을 느끼며 응원하지만 딱 거기까지다.


[영화리뷰]'비와 당신' 또닥또닥 편지에 담은 설렘

[영화리뷰]'비와 당신' 또닥또닥 편지에 담은 설렘


'비와 당신의 이야기'는 한 폭의 수채화처럼 잔잔하고 아름답다. 봄처럼 따뜻하고 찬란한 사랑 이야기가 뭉근하게 빛난다. 모처럼 극장에서 만나는 멜로 영화가 반갑다. 편지를 주고받으며 설렘을 느끼고 서로 알아간다는 설정이 아날로그적 향수를 느끼게 한다.


극의 시간 설정은 다소 아쉽다. 2003년 이미 휴대전화와 인터넷이 보급된 것을 떠올릴 때 편지를 통해 서로 알아가는 설정은 설득력이 부족하다. 당시를 떠올리는 오브제는 인상적이다. 가로본능 휴대전화, 폴더폰, 패션 스타일, 빨간 우체통 등 그 시절을 연상시키는 디테일한 소품들이 관객의 시간을 18년 전으로 되돌린다.


영호와 소희는 서로 외적인 요소나 조건에 매력을 느끼는 게 아닌 글을 통해 알아간다는 점이 색다르다. 기존 멜로 영화가 남녀가 서로 진심을 알고 결합된 이후 시점을 비중 있게 그렸다면, '비와 당신의 이야기'는 과정에 방점을 찍는다. 화려한 조건에 매료되고 가슴이 아닌 머리로 사랑하는 2021년, 온전히 가슴으로 서로를 느끼는 이야기를 스크린에 펼쳤다. 남녀 간의 사랑 이야기를 자극적으로 그린 각종 콘텐츠의 범람 속에서 슴슴한 평양냉면 같은 재미와 설렘을 안긴다. 러닝타임 117분. 전체관람가. 오는 28일 개봉.



사진=소니픽쳐스엔터테인먼트코리아, 키다리이엔티



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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