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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뮤지컬 '포미니츠' 삶이 재생되는 4분

입력 2021.04.21 17:30 수정 2021.04.21 17:30

뮤지컬 '포미니츠' 리뷰
서로의 상처를 치유하는 두 여성의 이야기
4분 동안 이어지는 마지막 연주가 백미

[뉴스컬처 이솔희 기자] 검정 드레스를 입은 한 여성이 피아노 앞에 선다. 능숙하게 연주를 시작한 그는 이내 피아노를 두드리고, 현을 뜯고, 발을 구르며 억눌려 있던 자신의 한과 울분을 내던지고, 자유를 향한 갈망을 처절하게 발산한다. 쉴 새 없이 몰아치는 4분간의 연주는 거칠고 굴곡 많았던 그의 삶을 닮았고, 자유를 마주하며 요동치는 그의 심장을 닮았다.


뮤지컬 '포미니츠' 속 제니가 펼치는 마지막 4분의 연주는 제니의 삶을 함축한 4분이자 크뤼거의 '현재'가 시작되는 4분, 관객의 새로운 감각이 깨어나는 4분이다.


'포미니츠'(연출 박소영, 제작 정동극장·몽타주컬처앤스테이지)는 살인수로 복역 중인 천재 피아니스트 제니와 2차 세계 대전의 상처를 품에 안고 60년 동안 여성 재소자들에게 피아노를 가르쳐 온 크뤼거가 서로를 이해하고, 상처를 치유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해방과 치유…피아노를 사이에 둔 두 사람의 만남
[공연리뷰]뮤지컬 '포미니츠' 삶이 재생되는 4분


동명 독일 영화를 원작으로 한다. 2007년 독일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우수작품상과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작품으로, 우연히 영화를 접한 뮤지컬 배우 양준모가 직접 원작 저작권을 획득해 뮤지컬화했다. 뮤지컬 '호프', '검은 사제들'의 강남 작가, 연극 '오만과 편견', '렁스'의 박소영 연출이 힘을 합쳤다.


남자친구의 죄를 뒤집어쓰고 교도소에 들어온 제니는 자신을 지키기 위해, 또 배 속의 아이를 지키기 위해 세상과 자신을 격리시킨다. 전쟁 속에서 피아노에 재능이 있던 연인 한나를 잃은 크뤼거는 마치 참회라도 하듯 60년이라는 시간 동안 재소자들에게 피아노를 가르치며 자신을 과거에 가둔다.


[공연리뷰]뮤지컬 '포미니츠' 삶이 재생되는 4분


공허한 눈빛을 지닌 채 살아가던 두 사람은 루카우 교도소에서 서로를 발견한다. 크뤼거는 폭발적으로 피아노를 연주하는 제니에게서 과거 한나의 모습을 발견하고, "재능이 있는 사람은 살아야 할 의무가 있다"는 말로 감춰져 있던 제니의 재능을 다시 끌어올린다. 피아노를 향한 애증으로 인해 크뤼거가 내민 손을 거부하던 그는, 이내 마음을 열고 다시 피아노 앞에 앉는다.


들짐승처럼 거칠었던 제니는 그토록 원했던 자유를 찾아 날아오르고, 과거에 얽매여 현재를 잃었던 크뤼거는 아픈 흔적을 털어내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한 발자국씩 가까워지던 두 사람의 마음이 비로소 피아노 앞에서 하나가 될 수 있었던 것은 들킬까 두려워 꼭꼭 숨겨놨던 서로의 상처를 숨김없이 꺼내놓은 덕분이다. 그렇게 두 사람은 '그럼에도 살아야 하는 이유'를 찾게 된다.


한 대의 피아노로 충분한 무대
[공연리뷰]뮤지컬 '포미니츠' 삶이 재생되는 4분


'포미니츠'의 무대 중앙에는 한 대의 피아노가 놓여있다. 이 피아노를 중심으로 무대는 교도소가 되기도, 제니가 갇혀있는 독방이 되기도, 피아노 경연이 펼쳐지는 스테이지가 되기도 한다. 때로는 장소의 구분이 모호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이를 통해 관객이 두 사람의 이야기에 더더욱 집중할 수 있게 한다.


비어있는 무대는 조명과 영상이 채운다. 특히 마지막 4분의 연주 동안 배경을 장식하는 영상은 스파크가 튀고,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듯한 모습으로 제니의 에너지 넘치는 몸짓에 힘을 싣는다. 앙상블 배우들이 직접 자신의 손에 조명을 비추며 만들어낸 그림자로 배경을 가득 채우며 제니를 억압하는 듯한 느낌을 주는 연출 역시 인상적이다.


[공연리뷰]뮤지컬 '포미니츠' 삶이 재생되는 4분


제니와 크뤼거를 제외한 배우들은 의자를 효과적으로 사용하며 무대에 새로운 매력을 더한다. 무대 위에서 퇴장 없이 대기하는 배우들이 제니를 바라보는 시선은 상처와 과거에 갇혀 있는 인물들이 극복해낼 수 없는 통제성을 가시화해 관객에게도 숨 막히는 듯한 긴장감을 안긴다.


마지막 4분의 연주는 '포미니츠'의 백미다. 한 편의 행위 예술을 보는 듯 격정적인 연주를 선보이는 제니의 모습은 그간의 상처를 승화시키는 듯 뜨겁고 애틋하다. 이때의 움직임은 제니 역을 맡은 두 배우가 창작진의 도움을 받아 각자의 감각을 살려 탄생시켰다. 특히 손을 하늘로 뻗는 모습이 삶과 죽음 사이에 놓인 제니의 모습을 의미하는 듯해 흥미롭다.


한편 '포미니츠'는 오는 5월 23일까지 국립정동극장에서 공연된다. 김선경, 김선영, 김환희, 김수하 등이 출연한다.


사진=김태윤 기자



이솔희 기자 sh040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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