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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아들의 이름으로' 5·18 가해자는 왜 반성하지 않는가

입력 2021.05.04 08:00 수정 2021.05.04 08:00

영화 '아들의 이름으로' 리뷰
5.18 민주화운동 그 후
안성기 주연
이정국 연출
현재에서 바라본 이야기
반성 없는 가해자들

[뉴스컬처 이이슬 기자] “비상계엄 해제하라”, “전두환 물러가라” 1980년 5월 18일 광주. 대학생들은 구호를 외치며 농성을 하기 시작했다. 무장한 계엄군은 학생들의 시위에 무차별적 폭력을 가했고, 급기야 광주역 앞에서 장갑차와 헬기까지 동원해 발포했다. 거리를 지나던 고등학생이 총에 맞아 중상을 입고, 청각 장애인까지 영문도 모른 채 계엄군에게 구타당해 사망했다. 분노한 시민들은 도심으로 몰려들었고 계엄군은 최루탄과 가스로 잔혹하게 진압한다. 20일 계엄군은 광주와 외부를 연결하는 전화를 차단하고 시민들을 고립시켰다. 항의하는 시민들을 향해 계엄군은 조준 사격을 가한다. 시민들은 스스로 무장하기 시작했고 긴장 상황이 계속됐다. 27일 계엄군 특공대가 전남도청에 투입됐다. 이날 얼마나 많은 사람이 머물렀고 죽었는지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우리가 그 날의 광주를 기억해야 하는 이유다.


잊을 수도, 잊어서도 안 될 그 날, 광주에 있었던 사람들의 현재 이야기를 그린 영화 ‘아들의 이름으로’가 5월 관객과 만난다. 영화는 5.18 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한 최초 장편 영화 ‘부활의 노래’(1990)로 데뷔한 이정국 감독이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했다. 다수 단편과 다큐멘터리를 통해 당시 이야기들을 기록해온 그가, 5.18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바꾸고 학살 책임자들에게 반성을 촉구하기 위해 메가폰을 들었다. 70% 이상 광주 로케이션으로 촬영됐으며 전문 배우가 아닌 현지 시민들을 등장 시켜 리얼리티를 살렸다.


[영화리뷰]'아들의 이름으로' 5·18 가해자는 왜 반성하지 않는가


대리운전 기사로 일하는 오채근(안성기 분)은 유독 한 손님의 호출을 기다린다. 왕년의 투 스타인 박기준(박근형 분) 회장이다. 박 회장은 광주에서 끔찍한 공격을 지시한 당시 책임자 중 한 사람. 오채근은 80년 5월 광주에서 벌어진 잊지 못하고 괴로움 속에서 살아가던 중, 소중한 아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복수를 하기로 마음먹는다. 어느 날 채근은 박 회장에게 묻는다. “그 사람들한테 물어보고 싶어요. 어떻게 그렇게 편히 잘 살 수 있는지” 이를 듣던 박 회장은 별일 아니라는 듯 무미건조하게 답한다. “너무 깊게 생각하지 마. 그때 일은 다 역사가 평가해줄 거야” 아무런 반성도 하지 않는 그는 멋지게 지어진 주택에서 호의호식하며 잘살고 있다.


영화는 과거를 잊지 못하고 살아가는 이들과 과거를 책임지지 않는 자들의 모습을 비춘다. 감독은 명언을 삽입해 매우 직접적으로 주제를 가리킨다. ‘반성하지 않는 삶은 살 가치가 없다’(소크라테스), ‘악행에 대한 고백은 선행의 시작이다’(아우구스티누스) 이를 통해 묵직한 화두를 던진다.


감독은 끔찍한 잘못을 저질렀지만 아무런 법적 심판도 받지 않고, 잘 먹고 잘사는 이들을 단죄하는 수단으로 사적 복수를 택했다. 영화는 의도적인 반전을 통해 당시 얼마나 많은 피해자가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지를 비춘다. 끔찍한 명령을 받고 이를 행한 이들이 오늘을 어떻게 견뎌내고 있는지. 죄책감과 후회에 시달리는 그들조차 또 다른 피해자라고 영화는 말한다.


극적 연출이나 효과 등을 지양하고 담담하게 살아가는 피해자, 가해자들의 오늘을 보여준다. 과거와 현재를 교차하며 주로 피해를 본 과거 이야기에 방점이 찍힌 다른 영화들처럼 5.18 민주화운동을 소비하지 않는다. 잘못을 사과하지 않는 가해자들. 그들로 인해 지옥 속에 살아가는 피해자들의 2021년을 통해 끝나지 않은 광주의 아픔과 고통을 헤아린다.


[영화리뷰]'아들의 이름으로' 5·18 가해자는 왜 반성하지 않는가

[영화리뷰]'아들의 이름으로' 5·18 가해자는 왜 반성하지 않는가


‘아들의 이름으로’는 주제 의식이 빛나는 영화다. ‘부활의 노래’로 부침을 겪은 이정국 감독이 30년 만에 다시 5.18 민주화운동 이후 지금의 관점에서 당시를 바라본다.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단편, 다큐 등을 통해 그날의 이야기를 전해온 이 감독이 이번 영화를 통해 당시 제대로 벌 받지 않은 사람들을 단죄한다.


안성기는 극 중 아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복수를 결심한 오채근 역으로 분한다. 그는 과거 아픔을 분명하게 마주하는 채근의 감정을 64년 내공으로 섬세하게 그려낸다. 오래 간직한 후회, 원망, 미움, 죄책감 등을 켜켜이 쌓아 올려 담담하게 펼쳐낸 연기가 인상적이다.


5.18 민주화운동은 잊어서는 안 될 안타깝고 끔찍한 역사다. 왜 가해자들은 사과하지 않는가. 반성 없는 세상에서 그들을 향한 사적 복수만이 답일까. 피해자들은 오늘도 고통 속에 살고 있는데 인간으로서 해선 안 될 일을 저지른 그들의 오늘은 어떠한가. 영화를 보는 내내, 이러한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으며 목 끝까지 뜨거운 무언가가 치민다. 그래서 마지막 울림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러닝타임 90분. 12세 이상 관람가. 5월 12일 개봉.



사진='아들의 이름으로' 스틸



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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