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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보라의 Play the Stage]8. 뮤지컬 '비틀쥬스'

입력 2021.07.20 15:29 수정 2021.07.20 15:29

뮤지컬 '비틀쥬스’
삶과 죽음 사이에 '낑긴' 요지경 쇼

삶과 죽음 사이에 '낑겨서 짜부가 된' 존재를 들어본 적 있는가? 혹은 '자칭 타칭' 98억 년 경력의 무면허 저세상 가이드 1호라고 주장하는 소속 불명, 정체 불명의 존재를 알고 있는가? 아, 당신이 영화를 좋아한다면 이 존재를 알고 있을 가능성이 높겠다. 바로, 98억 살 먹은 비틀쥬스! 특유의 기괴하고 유쾌한 판타지 세계로 대중을 사로잡은 팀 버튼 감독의 영화 ‘비틀쥬스'(한국 개봉명 '유령수업')가 뮤지컬로 탄생했다.


뮤지컬 '비틀쥬스'는 2010년 무대화 작업에 들어갔고, 2018년 미국 워싱턴에서 트라이아웃을 거친 후 2019년 브로드웨이에서 첫선을 보였다. 작품은 원작의 기상천외한 세상을 무대 위에 고스란히 재현해 큰 박수를 받았다. 그해 제37회 토니 어워즈에서 최우수뮤지컬, 남우주연상, 스코어(작곡/작사)상, 무대 디자인상 등을 비롯해 총 8개 부문에 후보작으로 올랐다. 이번 한국 라이선스 공연은 전 세계 최초 라이선스 공연으로 알려져 기대를 모았다.


[박보라의 Play the Stage]8. 뮤지컬 '비틀쥬스'

[박보라의 Play the Stage]8. 뮤지컬 '비틀쥬스'


그러나 작품은 개막에 앞서 시시각각 변화하는 무대를 위한 기술적인 완성을 이유로 두 번이나 공연을 연기했고 최종적으로 7월 6일 첫 무대를 가졌다. 두 번의 개막 연기를 지켜보면서 많은 이들이 '비틀쥬스'를 향한 걱정과 기대를 쏟아냈다. 그렇게 베일을 벗은 작품은 걱정이 무색할 정도로, 모든 감각을 자극하는 것은 물론 마음마저 건드렸다. 절로 호기심이 생기는 신비로운 모습의 무대 위는 물론 쉴 새 없이 귀를 자극하는 다양한 장르의 음악, 그리고 통통 튀는 캐릭터들의 집합이 만들어내는 매끄러운 이야기까지, 고작 한 달마저도 채우지 못한 공연 기간이 아쉽게만 느껴질 뿐이다.


단연코 '비틀쥬스'는 화려한 볼거리로 인상을 남긴다. 깊고 높기로 유명한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의 무대를 꽉 채워 빈틈마저 없앴고, 눈속임 마술부터 거대한 퍼펫을 사용한 시선 강탈, 미니어처 상자를 여러 각도에서 바라보듯 연속적으로 바뀌는 무대 세트와 소소하지만 인상적인 소품들 그리고 무엇보다 기괴하고도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내는 조명이 더해져 상상력을 자극한다. 무엇보다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는 것은 무대 앞뒤로 움직이며 접히고 펼쳐지는 집이다. 작품은 집이라는 주요한 장소를 하나의 캐릭터로 여겼고, 데이빗 코린스 무대 디자이너는 무대를 직접 손으로 그려 손수 만든 듯한 느낌을 살렸다. 삐뚤어진 거친 선으로 탄생한 집은 주인에 따라 약 네 가지 버전으로 컨셉이 변화한다. 바바라와 아담 부부가 거주할 때는 빅토리안 양식의 컨츄리시크 스타일이었던 것이 리디아의 가족들이 이사 오자 차갑고 전형적인 도시 분위기로 바뀐다. 특히 비틀쥬스가 집을 장악했을 때는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줄무늬를 전체적으로 사용하는 동시에 소름 끼치는 벌레가 있는 늪지대로 변하며 캐릭터의 특징을 한껏 담아냈다. 여기에 비틀쥬스가 집 전체를 게임쇼의 한 세트로 만들었을 땐, 괴상하고 징그러우면서도 팝아트적인 느낌을 강하게 표현했다.


[박보라의 Play the Stage]8. 뮤지컬 '비틀쥬스'


작품은 대형 코미디 뮤지컬을 표방하지만 그 안을 자세히 바라보면 삶, 죽음, 슬픔, 기쁨, 인간을 향한 이야기가 있다. 세상에서 투명해진 인물들이 각각의 존재를 찾아가기 위한 여정을 유쾌하게 그렸다고 할까. 산 자와 죽은 자 사이에 있던 비틀쥬스가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유쾌하고 시끌벅적한 이야기를 중심으로, 삶과 죽음 그 경계선의 불확실한 의미, 사랑하는 이의 죽음이 불러온 상처, 미래를 향한 계획만 세우다 결국 현재를 잃어버린 사람들의 이야기, 존재 이유를 찾기 위해 자신과 세상을 바라보는 성찰 등의 철학적인 질문들도 꼬리의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이를 명확하게 보여주는 것은 명확한 성격의 캐릭터들과 스토리 덕분이다. 연출가 알렉스 팀버스는 스토리의 감정선을 위해 영화와는 달리 뮤지컬은 리디아의 이야기에 집중했다고 밝혔다. 리디아는 살아가야 할 이유를 찾아 여정을 떠나고, 삶의 의미를 발견하는 동시에 불완전함에 대해 받아들인다.


작품에서 돋보이는 캐릭터는 단연 비틀쥬스다. 그는 작품의 사회자이자 관객과 제4의 벽을 허무는 인물로, 평범한 뮤지컬 속 주인공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여준다. 비틀쥬스는 의심스럽고 예상할 수 없으며 심지어는 죽은 자임에도 불구하고 가장 생동감 넘치는 존재감을 발산한다. 특히 정성화는 배우로서의 자신의 능력을 모두 쏟아부어, 스펙타클하고 유니크한 비틀쥬스를 '정성화의 것'으로 탄생시켰다. 관객을 향한 그의 쫀쫀한 '밀고 당기기는' 꽤 인상적이고 매력적이다. 또 델리아 역의 신영숙은 소름 끼치는 가창력과 안정적인 연기력으로 장면마다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존재감을 자랑한다.


달리 '가족 뮤지컬'인가, 무대 위의 이야기를 보면서 부모님 혹은 자녀와 함께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면 바로 그것이 '가족 뮤지컬' 아닐까. 이런 점에서 '비틀쥬스'는 2021년 최고의 '가족 뮤지컬'이라 할 수 있을 것만 같다. 오는 8월 8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한다.


[박보라 공연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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