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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서울예술단 유희성 이사장, 무한대의 영역을 탐구하는 힘

입력 2021.06.03 18:43 수정 2021.06.04 09:55

서울예술단 유희성 이사장 인터뷰
쉴 새 없이 달려온 3년
영화관 개봉부터 DVD 발매까지…공연 영상화 주도
'신과함께_신화편' 대만과 협업 예정
문화예술 발전 위한 열정은 여전히 ing

[뉴스컬처 이솔희 기자] "예술에는 정답이 없어요. 보면 볼수록 새롭고 재미있죠. 그래서 여전히 변화를 추구하고, 더 색다른 것을 찾게 됩니다. 공연예술은 무한대의 영역이니까요."


한 단체의 대표자로서, 연출가로서, 또 교육자로서. 분야를 가리지 않고 끊임없이 활약하고 있는 서울예술단 유희성 이사장은 뮤지컬계 든든한 기둥이다. 어느덧 4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연극·뮤지컬과 함께하며 공연계의 발전을 위해 전방위적 노력을 이어가고 있는 그. 지금도 여전히 공연의 새로운 매력을 찾아 달려가는 그의 유의미한 행보는 모두의 귀감이 되어준다.


[인터뷰]서울예술단 유희성 이사장, 무한대의 영역을 탐구하는 힘


유희성 이사장이 이끄는 서울예술단은 최근 창작가무극 '나빌레라'의 공연을 마쳤다. '나빌레라'는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작품으로, 발레를 꿈꾸는 76세 노인 덕출과 방황 중인 20대 발레리노 채록의 이야기를 그린다. 지난 2019년 초연됐고, 지난달 30일 막을 내린 재연에서는 한층 업그레이드된 완성도를 선보여 관객의 호평을 끌어냈다.


'나빌레라'는 노인의 꿈과 도전, 청춘의 성장에 대해 이야기하는 작품인 만큼 다양한 연령층의 관객에게 위로와 응원을 전했다. 유희성 이사장에게도 애틋한 작품이다. 그는 "예술이 직접적인 치료제가 되어주진 않더라도 우리가 안고 있는 문제들을 포용하고, 위로를 줄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고 작품을 선보인 소감을 전했다.


이어 "세대 간의 소통 단절로 인해 많은 사건들이 벌어지지 않나. 열린 마음으로 소통하려고 노력하면 훨씬 따뜻하고 아름다운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했다"며 "온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작품이라는 가능성을 봤다"고 미소 지었다.


"직접적인 영향이 강하지는 않더라도, 조금씩 스며들어서 미적인 수준을 높일 수 있는 게 문화의 역할이고 저력이지 않을까 싶어요. 다음 세대를 위해 조금 더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아름다운 작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그게 문화인으로서 가져야 할 일종의 사명감이라고 생각해요."


서울예술단은 이번 '나빌레라'를 시작으로 올해 '윤동주, 달을 쏘다', '다윈 영의 악의 기원'을 선보인다. 꾸준히 사랑받아온 이 두 작품에 이어 2021년의 마지막 라인업으로는 '이른 봄 늦은 겨울'을 선택했다. 지난 2015년 공연 이후 6년 만으로, 지난해 온라인을 통해 중계하면서 큰 관심을 끈 바 있다. 유희성 이사장은 "우화성이 강한 작품이다. 철학적인 메시지가 함유되어 있고, 인생을 관조할 만한 이야기가 들어있다. 온라인 중계의 반응이 뜨겁기도 했고, 내부에서도 다시 '이른 봄 늦은 겨울'을 선보이고 싶어하는 마음이 있었다"고 말했다.


도전 또 도전…쉴 새 없이 달린 3년
[인터뷰]서울예술단 유희성 이사장, 무한대의 영역을 탐구하는 힘


유희성 이사장은 지난 2018년 6월 서울예술단의 이사장으로 임명돼 올해로 3년의 임기를 꽉 채우게 됐다. 그중 1년이 넘는 시간을 코로나19와 싸워야 했지만, 이는 곧 새로운 도전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유희성 이사장은 "코로나19로 공연을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황이지 않나. 안타까운 마음이 컸다"고 지난 시간을 돌아봤다. 지난해 5월에는 대만 국립극장 가오슝 웨이우잉 국가예술문화센터에서 창작가무극 '신과 함께'의 '저승편'과 '이승편'을 선보일 예정이었으나 이 역시 코로나19로 인해 연기돼 안타까움을 안겼다.


공연 연기의 아쉬움을 발판 삼아, 내년에 다시 한번 대만에서 '신과 함께'를 공연하기 위해 기획 중이다. 그뿐만 아니라 대만과 함께 '신과 함께'의 또 다른 시리즈인 '신화편'의 공동 제작에 나설 계획이다. 이는 대만을 비롯해 일본, 중국 등 다수의 국가와 오랜 시간 교류해온 유희성 이사장의 노하우와 아시아 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촘촘히 쌓인 덕분이다.


유희성 이사장은 "국가 간 교류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 나라와 문화에 대한 이해다. 같은 현상에 대해서도 다르게 받아들이는 부분이 있다. 그런 부분을 충분히 이해하고 협업해야 성공적으로 진행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대만의 경우뿐만 아니라, 유희성 이사장은 뮤지컬 산업에 있어서 아시아 시장, 특히 원아시아마켓의 중요성을 꾸준히 강조해왔다. 그는 "아시아 문화의 특별함을 끄집어내 콘텐츠화한다면 세계 시장에서도 충분히 성공할 것"이라며 "'나빌레라' 라이선스 공연도 제안을 받았지만, 투어 공연을 먼저 진행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다. 그래야 우리 프로덕션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고, 장단점을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인터뷰]서울예술단 유희성 이사장, 무한대의 영역을 탐구하는 힘 '잃어버린 얼굴 1895' 공연 장면. 사진=서울예술단


공연의 영상화는 코로나19가 이끌어낸 긍정적인 변화다. 서울예술단은 국공립단체 중 공연 영상화의 선두주자로 나서며 괄목할 만한 결과물을 냈다. 서울예술단 대표 레퍼토리의 영상화를 진행했고, '숏폼 웹뮤지컬' 공모 사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유희성 이사장이 가장 강조한 것은 실제 공연부터 온라인 중계, 영화관 개봉, DVD 출시까지 이어지는 사이클이다. 이미 '잃어버린 얼굴 1895'를 영화관서 개봉하고, '잃어버린 얼굴 1895', '신과 함께_저승편' 등 다섯 작품의 DVD를 발매해 호평받았다.


유희성 이사장은 "서울예술단의 공연을 보고 싶어하는 관객에게 가까이 다가가고, 소통할 수 있는 길을 개척하려고 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하나의 콘텐츠이지만 다양한 루트를 통해 소통하면 거기에 맞는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공연에도 회전문 관객이 있듯이, 공연을 영상으로 여러 번 보게 되면 공연의 새로운 부분을 찾아내며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연을 영상화하면서 새로운 직업군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뮤지컬 연출을 이해하고, 무대를 이해하는 영상 감독이 필요하죠. 촬영뿐만 아니라 편집, 음향도 마찬가지예요. 현장 음향과 영상 음향은 다른 느낌이 있으니까요. 공연의 현장감을 살릴 수 있는 음향감독도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잃어버린 얼굴 1895'를 영상화할 때도 제가 마지막까지 음향을 손봤어요. 제 귀에 거슬리면, 관객도 금방 알아차리기 마련이거든요."


남다른 책임감과 자부심…40년간 이어온 저력
[인터뷰]서울예술단 유희성 이사장, 무한대의 영역을 탐구하는 힘


유희성 이사장은 고등학교 시절 처음 연기를 접하고 배우 생활을 시작했다. 그는 공연을 위해 방문한 독일에서 처음 뮤지컬을 경험한 뒤 그 매력을 느꼈고, 이후 서울예술단을 만나 본격적으로 뮤지컬계에 발을 담갔다.


유 이사장이 처음 뮤지컬 무대에 설 때만 해도 한국은 뮤지컬의 불모지였던 상황. 이에 유 이사장은 체계적인 교육 프로그램에 대한 갈증과 필요성을 느껴 국내 최초로 뮤지컬 학과를 설립하며 후학 양성에 힘을 쏟았다. 창작 뮤지컬에 대한 지원 제도 탄생에 일조하기도 했다.


유희성 이사장은 "보람차고 뿌듯한 마음이 있다. 동시에 더 발전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도 있다"며 "우리나라는 문화적 DNA가 특출나지 않나. 배우와 창작진이 충분히 양산됐으니 전 세계에서 놀랄 정도의 콘텐츠가 탄생하길 바란다. 공연 창작 인프라도 많이 조성됐고, 좋은 의식을 가지고 활동하는 창작진이 많아져 기대가 크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인터뷰]서울예술단 유희성 이사장, 무한대의 영역을 탐구하는 힘


"조금 더 창의적인 작품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모방도 제2의 창조라고 하지만, 더 변별력 있는 작품이 나오길 바라요. 덧붙이자면, 그 나라의 말을 가장 아름답게 구사할 수 있는 사람은 배우라는 말이 있잖아요. 배우들이 우리말의 아름다움과 기능적인 부분에 대해 공부해서 우리말을 더 명확하게 구사하게 된다면 더욱 좋은 콘텐츠를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요?"


유희성 이사장의 답변 하나하나에는 공연을 향한 뜨거움이 담겨있었다. 사그라지지 않는 열정의 원동력을 묻자 "예술에는 정답이 없기 때문"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유 이사장은 "파고들수록 새로운 게 보인다. 무한대의 영역이다. 변화를 추구하면서 새로운 것을 느끼고, 행복해지고, 또 새로운 것을 찾아 나가려고 하는 마음이 원동력이 된다"고 미소 지었다.


"여태까지 문화예술계에서 몸담고 활동하면서, 새로운 것을 개척하는 시간도 길었지만 좋은 환경에서 누릴 수 있는 시간도 많았어요. 앞으로도 이번 세대는 물론 다음 세대에도 문화적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일이라면 기꺼이 몸과 마음을 다 바쳐야죠. 저를 필요로 하는 곳이 있고,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언제든지 달려가서 임할 생각입니다."


사진=김태윤 기자



이솔희 기자 sh040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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