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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렁스' 이동하, 새롭게 읽는 한 권의 책

입력 2021.07.22 06:00 수정 2021.07.22 06:00

연극 '렁스' 이동하 인터뷰
초연에 이어 재연에서도 활약
"감정의 폭 커져…현실적인 부분에 공감"
"무대에서 살아있음을 느껴"

[뉴스컬처 이솔희 기자] "하나의 작품을 할 때마다 한 권의 책을 읽는 느낌이에요. 책을 읽으면 그 안에서 배우는 게 많잖아요. 새로운 가치관이 생기기도 하고요. 공연을 하면서도 그래요. 작품을 통해 배우고 성장하죠. 아마 80세, 90세가 되어서도 그럴 거예요."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손으로 꼽기 벅찰 만큼 많은 수의 책을 접했는데, 이동하는 여전히 책장을 넘기는 순간순간이 행복하고 새롭다. '렁스'라는 책을 다시 읽으며 또 한 번 성장한 그는 가장 편하게 숨을 쉬는 지금 이 순간을 만끽 중이다.


연극 '렁스'는 스스로에 대해, 환경과 세계, 지구에 대해 끊임없이 대화를 이어가는 두 남녀의 삶을 담은 작품이다. 무대와 조명 등의 장치는 최소화하고, 오로지 두 배우의 연기와 감정, 호흡만으로 한 커플의 일생에 걸친 희로애락을 파노라마처럼 펼쳐낸다.


[인터뷰]'렁스' 이동하, 새롭게 읽는 한 권의 책


이동하는 스스로 좋은 사람이라고 믿어왔지만, 상대에 대한 이해와 위로에 서툴러 긴 시간을 돌아온 후에야 서로를 이해하게 된 '남자' 역을 맡아 지난해 초연에 이어 다시 한번 무대에 오르고 있다.


그는 "초연 때 정말 행복했다. 그래서 재연을 하게 되면 꼭 시켜달라고 말씀드렸었는데 이렇게 1년 만에 다시 만나 너무 좋다"고 미소 지었다.


'렁스'의 초연과 재연 사이의 1년은 이동하가 또 한 번 성장하는 시간이었다. 이동하는 "아무래도 나이를 한 살 더 먹지 않았나. 저에게는 그 1년이 길었던 것 같다. 그 사이 여러 작품을 하고, 여러 사람을 만난 후에 다시 대본을 보니 색다르게 느껴지는 부분이 많았다"고 말했다.


지난 1년간 "새로운 캐릭터를 만나면서 사람을 이해하는 폭이 더 넓어졌다"는 그에게 특히 마음 깊이 다가온 작품은 MBC '선배, 그 립스틱 바르지 마요'다. 이동하는 극 중 가정이 있지만 성적 정체성에 혼란을 겪는 인물인 강우현을 연기했다.


그는 "그런 혼란을 겪는 사람을 드라마에서 현실적으로 연기를 하다 보니 '이 사람의 마음은 어떨까, 아내와 딸에 대해서는 무슨 생각을 할까' 이런 고민을 하면서 그 사람에 대해 탐구를 하게 됐다. 제가 겪어보지 못한 감정을 현실적으로 그려내야 하다 보니 저에게도 굉장히 크게 다가왔다"고 전했다.


[인터뷰]'렁스' 이동하, 새롭게 읽는 한 권의 책


넓어진 시야로 '남자'를 바라보게 되면서, '여자'를 조금 더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부분에 중점을 뒀다. 그는 "2, 3년 정도 된 커플의 느낌을 가져가고자 했다. 여자를 마냥 배려하는 것이 아니라, 조금 더 이해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면서 동시에 다양한 반응과 생각을 가지고 있는 남자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작품을 더 파고들다 보니 감정의 폭이 조금 더 커진 것 같아요. 저는 여자 그 자체가 사랑스럽고 귀엽거든요. 다만 초연 때는 정말 여자만 바라봤다면, 지금은 여자, 아이, 환경 등 다양하게 생각하게 됐죠. 기본적으로 남자의 성향이 여자의 말을 듣고 이해하려는 성향이라서, 이번에는 남자가 여자를 이해하려고 애쓰지만 그게 안 되는 느낌을 더욱 크게 보여주려고 노력 중이에요."


작품을 다시 만난 만큼 더욱 깊이 있게 다가오는 부분도 많았다. 특히 극 중 남자와 여자의 중점적인 대화 소재가 되는 '아이'에 대해서 생각하게 됐다. 이동하는 "아이를 갖는다는 게 큰일이지 않나. 나라면 아이를 갖자고 하는 말이 쉽게 나올까, 아이를 낳는다는 건 만 톤의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는 거라는데 이게 맞는 걸까, 세상에 도움이 되는 걸까. 이런 생각을 하게 됐다. 결혼에 대해서 생각이 들기도 하고, 정말 많은 부분에서 현실적으로 공감이 됐다"고 이야기했다.


남자와 여자는 아이를 가지기 전 이산화탄소부터 걱정하는,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하는 인물들이다. 하지만 지구와 환경에 대해 끊임없이 걱정하는 두 사람의 대화는 결국 사람과 사랑으로 귀결된다. 모순적이지만, 모순적이어서 현실적이다.


이동하는 "정말 현실적인 이야기를 공감할 수 있게 쓴 대본이다. 관객 각자가 느끼는 부분에 공감할 수 있다는 게 매력이다. 또 한 커플의 이야기를 엿보는 느낌을 주지 않나. 치열하게 대화하고, 인생을 살아가는 모습을 표현한다는 것 자체도 큰 매력"이라고 '렁스'의 매력을 꼽았다.


[인터뷰]'렁스' 이동하, 새롭게 읽는 한 권의 책


남자와 여자의 인생에서 변곡점이 되는 순간이 극 중 펼쳐지면, 무대에 한 켤레의 신발이 놓인다. 삶의 발자취를 나타내는 수단이다. 초연 당시에는 실제로 남자와 여자가 신었을 법한 디자인의 신발이었다면, 재연에 들어서면서 일관된 디자인의 하얀색 신발로 바뀌었다.


이에 대해 이동하는 "당시에는 큰 사건이었지만 결국 인생이 이어져 나가는 과정의 일부라는 것을 뜻한다고 생각한다"며 "뜨겁고 치열했던 그날의 발자국들이 인생 전체에서 보면 하나의 얼룩일 뿐이고, 결국에는 하나로 이어진다는 의미"라고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이동하의 인생에서 신발 한 켤레를 남긴 순간이 있냐고 묻자 "4수해서 대학 갔을 때"라고 유쾌하게 웃었다. 그는 "배우 하겠다고 마음먹었을 때인 것 같다. 방황하다가 대학을 들어갔는데 너무 행복했다. 누구보다 학교생활을 열심히 했다. (함께 '렁스'에 출연 중인) 정인지 배우도 그때 만났다"고 미소 지었다.


이어 "원래 공연 기획에 관심이 있었고, 배우를 할 생각은 없었다. 그런데 우연히 뮤지컬 오디션을 보고 앙상블부터 시작하게 됐다. 재미는 있었지만 배우를 계속하는 게 맞나 싶은 순간들이 있었다. 그러다가 2012년에 '나쁜 자석'이라는 작품을 만났다"고 기억을 떠올렸다.


"'나쁜 자석'을 만난 것과 더불어서 연출님, 동료들을 만나면서 연기의 재미를 알게 됐어요. 그때 이제 진짜 배우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이전까지는 공연 기획을 할 때 배우로서의 경험이 소중할 것이라는 생각에 배우를 하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나쁜 자석'이 제게는 되게 큰 작품이에요. 인생작이고, 인생의 변곡점이죠."


[인터뷰]'렁스' 이동하, 새롭게 읽는 한 권의 책


'남자'는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한다. 그런 '남자'를 연기하는 이동하는 어떤 사람일까. 그는 "내가 어떤 사람일까, 어떤 배우일까, 어떻게 살아야 할까, 어떤 연기를 해야 할까 늘 생각한다"며 "결론은 정답이 없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런 고민을 하는 것 자체가 좋은 사람, 배우가 되는 과정"이라고 덧붙였다.


"그냥 살고 싶지 않아요. 좋은 배우가 되고 싶고, 남들에게 피해 주지 않고 좋은 연기를 보여줄 수 있는 좋은 사람이고 싶어요. 스스로를 속이지 말자는 생각을 해요. 제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려고 노력하죠. 예전에는 스스로 갇혀있는 사람이었는데, 연기를 하면서 조금 더 편안해지고 여유가 생기게 된 것 같아요."


'남자'의 첫 대사는 "숨 쉬어"다. 남자와 여자는 진정이 필요할 때 "숨 쉬자"는 얘기를 서로에게 건넨다. 그만큼 '숨'과 '호흡'은 '렁스'를 관통하는 소재다. 이동하는 "세상에서 서로의 숨이 되어주는 두 사람의 이야기 아닌가. 두 사람의 숨이 통할 때도 있고 어긋날 때도 있지만 결국에는 이 세상에 둘이 함께 남는다는 것 자체가 큰 의미가 있는 것 같다. 왜 제목이 '렁스'(폐)인가 생각해봐도, 폐가 양쪽으로 나뉜 것처럼 남자와 여자도 서로를 숨 쉬게 해주면서 하나가 되는 의미라고 생각한다"고 깊이 있는 해석을 전했다.


이동하가 가장 편하게 숨 쉴 수 있는 순간은 바로 '연기할 때'다. 그는 "평소에는 감정의 업, 다운이 크지 않은 사람이다. 그런데 연기할 때는 감정이 커지지 않나. 그게 정말 행복하다. 무대에서 큰 숨을 가지고 연기하고 호흡할 때 해방구를 찾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인터뷰]'렁스' 이동하, 새롭게 읽는 한 권의 책


그만큼 이동하에게 연기는 그 무엇보다 소중하다. 그는 꾸준하게 무대와 안방극장, 스크린을 오가며 활약 중이다. 그에게 무대는 "마음의 고향"이다. 그는 "저는 무대에서 시작한 사람이고, 공연은 제가 평생 하고 싶은 분야다. 살아있음을 느끼는 공간이기도 하다. 내가 무대에 있는 게 마음이 편하고 좋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이어 "영화나 드라마 같은 경우는 제가 결과물을 바로 확인할 수 없지 않나. 나중에 결과물을 봤을 때 '내가 저런 얼굴이 있구나, 저런 표현을 하는구나'처럼 나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는 매력이 있다"며 "연기하는 그 자체가 좋다"고 변함없는 열정을 드러냈다.


데뷔는 2009년 뮤지컬 '그리스'로 했지만, 진짜 배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들 게 한 '나쁜 자석'을 만난 건 2012년이다. '진짜 배우'로서 10주년을 앞둔 그에게 목표를 묻자 "좋은 연기로 캐릭터 그 자체가 될 수 있는 배우"라고 단단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동하는 "당연한 건데 막상 그렇게 되기가 쉽지 않다. 그만큼 많은 노력을 해야 하고, 아직 많이 부족하다. 평생 숙제라고 생각한다. 공연이든 드라마든 어떤 캐릭터를 만났을 때 그 캐릭터를 온전히 표현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우선 좋은 사람이 되어야 좋은 배우가 되지 않을까"라고 미소 지었다.


"코로나19 때문에 다들 지친 상황이잖아요. 관객분들, 시청자분들이 잠시나마 숨을 돌릴 수 있는 작품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좋은 연기를 하고 싶어요. 그러려면 더 잘해야죠. 방역 수칙도 더 잘 지키고, 연기도 더 깊이 있게 잘 하고.(웃음)"


사진=김태윤 기자



이솔희 기자 sh040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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