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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이토록 보통의' 신재범 "온 마음을 다해 사랑하고 있어요"

입력 2021.09.10 12:00 수정 2021.09.10 12:00

뮤지컬 '이토록 보통의' 신재범 인터뷰
1년 만에 돌아온 대학로 무대
"하루하루 현실에 충실하고파"

[뉴스컬처 이솔희 기자]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지금보다 더 어렸을 때 '이토록 보통의'를 만났다면 제대로 연기하지 못했을 것 같아요. 예전에는 상대방에게 마음을 잘 열지 못했거든요. 그런데 '이토록 보통의'는 상대에게 마음을 줘야 하는 작품이잖아요. 저는 지금 제 모든 마음을 주고 있어요. 제가 할 수 있는 최대한 사랑을 하고 있습니다."


슬럼프와 건강 문제가 겹쳐 인생에서 가장 정적인 시간을 보내고 있던 신재범에게 뮤지컬 '이토록 보통의'가 찾아왔다. 익숙지 않은 인생의 굴곡에 방황하던 그는 사랑과 존재의 가치를 되새기게 하는 '이토록 보통의'를 만나 설렘을 다시 가슴에 품고 그 어느 때보다 뜨겁게 사랑하고 있다.


신재범은 "제목처럼 보통의 사람들이 보통의 사랑을 하고, 선택의 갈림길에 서는 상황을 보여주면서도, '보통의'라는 말과는 상반되게 상상하기 쉽지 않은 일들이 일어나는 작품이다. 삶에 대해서도 많은 고민을 하게 되는 계기가 되는 작품"이라고 '이토록 보통의'를 설명했다.


[인터뷰]'이토록 보통의' 신재범


'이토록 보통의'는 우주비행사를 꿈꾸는 제이와 그를 사랑하는 남자 은기가 사랑과 이별하는 보통의 사랑 이야기를 담는다. 여기에 평행우주, 복제인간 등 독특한 소재를 더해 특별한 매력을 안긴다. 신재범은 제이와 보통의 하루를 보내는 것이 꿈인 은기를 연기한다.


지난 2019년 초연 이후 2년 만에 선보이는 재연이다. LED 비디오 매핑을 이용한 무대 구조의 변화와 은기의 서사를 담은 새로운 넘버 등 신선한 매력을 더해 돌아올 예정이다. 신재범은 "최첨단 무대 기술이 들어온다"고 너스레를 떨며 "우주나 니스처럼 아름다운 풍경을 보여줄 때 관객분들이 충분히 느끼실 수 있을 것 같다. 넘버도 추가된다"고 재연의 관람 포인트를 전했다.


오는 14일 개막을 앞두고 연습에 열중하고 있는 신재범은 "재연이긴 하지만 다시 창작을 하는 느낌이었다. 연출님도 달라지고 배우도 새로워지지 않았나. 작품을 바라보는 관점이 다 같을 수 없기 때문에 조율하는 과정에서 뜨거워지기도, 차가워지기도 했다. 지금도 계속해서 '어떻게 하면 더 좋을까' 고민하고 있다. 다들 작품에 대한 애정이 있기 때문에 연습 과정이 더 뜨거웠다"고 이번 시즌 공연을 향한 기대감을 높였다.


평행우주와 복제인간의 이야기를 통해 사랑을 풀어가는 작품. 연기하는 입장에서도 쉽지 않다. 신재범은 "명확한 답을 내리기가 어렵더라. 누군가에게는 한 편의 사랑 이야기로 보여질 수 있겠지만, 누군가에는 철학적인 의미로 다가올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인터뷰]'이토록 보통의' 신재범


극 중 은기는 제이와 행복한 일상을 보내던 중 혼란을 맞닥뜨린다. 자신과 1년의 시간을 함께 보낸 제이가 사실은 복제인간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이후 다시 돌아온 실제 제이를 마주하는 것. 은기가 느낄 충격과 당황스러움, 배신감 등의 복합적인 감정은 신재범에게도 쉽게 받아들이기 힘든 감정이었다.


신재범은 "내가 1년 동안 사랑한 사람이 로봇이라는 걸 알게 됐을 때, 복제인간을 만든다는 결정을 한,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다시 봤을 때. 그때의 감정이 상상이 안 되고 감당도 안 됐다. 지금까지도 그 감정을 표현하는 데 고민이 된다"고 털어놨다.


어려움을 겪을수록 은기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그와 맞닿기 위해 노력 중이다. 신재범은 "캐릭터를 이해하고 공감하기 위해 노력하다 보니 어느 순간 은기가 제게 훅 들어왔다"고 미소 지었다.


이어 "나는 제이가 없으면 안 되는데, 제이는 내가 없어도 잘 살 것 같은 부담감과 두려움. 그 감정이 많이 공감됐다. 제가 실제로 느꼈던 감정이기도 하다. 그 감정은 두 사람의 오해에서 나왔다고 생각한다. 제이는 은기가 자신을 항상 사랑해준다는 믿음이 있고, 은기는 제이를 향한 부담감이 있으니 그를 더 받아주고, 이해하려고 한다. 두 사람은 그런 날들의 연속을 보냈을 것"이라고 캐릭터가 느끼는 감정에 대해 이야기했다.


"제이가 우주에 간다는 것을 통보하지 않고, 미리 얘기만 했어도 은기가 그렇게까지 반응하지는 않았을 거라고 생각해요. 은기가 제이에게 그런 식으로 통보받은 일들이 하루 이틀이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만나면서 제이는 어떤 일이 있을 때 혼자 결정한 다음 은기에게 알려줬을 거예요. 그런 일의 반복으로 인해 은기가 더 두려움을 느꼈을 거라고 생각해요."


[인터뷰]'이토록 보통의' 신재범


신재범이 말하는 '신재범의 은기'는 "현실에 충실한 사람"이다. 그는 "은기는 제이랑 있을 때 행복하고 즐겁다. 근데 가슴 한편에 '계속 행복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있는 인물이다. 그 두려움이 계속 보이면 극이 처지는 느낌이 들더라. 은기의 마음 속 두려움이나 외로움 같은 깊은 감정들이 보여지는 장면은 확실히 보여주고, 제이와 행복한 날을 보여주는 장면에서는 최대한 행복하게 보여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은기를 연기하고 있지만, 실제 모습은 제이에 가깝다. 우주를 꿈꾸고,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사람. 신재범은 "저 역시 사랑도 중요하지만 꿈도 중요한 사람이다. 은기에게는 꿈이 삶의 원동력이 되지 않지만, 저는 배우 생활을 하는 것 자체가 너무나 큰 원동력이다. 그래서 은기보다는 제이에 가깝다"고 말했다.


이어 "정말로 우주에 가는 게 꿈이었다. 우주에서 지구를 바라보면 여한이 없을 것 같다. 그래서 밤에 별을 보러 가는 걸 좋아한다. 눈물이 별로 없는 편인데, 하루는 친구들과 함께 맥주를 마시면서 하늘을 보는 그 순간이 너무 행복해서 눈물을 흘리면서 시를 쓴 적이 있다"고 웃었다.


"그 순간을 너무 기록하고 싶었어요. 사실 군대에 있을 때부터 시를 쓰기 시작했는데, 글이라는 게 참 매력 있더라고요. 내가 생각하는 것들을 함축적으로 표현한다는 게 정말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군대에서 후임들과 함께 '시 모임'을 만들었죠.(웃음) 아직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기는 부끄럽지만, 뭔가 떠오를 때 써보려고 계속 노력해요."


[인터뷰]'이토록 보통의' 신재범


진한 감성의 로맨스를 보여주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신재범은 "연습 초반에는 상대 배우랑 손 잡는 것도 어색했다"고 웃으며 "무대 위에서 열렬히 사랑을 해보니 사랑이라는 감정이 참 좋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웃음) 사실 연애를 많이 안 해봤는데, 제이랑 사랑이라는 감정을 나누고 있으면 가슴이 몽글몽글해진다"고 수줍은 미소를 띠었다.


사랑을 넘어 '선택'이라는 키워드가 신재범의 마음을 파고들었다. 그는 "극 중 모든 일들이 인물의 선택으로 벌어진다. 선택을 하고, 후회를 하고, 또 다른 선택을 한다"며 "'지금 이 삶은 우리가 선택한 순간들로 이루어져 있잖아'라는 대사처럼, 나라는 존재는 그동안 내가 해왔던 선택들로 이루어진다"고 삶에 있어 '선택'에 대한 깊이 있는 생각을 전했다.


"저도 그런 상상을 많이 하거든요. 내가 여행을 경주로 가지 않고 대구로 갔다면, 내가 고등학생 때 배낭여행을 가지 않았다면 지금은 어떻게 됐을까? 같은. 그런데 어떤 선택을 하든 그게 나라고 생각해요. 최근 가장 기억에 남는 선택은 '이토록 보통의'를 선택했다는 거예요.(웃음) 사실 다른 작품이랑 같이 고민하고 있었거든요. 고민이 정말 많았는데, '이토록 보통의'를 선택하고 정말 많은 걸 배우고 있어요."


[인터뷰]'이토록 보통의' 신재범


'이토록 보통의'를 준비하며 살면서 가슴 깊이 남은 '보통의 순간'을 떠올렸다. 데뷔작인 뮤지컬 '13' 오디션을 보러 갔을 때의 기억이었다. 신재범은 "고등학교 2학년 때였다. 춤을 아예 못 췄는데, 오디션 당일에 안무를 알려주고 10분 동안 연습한 뒤에 보여줘야 했다. 10분 뒤에 뒤뚱거리고 끝났다.(웃음) 너무 엉망이었는지 이따가 다시 보겠다고, 다시 연습하라고 하시더라. 그렇게 연습을 시작하고 두 시간이 지났는데도 절 안 부르는 거다. 정말 집에 가고 싶었다"고 유쾌하게 과거를 회상했다.


"그때 문득 '지금 이 몇 시간이 나에게 몇 년이 돼서 돌아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이 악물고 세 네시간을 연습했죠. 결국 붙었는데, 나중에 공연이 끝난 뒤에 연출님께 여쭤보니 원래 저를 떨어트리려고 했다고 하시더라고요. 근데 오디션 중간중간 쉬는 시간마다 제가 계속 춤을 연습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쟤는 뭘 해도 되겠다'고 생각하셨대요.(웃음) 그때는 고통스러운 시간이었지만, 지금의 저에게는 소중한 시간으로 남아있어요."


그렇게 반짝이는 열정을 바탕으로 뮤지컬 무대에 데뷔한 후 어느덧 9년이 흘렀다. 데뷔 10주년을 앞두고 있는 신재범은 "물론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정말 소중한 시간들이었다. 저라는 사람에게 좋은 양분이 된 시간이었다. 배우로서 천천히, 한 단계씩 잘 성장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잘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지만 빠르게 가고 싶지는 않다. 즐기면서 행복하게 하고 싶다"고 다짐했다.


"'어느 시점에는 어떤 배우가 되고 싶다.' 예전에는 이런 목표가 있었어요. 그런데 생각이 많이 바뀌었어요. 미래는 현실을 충실히 살다 보면 찾아온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하루하루 현실에 충실하고 싶어요. 그게 지금의 삶을 살아가는 가치관이에요."


사진=김태윤 기자



이솔희 기자 sh040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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