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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보도지침' 장유상, 10년 차 배우의 새로운 시작

입력 2021.10.03 19:08 수정 2021.10.03 19:10

연극 '보도지침' 장유상 인터뷰
데뷔 후 첫 연극 도전
"정배 役 가볍지만 가볍지 않게 표현해야"

[뉴스컬처 이솔희 기자] 배우 장유상이 '보도지침'을 통해 데뷔 후 처음으로 연극 무대에 섰다. 배우를 꿈꾸던 학창시절에는 그토록 익숙했던 무대인데, 시간이 흘러 10년 차 배우로서 다시 무대에 오르니 더없이 애틋하고 뜻깊다. 그렇게 오랜만에 만난 무대에서 배우로서의 초심을 되새기며 숨을 고르고 있는 그는 '보도지침'이 알려준 새로운 배움에 가슴이 뜨겁다.


연극 '보도지침'(연출 황희원, 제작 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은 제5공화국 시절인 1986년 전두환 정권 당시, 김주언 한국일보 기자가 월간 '말'지에 '보도지침'을 폭로한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작품이다. 사회부 기자 주혁과 월간 '독백' 편집장 정배, 변호사 승욱, 검사 돈결 네 친구가 보도지침을 둘러싸고 법정에서 만나 대립하는 모습을 통해 신념과 선택에 대해 이야기한다.


정식 배우 데뷔 후 연극 무대에 오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학창시절부터 연극을 향한 애정이 컸던 장유상은 배우를 꿈꾸는 학생으로서 무대에 설 때와는 또 다른 설렘으로 매 순간 공연에 임한다. 장유상은 "배우려는 마음으로 시작했다"며 "좋은 동료, 선배님들에게 연기를 많이 배우고 있다. 제가 처음이다 보니 걱정이 많았는데, 먼저 다가와 주시고 도와주셔서 유대감도 많이 생겼다. 어떤 단체에 소속되어 있다는 소속감도 좋았다"고 '보도지침'에 참여하는 소감을 전했다.


이어 "촬영장에서는 연기하는 호흡이 짧기 때문에 긴 호흡으로 끌고 가는 연기에 대한 갈증이 있었다. 이번에 연극을 하면서 그런 갈증이 채워지고 있다. 또 드라마, 영화 촬영은 스케줄이 불규칙적이지 않나. 그런데 연극은 스케줄이 규칙적이다 보니 컨디션이 많이 좋아졌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인터뷰]'보도지침' 장유상, 10년 차 배우의 새로운 시작


장유상이 연기하는 정배는 월간 '독백'의 편집장이자, 위험을 감수하고 사회부 기자인 주혁을 도와 보도지침을 폭로하는 인물이다.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재구성된 작품에 출연하는 만큼 누구보다 진지한 마음으로 임하고 싶었던 장유상은 직접 과거의 사건을 조사하고 이해하며 캐릭터에 조금씩 다가갔다.


어느덧 반환점을 돈 '보도지침' 무대에 서고 있는 그는 "연습 기간은 매일매일 더 나은 것을 추구하면서 발전하는 시간이었다면, 공연이 시작하고 난 뒤에는 이전까지 해왔던 것을 믿고 간다는 마음으로 하고 있다. 공연을 하면 할수록 찾아가는 게 있기 때문에 스스로를 믿고 무대에서 느껴지는 대로 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전했다.


장유상은 김찬호, 박유덕과 돌아가며 정배 역을 맡는다. 연극 뮤지컬 무대에서 잔뼈가 굵은 배우들이기에 부담도 됐지만, '나만의 색깔을 보여주는 것'에 집중했다. 그는 "일차적으로는 기능적으로 재밌는 역할을 수행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이야기했다. 무겁고 진지한 분위기 속 숨구멍을 틔워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


그가 생각하는 정배는 "선의로 가득 찬 사람"이다. 친구들을 아우르는, 능청스러운 매력이 있으면서도 옳지 못한 일에는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인물. 장유상은 "정배는 엉뚱하기도, 유연하기도, 뜨겁기도 한 캐릭터다. 정배 캐릭터가 미워 보이면 그런 부분들이 매력적으로 느껴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보는 사람의 입장에서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는 부분을 최대한 피하고자 했다. 엉뚱한 말을 할 때는 물론, 강하게 호소하거나 화를 낼 때도 호감으로 느껴질 수 있도록 노력했다"고 캐릭터를 표현할 때 중점을 둔 부분에 대해 말했다.


"가볍지만 가볍지 않게 표현해야 했어요. 그래서 이 인물이 하고자 하는 말이 무엇인가, 또 어디서 깊이가 드러날 것인가 고민했죠. 전체적으로는 재미있는 인물로 흘러가되, 몇몇 장면에서는 정배가 지닌 고민의 깊이와 무게감이 잘 드러나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인터뷰]'보도지침' 장유상, 10년 차 배우의 새로운 시작

[인터뷰]'보도지침' 장유상, 10년 차 배우의 새로운 시작


'보도지침'은 공연장을 찾은 관객을 재판의 방청객으로 가정해 관객이 공연이자 재판의 일부가 된 것 같은 느낌을 주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이다. 공연의 시작과 동시에 주혁과 정배가 보도지침을 폭로하는 장면을 촬영할 수 있게 해 관객을 사건의 목격자로 만드는 것 역시 작품의 특징이다.


장유상은 "첫 공연 때 객석에 카메라가 너무 많아서 긴장을 정말 많이 했다. 어떻게 연기를 했는지 기억도 안 날 정도였다"고 웃었다. 이어 "첫 장면은 관객이 직접적으로 방청객이 된 것 같은 느낌을 주지 않나. 이 작품을 그냥 연극으로 바라보지 않고, 역사의 한 부분으로서 같이 생각해주셨으면 좋겠다. 계속해서 관객에게 생각할 여지를 주는 작품이기 때문에 관객분들도 작품과 함께하고 있다는 생각을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작품의 마지막, 네 주인공의 스승이자 판사인 원달은 "어디를 향해 갈 것이냐"고 묻는다. 재판이 끝난 후 정배는 어떤 방향을 향해 나아갔을까. 장유상은 "정배에게 중요한 키워드는 '인류애'다. 사람을 사랑하고, 주변의 것들을 사랑한다. 정배라면 계속해서 그렇게 살기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해나갔을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이어 "저 역시도 그 장면에서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생각한다. 저도 정배처럼 살아가려고 노력한다. 그렇게 주변을 사랑하면서 살고 싶다"고 덧붙였다.


[인터뷰]'보도지침' 장유상, 10년 차 배우의 새로운 시작


이야기의 중심이 되는 네 인물이 연극 동아리 출신으로 설정된 것은 물론, 극 중 캐릭터의 입을 빌려 연극 정신에 대한 메시지를 전하면서 배우로서의 뜨거움도 다시금 되새기게 됐다. 장유상은 "아무래도 연극이라는 소재가 드러나 있다 보니 더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다. 연극반의 학생이면서 정말 연극을 하고 있는 배우라는 점이 무대에서 동시에 느껴질 때 매력적이다"고 미소 지었다.


실제로 학창 시절 연극 동아리에서 활약했던 에피소드도 꺼내놨다. 없어질 뻔한 동아리가 장유상의 기지 덕분에 되살아난 것. 장유상은 "고등학교 시절 연극반이 20년 정도의 역사가 있는 동아리였다. 그런데 제가 입학한 해에 대가 끊겼다. 인원이 부족해서 동아리를 없애야 한다고 하더라. 5명이 넘으면 동아리를 계속할 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 제 친구들로 꾸역꾸역 채웠다. 연기를 안 하는 친구들이었는데.(웃음) 제가 2학년이 되고 나서 신입생을 모았고, 예전 선배들이 도와주기 시작하면서 다시 활성화가 됐다"고 기억을 떠올리며 웃었다.


"포스터도 직접 만들어서 붙이고, 점심시간에 1학년 교실에 들어가서 홍보도 직접 했어요. 그래서 연극반 선생님과 선배님들이 저를 되게 좋아하셨죠.(웃음) 그게 소문이 나서 신문에서 취재를 나온 적도 있어요. 예전부터 하고 싶은 것에 대한 두려움은 없었던 것 같아요. 하고 싶은 걸 찾아서 하는 성격이었어요."


[인터뷰]'보도지침' 장유상, 10년 차 배우의 새로운 시작

[인터뷰]'보도지침' 장유상, 10년 차 배우의 새로운 시작


2012년 영화 '밤벌레'로 배우 생활을 시작한 그는 '거인', '조선마술사', '세트플레이', '구해줘', '리갈하이', '하자있는 인간들', '복수해라' 등 영화와 드라마를 오가며 쉬지 않고 활동 중이다. 이미지 소비에 대한 걱정이 있을 법도 한데, 우선은 "하나라도 더 해내고 싶다"는 마음이다.


장유상은 "한 작품이 제 인생에 어떤 영향을 줄지 모르는 것 아닌가. 한 작품이라도 더 해서 더 많이 경험하고, 더 많이 발전하고 싶다. 한 작품에서 파생돼서 또 다른 작품을 할 수도 있는 것 아닌가. 어떤 작품이든 새롭게 배울 것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곧은 심지를 드러냈다.


내년이면 어느덧 데뷔 10주년이다. 장유상은 "차근차근 조금씩 발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열심히 하다 보면 크게 발전할 수 있는 시기가 오지 않을까. 조바심내지 않고 하나라도 더 해내자는 마음"이라고 단단한 태도를 보였다.


"물론 반짝반짝 빛나는 스타가 되고 싶은 마음도 있죠. 하지만 더 중요한 건 어떤 작품을 하든 믿고 볼 수 있는 배우가 되는 거라고 생각해요. 어떤 역할을 해도 자기만의 방식으로 풀어서 연기하는 배우로 인식됐으면 좋겠습니다. '장유상만의 매력이 있지'라는 말을 들을 수 있게요."(웃음)


사진=김태윤 기자



이솔희 기자 sh040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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