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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도, 작품도, 배우도…'1976 할란카운티'는 성장 중

입력 2021.06.04 16:17 수정 2021.06.04 16:17

뮤지컬 '1976 할란카운티' 지난달 28일 개막
부산에서 작품 개발 후 서울로
아쉬운 부분 수정해 돌아온 재연
유병은 연출 "전체적인 분위기 달라졌다"
이홍기 군 전역 후 복귀작 "성장하는 모습 보여주고파"

[뉴스컬처 이솔희 기자] 뜨거운 열정과 따뜻한 위로로 가득 찬 뮤지컬 '1976 할란카운티'가 한층 발전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다니엘부터 존, 배질까지 극 중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인물들이 점차 성장하는 것처럼, 캐릭터를 연기하는 배우도, 더 나아가 '1976 할란카운티'라는 작품 자체도 점차 성장하며 앞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뮤지컬 '1976 할란카운티'(연출 유병은, 제작 이터널저니·콘티)는 미국 노예제도가 폐지되고 100여 년이 지난 후인 1976년을 배경으로 한다. 흑인 라일리의 자유를 위해 함께 뉴욕 북부로 떠나는 다니엘의 여정으로 시작되는 이야기를 통해 광산 회사의 횡포에 맞서는 광산 마을 할란카운티 노동자들의 투쟁을 그려낸다.


캐릭터도, 작품도, 배우도…'1976 할란카운티'는 성장 중


미국 노동 운동의 이정표가 됐던 할란카운티 탄광촌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다큐멘터리 최우수작품상을 받은 바 있는 바바라 코플의 다큐멘터리 영화 '할란카운티 USA'를 모티브로 만들어졌다. '할란카운티 USA'는 미국의 노동자 조합에 관한 다큐멘터리 중 가장 많이 언급되는 영화로, 1974년 켄터키 지역 광산 노동자들의 파업을 다루는 작품이다.


뮤지컬 역시 노동자와 사측의 갈등과 대립, 현실에 타협하는 노동자, 악행을 서슴지 않는 사측 등 당시 노동자가 겪어야 했던 사건들을 보여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그라지지 않는 그들의 의지와 희망을 이야기한다.


유병은 연출이 '1976 할란카운티'을 극작하는데 가장 큰 영향을 끼친 한 곡의 노래가 있다. 바로 1939년 할란카운티 노조위원장이었던 광부의 아내가 작곡한 것으로 알려진 민중가요 'Which side are you on'(당신은 누구의 편인가요)이다. 2016년 광화문 시위 현장에서 이 곡을 접한 뒤 원고 작업에 들어갔다는 유병은 연출은 "아이를 키우는 아버지로서 세월호 사건 이후 내가 할 수 있는 일, 내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을 표현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어서 대본을 쓰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부산에서 서울로…차근차근 발전 중
캐릭터도, 작품도, 배우도…'1976 할란카운티'는 성장 중


'1976 할란카운티'는 부산문화재단 청년연출가 제작지원사업에 선정돼 낭독 쇼케이스를 거쳐 지난 2019년 초 부산에서 처음 관객을 만났다. 이후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서울에서의 초연을 올렸다.


배우이자 무술감독, 그리고 연출가로 활동해온 유병은 연출의 첫 극작 작품이다. 그는 "서울에서 공연을 올리는 대형 뮤지컬 제작비의 10분의 1 정도 수준으로 시작했다. 배우, 스태프의 열정으로 올린 공연"이라고 함께하는 동료들에게 공을 돌렸다.


오랜 발전 과정을 거쳐 재연을 선보이는 유병은 연출은 "처음 할 때 놓친 부분이 많았다. 정의로운 이야기를 하는데, 정의롭지 않은 연출 포인트가 있었다. 극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그런 부분을 거둬내려고 노력했다"며 "달라진 게 많이 없는 것 같아 보이는데도 불구하고 전체적인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 연출의 말처럼, 이번 '1976 할란카운티'는 초연 당시 지적받았던 라일리의 흑인 분장과 여성 캐릭터를 다루는 방법 등 관객에게 아쉬움을 안겼던 부분들을 수정해 돌아와 더욱더 높은 완성도를 자랑한다.


캐릭터도, 작품도, 배우도…'1976 할란카운티'는 성장 중


강진명 음악감독은 이번 작품을 통해 처음으로 넘버 전곡의 작곡을 맡았고, 처음으로 음악감독을 맡았다. 첫 도전임에도 불구하고, '1976 할란카운티'는 중독성 넘치는 선율과 인물의 서사를 탁월하게 담아낸 넘버로 호평받고 있다.


그는 "한번 해보자는 생각으로 시작했는데 이렇게 힘들 줄 몰랐다"고 웃으며 "꾸준히 작업하다 보니 어느새 여기까지 와있었다. 돌이켜보면 흥미로웠던 작업이고,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존 역의 김형균은 부산에서부터 지금까지, 작품의 모든 발전 과정을 함께하고 있다. 그는 "남다른 기분을 느끼기도 하고, 남다르지 않다고 느끼는 부분도 있다. 쇼케이스부터 지금까지 오면서 작품과 동료처럼 그 시간들을 함께하고 있다는 게 남다르다. 익어가는 시간을 함께하는 게 좋다"고 작품을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이어 "작품은 어떤 창작진과 배우를 만나느냐에 따라 다른 모습으로 탄생한다고 생각한다. 이번에 새로 만난 배우들과 함께하면서 새로운 시너지를 겪을 때는 처음 합류하는 것처럼 신선한 정서와 에너지를 받았다"고 덧붙였다.


이홍기부터 이건명까지, 의리로 뭉친 배우들
캐릭터도, 작품도, 배우도…'1976 할란카운티'는 성장 중


이건명, 오종혁, 이홍기, 산들, 강성진 등 뜨거운 열정을 가진 배우들이 한 자리에 모여 더 나은 세상을 향한 희망을 전한다. 따뜻하고 순수한 마음을 가진 인물로, 한 사건을 계기로 할란카운티에 오게된 다니엘 역은 오종혁, 이홍기, 산들이 맡았다.


오종혁은 "사람답게 살고 싶다는 메시지가 가장 감명 깊었다. 그 메시지가 너무 크게 와닿아서 이 작품은 꼭 한번 해보고 싶다, 나도 저 뜨거운 사람들과 함께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참여하게 된 계기를 전했다.


산들은 "데뷔를 하고 10년이 지났는데, 생각이 많아지는 시기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나는 어떻게 해야 하나, 어떻게 살아야 하나 고민을 하던 시기에 이 작품을 제안받고, 다니엘이 정의롭게 성장해나가는 모습을 보며 감동했다"고 '1976 할란카운티'를 처음 접한 소감을 이야기했다.


이홍기는 군 전역 후 복귀작으로 '1976 할란카운티'를 선택한 이유는 "살아있음을 느끼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는 "무대에 너무 서고 싶었고, 노래와 연기를 하고 싶었다. 원래도 뮤지컬 장르에 애착이 많았는데, 연출님이 제안해주셔서 선택하게 됐다"고 뮤지컬로 복귀하게 된 이유를 전했다.


캐릭터도, 작품도, 배우도…'1976 할란카운티'는 성장 중


이어 "전역하고 사회로 나왔을 때 저도 다니엘처럼 점점 성장해가는 모습을 지닌 사람이 되고 싶었다"며 "다니엘이 성장하는 스토리와 넘버, 분위기에 홀려서 이 작품을 선택하게 됐다"고 말했다.


또 "마지막 넘버를 부를 때 많은 감정이 들더라. 너무 슬픈데 기쁘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면서 행복하기도 하다. 계속 웃으면서도 눈물이 날 때가 있더라. 그러면서 사람과 사람이 만나 소통하고, 서로 도우면서 살아가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했다.


다니엘을 부모처럼 보호해주는 라일리 역은 김륜호와 안세하가 맡았다. 흑인 노예인 라일리는 말을 하지 못하는 인물로, 배우들은 무대 위에서 수어와 표정을 사용해 감정을 표현한다. 안세하는 "수어도 말이지 않나. 대본을 처음 받았을 때 모두가 대사와 노래를 외워야 하는 부담감이 있듯이 저도 똑같이 수어라는 말에 대한 부담감이 있었다. 대극장 무대에 오르지만, 감정에 충실하고 최대한 열심히 하면 관객에게 잘 보일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캐릭터에 임하는 자세를 이야기했다.


김륜호 역시 "다들 똑같이 힘들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캐릭터를 차별 없이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캐릭터도, 작품도, 배우도…'1976 할란카운티'는 성장 중


임병근과 김지철이 연기하는 배질은 노조의 반대편에 서서 자신의 신념을 가지고 싸워나가는 인물이다. 김지철은 "신념을 주입하고 보여주려고 하기보다는 그 상황에서 이 사람이 이렇게 외치고, 이렇게 얘기하는 구나에 집중했다"며 "배질도 같은 광부였다는 사실에 기준을 두고 출발했다. 상황 속에서 잘 흘러가자는 마음으로 접근했다"고 설명했다.


임병근이 생각하는 배질은 '외로운 악역'이다. 그는 "배질 역시 할란카운티 광부고, 광부들의 권리를 위해 싸우는 인물이다. 사측의 불합리한 제안을 어리석게도 수용하면서 광부를 이끌어가는데, 그 제안에 대해 의심을 안 했을까 하는 의문이 있기도 했다. 그러나 자신의 신념이 맞다고 생각하며 밀고 나가는 모습에 중점을 뒀다"고 말했다.


캐릭터도, 작품도, 배우도…'1976 할란카운티'는 성장 중

캐릭터도, 작품도, 배우도…'1976 할란카운티'는 성장 중


엘레나는 할란카운티의 유일한 여성 광부이자, 탄폐증을 앓고 있는 인물이다. 이상아는 "큰 배역을 맡은 게 처음이라서 길을 많이 잃었는데, 연출님과 (함께 엘레나를 연기하는) 찬민 언니가 좋은 길을 많이 제시해주셔서 믿고 따라갔다. '아픈 여자 광부'보다도, 그냥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의 아픔이나 행복을 잘 공감해줄 수 있는 광부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중점을 둔 부분에 대해 이야기했다.


임찬민은 "극에서 모두가 성장해나가는 것처럼 엘레나도 그렇다. 사랑하는 것을 하나하나 잃어가지만, 그만큼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인물이라고 생각한다. 오래된 것과 새로운 것 사이에 서 있는 인물이라는 점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캐릭터도, 작품도, 배우도…'1976 할란카운티'는 성장 중


존의 아내 나탈리 역은 김아선이 원캐스트로 맡았다. 그는 "힘든 정서를 매일 연기해야 한다는 게 쉽지는 않다. 저와의 싸움을 매일 하면서, 공부가 되는 경험을 하고 있다. 원캐스트인 덕분에 다들 걱정을 해주시고, 선물을 정말 많이 주신다. 동료들로부터 사랑받고 있으니 정신 차리고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라고 미소 지었다.


한편 '1976 할란카운티'는 오는 7월 4일까지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사진=김태윤 기자



이솔희 기자 sh040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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